아빠, 첫 학부모 상담을 가다

아빠는 육아휴직 중

by gt


초등학교는 공식적으로 학기 중에 학부모 상담을 두 번 계획하고 운영한다. 1학기에 한 번, 2학기에 한 번 이렇게 말이다. 1학기에 하는 상담은 보통 3월에 진행하는데 학부모 공개수업이 끝난 후에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3월이면 아이들의 파악도 많이 되지 않아 얘기할 게 많지 않은데 공개수업을 본 느낌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입장에서 3월 상담은 주로 학부모님께 아이들의 생활, 습관, 아이에게 바라는 점을 듣고 싶어 한다. 사실 한 달 동안 아이의 모습을 보고 판단하고 부모님께 얘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임에게 자신이 모르는 뭔가를 얘기해주길 기대하고 오는 학부모님을 위해서 설문지를 만들어 아이들이 쓰게 하고 그것을 상담에 활용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상담은 학부모와 교사 모두 심리적으로 부담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한 아이에 대한 부모와 교사의 인식의 차이를 줄여주는 꼭 필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예담이와 예섬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3월에 학부모 상담을 한다고 통신문을 보내왔다. 나와 아내는 상담을 어떻게 갈지를 정했고 예담이는 아내가, 예섬이는 내가 가기로 했다. 위에서 얘기했지만 3월에 하는 학부모 상담은 학부모가 선생님께 자녀에 대해 얘기하며 학교에서의 생활과 비교해보는 과정이다. 그래서 무엇을 얘기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고민 끝에 부모의 교육철학과 부모가 보는 예섬이의 전반적인 학습 상태, 생활 태도, 성격 등이 학교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여쭤보는 것으로 정했고 몇 가지의 질문을 생각했다.


‘예섬이가 7살부터 한글에 조금씩 관심을 보였고 초등학교 입학하기 한 달 전부터 한글 기본 음절표를 아빠랑 같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알림장을 쓸 때 힘들어하지 않는지?’


‘예섬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다고 집에서 많이 얘기한다. 유치원부터 여자 아이들과의 관계 맺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했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집에서 부모에게 솔직하게 얘기를 하는 편이다. 우리 부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반응해주는 편이다. 저도 남자지만 감정이 예민한 편이라 남성보다 여성과 대화하는 것이 더 편할 때가 많았다.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다는 것도 좀 더 감정이 잘 통하는 친구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친구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지?’


‘아이의 성격이 활발해 보이지만 예민하고 누군가와 비교를 당한다는 생각이 들면 많이 속상해하고 울기도 하는 모습이 보여 한글을 모르고 학교에 가는 것이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지금도 혹시나 수업 시간에 한글을 못 읽어서 놀리거나 무시당하는 일이 있을까 걱정된다. 학교에서 그런 경우가 있었는지?’

나는 이 세 가지 질문을 가지고 교실로 들어갔고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입학 후 1주일이 지난 뒤에 바로 알림장을 쓰게 하신 것에 대해서도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알림장을 쓴 이유도 아이들이 소근육도 키우고 짧은 글도 보고 그려보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하셨다. 단, 알림장을 쓰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써주겠다고 하셨는데 예섬이는 오래 걸려도 끝까지 자기가 쓴다고 했다고 그 모습이 참 멋져서 기다려줬다고도 하셨다. 알림장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예섬이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스스로 해보려는 마음이 큰 아이였다. 참 다행이고 감사했다.

다른 성별의 친구들과 잘 지내는 건 저학년 아이들이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하시며 그렇다고 여자아이들과만 놀려고 하지 않고 남자아이들과도 잘 노는데 너무 스킨십을 좋아해서 조심해달라고 지도를 했다고 하셨다. 여자 아이들과는 스킨십을 조심하라고는 얘기했는데 남자 아이들도 상대방이 싫어하면 조심하라고 얘기를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지는 한글을 못 읽는다고 무시하거나 놀리는 일이 없었고 오히려 친구들이 잘 도와주고 도움받는 것도 거부감이 없는 모습이지만 잘 지켜보고 선생님도 무의식 중에 비교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하시며 상담을 마무리했다.


상담을 마무리하고 나오며 돌봄 교실에 있던 예섬이를 데리고 나오며 칭찬을 해주었다.

“예섬아, 선생님이랑 상담하고 왔는데, 선생님이 너 많이 칭찬하시던데?”

“정말?”

“응, 알림장도 선생님이 못 쓰겠으면 도와주겠다고 하셨는데 네가 끝까지 스스로 써보겠다고 하는 걸 보고 엄청 대견해하셨어”

“응, 맞아. 내가 해보고 싶었어. 처음에 힘들 때는 짝꿍이 대신 써주기도 했는데 이젠 내가 다 써”

“우와 대단하다. 스스로 뭔가를 끝까지 하려고 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거야.”

예섬이는 씨익 웃으며 한마디 한다.

“그럼, 아이스크림 사줘”

“그래, 아빠도 아이스크림 먹을래”

첫 학부모 상담도 잘 했다며 나도 칭찬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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