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반성 중

아빠는 육아휴직 중

by gt

오늘은 글을 쓰기 싫었다.

어젯밤에 속상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치부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컴퓨터 앞에 앉은 나를 머뭇거리게 했다.

시작은 평화로웠다.

평일에 TV를 보지 않으니 아이들은 심심해했다.

나도 안다. TV를 보여주면 나도 편해지리란 걸 말이다.

하지만 가족회의에서 정한 규칙을 어기면 아이들이 더 이상 가족회의는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아빠랑 놀자는 아이들과 학교에서 했던 게임을 했다.

태권도 띠를 바닥에 깔고 한 사람이 눈을 감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대로 장애물을 피해 가며 목표물을 잡으면 미션을 통과하는 게임이었다.

10번 정도 시도를 했을 때 예담이가 장애물을 모두 통과해 목표물을 잡으려 했다.

그때, 예섬이가 갑자기 형이 잡으려던 목표물을 잡고 던져버렸다. 그리고

“내가 먼저 성공할 거란 말이야.”하며 울고 떼를 쓰며 말리는 나를 때리고 바닥을 쿵쿵거렸다.

너무 화가 나서 예섬이를 잡고 침대방으로 갔다.

“형한테 사과해!”

“안 해!”

발버둥 치며 나를 때리는 예섬이를 진정시키느라 두 손을 잡았다.

예섬이는 나에게 잡힌 채로 소리를 질러댔다.

“네가 말할 준비가 되면 아빠, 이제 말할 준비됐어요.라고 말해.”

“싫은데, 아빠 바보”

난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예섬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버렸다.

“너 형한테 이기고 싶었지? 아빤, 다 알아. 근데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그 순간 예섬이의 눈이 흔들렸고, 그렇게 심하게 발버둥 치던 예섬이의 몸에서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우린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서로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느라 줄은 팽팽해져 있었다. 하지만 내 한 마디에 예섬이는 줄다리기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예섬이는 줄을 놓아버렸고 나는 쓰러지고 말았다.

예섬이는 형을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뭐든지 꽂히면 잘할 때까지 하는 예담이를 우리 부부는 대견해했고 그 옆에 예섬이가 있었다.

만들기를 잘하는 예섬이에게 가끔씩 칭찬하기도 했지만 형에게 보이는 관심보다 부족함에 항상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나 보다.

뭘 먹어도 금방 배고파했고, 형보다 더 많이 먹으려 했다.

‘잘 먹는 걸로라도 칭찬을 받고 싶었을까?’

‘우리가 했던 감정의 줄다리기는 무엇을 위한 거였을까?’

‘예섬이는 줄다리기를 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머릿속에 차오르는 질문들을 마주하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예섬이가 형의 목표물을 뺏어 던진 그 순간으로 기억을 계속 되감았다.

예섬이가 그렇게 속상해하고 화를 내고 있을 때 “아빠가 안아줄게 이리 와” 하고 안아줄걸.

“예섬이도 잘할 수 있는데 형이 먼저 해서 속상했구나.” 하고 달래줄걸.

“예섬아 이제 네가 성공할 차례야. 실패하면 어때, 성공할 때까지 아빠가 도와줄게” 하고 용기를 줄걸.

난 예섬이와의 줄다리기에서 이겼지만 그와 함께 많은 것을 잃은 것만 같다.

사실 그 줄다리기는 서로가 당기는 쪽으로 가야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예섬이는 형에게 사과했다.

다시 그 놀이를 하자고 해서 몇 번의 시도 끝에 성공했다.

그제야 마음이 편해져 잠에 든 예섬이를 보며 아빠는 반성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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