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 큰 아들에게 쓰는 사과 편지
아빠는 육아휴직 중
아들아, 오랜만에 너에게 편지를 쓰는구나
이 편지는 사과편지가 될 것 같구나.
어린이날을 맞아 양구에서 열린 유소년 야구대회에 참가하며 아빠는 너희 팀이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예선에서 탈락할 거라 생각했다.
작년 인제 대회부터 올해 화성에서 열린 메이저대회에서 한 차례도 이긴 적 없던 팀이었기에...
경험 삼아 대회에 참가하는 거라고, 지는 것도 배움이라 생각하고 대회를 보냈단다.
사실 첫 번 째 경기에서 7대 1로 지는 것을 보고 아빠는 예상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너는 달랐다는 것을 알았단다.
선발투수로 한 이닝씩 경기에 임할 때마다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지고, 주장으로서 목 놓아 응원가를 부르고,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주며 격려하고, 모든 경기에 집중하는 너를 보고 너는 아빠랑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일이 있어서 엄마와 너를 두고 집으로 돌아온 이유도 있지만 아빠는 이미 포기했던 것 같다.
경기장에서는 응원했지만 경기 후에 아빠들끼리 모여서 너희들이 질거라 예상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너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두 번째 경기에서 21대 0으로 이기는 것을 방송으로 보았을 때 사실 아빠는 믿지 못했다. 그다음 날에도 이겨서 8강에 올라서야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엄마의 출근 때문에 다시 양구로 가는 날 조차도 그 날 경기에서 이기면 그다음 날 경기가 있음에도 아빠는 하루 더 지낼 짐을 싸지 않았단다. 엄마는 혹시 모른다며 네 여벌 옷을 넣어주었지만 아빠는 반바지에 얇은 바람막이 잠바만 입고 갔었지.
매일 아빠의 마음속 기대를 받지 못한 채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서면서 너는 참 외로웠을 것 같다. 승리를 기대하지 않는 아빠에 대한 투쟁이었는지 너는 그 날 최고의 공을 던졌고 타선의 도움을 받아 경기에서 이겨 4강에 올랐었지. 기쁘게 웃으며 아빠에게 달려오는 너와 함께 다음 날까지 어떻게 지내야 할지 걱정도 밀려들어와 와락 안아주지 못했구나. 덕분에 아빠는 같이 있던 아빠들이 우여곡절 끝에 빌린 보일러가 고장 난 방에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단다.
그렇게 3일이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리라 예상했던 우리는 대회 마지막 날까지 남아있게 되었고 ‘4강에서는 이길 수도 있겠는데?’라고 처음으로 기대하게 되었단다. 주변에서 같이 응원하던 아빠들도 “얘들이, 일 제대로 내는 거 아냐?”하며 내심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였단다.
마지막 이닝을 남기고 3:0로 이기고 있을 때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에 아빠는 잔뜩 흥분했었단다. 하지만 상대팀의 마지막 공격에서 대거 10점을 주며 진 후, 상대팀과 인사를 하고 오는 중간에 터진 너의 눈물을 보고 아빠도 목이 메어 그냥 가만히 안아주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지.
너는 그렇게 상대팀과 싸우면서도 질 거라 단정해버린 아빠의 불신과도 싸우느라 많이 힘들었을 거다. 경기가 끝나고 그 감정이 올라와서 마음이 쓰렸을 것이다.
아빠가 미안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너흰 지는 것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패배에 익숙해진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속의 패배주의와 싸우는 법을 배우지 않았을까.
대견하고 대단했다.
양구에서의 너희들 모두
그리고 뜨거운 마운드에서 외롭게 싸움을 이어간 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