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육아휴직 중
요즘 예섬이는 학교에 가는 재미에 빠졌다. 물론 공부 때문은 아니다. 친구랑 놀러 학교에 간다.
유치원에 다닐 때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양치를 하는 것도, 옷 입는 것도 다 귀찮아하고 오직 아침 먹는 것만 조금 관심 있을 뿐이었다. 유치원도 가기 싫어해서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우리 부부는 아침부터 아들과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예섬이가 달라졌다. 사실 내가 육아휴직을 한 것도 ‘예섬이가 학교를 잘 가려고 할까?’에 대한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요즘은 우리 가족 중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서 옷을 입고 시리얼을 챙겨 먹는다. 평일에는 TV를 보지 않기 때문에 책이라도 보고 있으면 좋으련만 까막눈이라 책은 못 보고 온 집안사람들을 깨우고 다닌다.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타고난 발성으로 노래까지 불러대며 깨운다. 덕분에 우리 집은 7시부터 기상이다.
“예섬아, 아직 7시야. 조금 더 자도 돼”
“아빠, 나 빨리 학교 가고 싶어. 나 데려다줘”
“지금 가면 아무도 없어.”
“내가 1등으로 가고 싶단 말이야.”
“일찍 가면 친구들하고 못 놀아. 선생님이 책 읽으라고 할 걸?”
“괜찮아, 그림만 보면 돼. 그리고 앉아서 친구랑 작게 얘기해도 된단 말이야,”
“선생님도 아직 출근 안 하셨을 걸?”
“왜?”
그때 엄마의 한 마디로 예섬이의 7시 등교 소동은 끝이 났다.
“엄마도 선생님인데 아직 집에 있잖아.”
“아, 그렇구나.”
예섬이는 자기가 이해한 부분에 대해선 빨리 수용하고 물러선다.
요즘 예섬이는 학교에서 친구랑 사귀는 재미에 빠져있다. 사실 좋아하는 여자 친구도 생겼다. 2주 전,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있다고 아빠 엄마를 불러 놓고 고백했던 아들을 두고 벌써 여자를 밝힌다고 우리 부부는 처음에 걱정했었다. 그리고 1주일 뒤, 그 여자 친구는 너무 화를 잘 내서 싫고 자기 앞에 앉는 여자 친구가 좋다고 얘기했다. 우리 부부는 그 걸 보고 그냥 자기랑 잘 맞는 친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웃어 넘기기로 했다.
오늘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아파트 놀이터에 나가야 한다고 집으로 돌아오며 몇 번 씩이나 얘기를 했다. 친구들이랑 학교 끝나고 놀이터에서 만나서 놀기로 약속을 했단다.
“아빠, 난 노는 게 제일 좋아.”
“이 말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매일매일 친구들하고 놀고 싶은데 친한 애들은 학원 가야 한대서 저녁 6시 넘어야 잠깐 나올 수 있대. 나 밥 먹고 나가서 놀고 와도 돼?”
“그래, 대신 거북선 놀이터에서만 놀고 있어야 해. 다른 놀이터로 가면 아빠가 널 못 데리러 가니까”
“네.”
자기 기분 좋을 때만 존댓말이다.
처음엔 육아휴직 초반이라 열정과 의욕이 넘쳐 아이들과 같이 놀이터에 가서 놀았다. 우리가 놀이터에 나갈 때에는 3~4시 정도였는데도 놀이터가 한산했다. 한동안 ‘등교 시간에 그렇게 많던 아이들은 다들 어디 있는 걸까?’ 궁금했다. 아이들이 없으니 아빠인 내가 아들과 놀아야 했고 이름은 다양했지만 결론은 술래잡기인 놀이를 했다. 그런데 우리가 노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그제야 내가 놀이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학원을 다니지 않는 친구들은 놀이터에 나와도 혼자 놀면 재미없어서 그냥 집에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학원을 다니지 않는 친구들끼리 놀이터 모임도 만들게 되었고 나중에 같은 반 친구들끼리도 시간을 정해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하고 열심히 놀고 있다.
이젠 중간중간 숨어서 지켜볼 뿐 내가 아이들의 놀이에 끼지 않는다. 아이들 놀이가 어른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고 내가 아이들을 격하게 흥분시켜 위험할 뻔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른의 역할은 놀이를 하며 다치지는 않는지 지켜볼 뿐이다.
오늘도 밖에 나가서 놀고 있는 아들 몰래 나가서 자기네끼리 노는 모습을 보는데 ‘어쩜 저리도 재미있을까?’ 싶다. 놀이터 주변에는 봄을 닮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에 저렇게 노니까 학교가 그렇게도 가고 싶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