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준비한 케이크

아빠는 육아휴직 중

by gt

“아빠, 우리 깜짝 파티해요.”

첫째 예담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케이크를 사 가지고 와서 나에게 던진 말이다.

“무슨 날이야?”

나는 어리둥절해서 예담이에게 되물었다.

“내일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라고 엄마가 그랬어요.”

“아, 맞다.”

그렇다. 올 해는 특별히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10년째 되는 해였다. 예담이에게 들어보니 내가 사회인 야구를 하러 간 날 아이들을 재우면서 얘기해줬다고 했다. 예담이가 아니었으면 잊고 지나갈 뻔했다. 이벤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부부라 그냥 “올 해가 부부로 산 지 10년째네.”하고 넘어갔을 텐데. 감성이 충만한 예담이에겐 나름 특별했나 보다. 자기 용돈을 다 털어 케이크를 산 걸 보니 말이다.

예담이가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고 태권도를 간 사이 대학원을 가고 있을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기야, 우리 결혼기념일인 거 예담이한테 얘기했어?”

“응, 자기 야구하러 간 날에 자면서 잠깐 얘기했는데. 왜?”

“예담이가 파티하자고 케이크를 사 왔네.”

“대박!! 예담이 정말 사랑스러워.”

“나의 감성을 닮았으니 어쩔 수 없지 뭐. 조심히 다녀와.”

아내와 전화를 끊고 조금 있다가 조금 있으니 예담이가 돌아왔다.

“아빠, 엄마한테 얘기한 거 아니지?”

“뭘?”

“내가 케이크 사 온 거 말이야.”

아뿔싸, 예담이는 엄마 모르게 깜짝 파티를 할 계획이었던 거다. 나는 시침 뚝 떼고 말했다.

“물론이지. 엄마한텐 절대 말 안 할게.”

밤에 아이들과 책을 읽고 불을 끄고 누워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예담이에게 어떻게 깜짝 생일 파티를 준비할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예담아, 어떻게 깜짝 파티를 할 생각을 했어?”

“응, 지난번 엄마 생일에 몰래 우리끼리 케이크도 사고 고깔모자도 쓰고 깜짝 파티해줬잖아. 그때 엄마가 너무 좋아하길래 또 해보고 싶었어.”

“그래서 내일 어떻게 하려고?”

“몰라,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빠 깨울게”

내일 파티를 할 건데 아직 계획이 없다니 역시 아들답다. 결혼기념일이면 나도 주인공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아들들에게 대접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내일 아들이 깨우면 일어나서 준비나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에게 아무것도 모른 척 깜짝 놀라 주라고 당부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아이들이 부산스럽게 돌아다닌다. 새벽이면 슬그머니 일어나 우리 부부가 자는 침실로 들어와 우리 사이에 파고들어 잠이 드는 아들 둘이 자기네끼리 신이 났다. 아들이 깨워 나가 보니 식탁에 케이크와 함께 편지와 색종이로 접은 하트가 놓여있다. 식탁이 뭔가 허전하지만 자기네끼리 얼마나 설레어하며 준비했을까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찡해온다.

엄마가 씻고 방문을 열고 나올 때 우리 남자 삼총사는 “결혼 10주년 축하합니다.”를 외치며 손 하트 3종 세트를 날렸다. 미리 당부한 대로 아내는 너무 놀라고 한층 높은 콧소리를 섞어 기쁨을 하사해주셨다.

우리 결혼 10주년은 특별하게 아들에게 받은 따뜻한 아침으로 시작했다. 딸 부럽지 않은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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