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육아휴직 중
드디어 예섬이가 입학식을 하는 날이다.
아침 7시부터 예섬이는 일어나 학교 가자고 형을 깨워댔다.
역시나 아침 거르는 걸 엄청나게 억울한 일을 겪는 것처럼 싫어하는 예섬이는 입학식 날에도 예외는 없었다.
시리얼과 우유, 요거트, 쨈 바른 빵으로 든든하게 챙겨 먹었다.
선생님 말씀대로 준비물은 없이 가볍게 가방과 신발주머니를 챙기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가기 전 많은 음식과 함께 마음을 단단히 먹은 모양인지 당당하게 문을 나서는 아들.
아빠, 엄마의 걱정은 저만치 뒤처졌다.
엄마도 첫째 입학식을 못 간 게 속상했는지 둘째 입학식에 참석하겠다고 지참을 썼다.
나 혼자서 아이들과 같이 등교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내가 함께 한다고 하니 걱정과 두려움은 n분의 1로 정확히 나눠져 훨씬 마음이 가벼웠다.
항상 등굣길 전에 출근을 해서 몰랐는데 등교시간에 집을 나서니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우리 아파트에 있었나?’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파가 학교로 흘러가는 듯 들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입학식이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2배는 많았을 거다.
학교 정문 앞에는 둘째 아이가 다니는 태권도에서 입학 축하 메달과 함께 사진 촬영을 준비해줬다.
그 외에 수많은 사교육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예비 고객 모집을 위해 전단지를 공손히 전하고 있었다.
강당으로 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들어서 있었다.
예섬이는 배정받은 1반으로 가서 앉아있으니 담임 선생님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이름표를 달아주셨다. 그리고 옆 줄에는 6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앉아 있었는데 사탕으로 만든 꽃송이를 들고 있는 것으로 봐서 입학생들에게 선물로 줄 모양이었다.
입학식 내내 예섬이는 긴장한 탓인지 발을 계속 꼼지락거렸다.
사실 다른 아이들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했다.
아이들이 지루해서 몸을 배배 꼬기 시작할 때쯤 입학식이 끝나고 각 교실로 이동해서 담임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드디어 어제 연습한 결과가 빛을 볼 차례다.
선생님이 한 명씩 눈을 맞추며 아이들의 출석을 부르기 시작하셨다.
예섬이가 불렸을 때, 예섬이는 어제 연습한 그 모습으로 목소리 크기로 대답을 했다.
그 한 마디가 얼마나 크고 우렁찼는지 나는 안다.
예섬이와 나만이 아는 약속, 그 영롱한 한 마디,
“네!”
‘그래, 그거면 됐다. 잘했다. 예섬아.’
예섬이는 복도 창문에 붙어 유리창에 콧김을 불어넣고 있던 나를 바라봤고 나는 엄지를 추켜올렸다.
오늘 밤에는 아이들을 재우면서 예담이에게 관심을 돌렸다.
‘담임선생님이 누구신지?’
‘새로 사귄 친구는 있는지?’
예담이가 말했다.
“담임선생님은 여자분이신데 엄청 예쁘고 젊으세요.”
“예담이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
"뭐야? 아빠 변태야"
"농담이야, 짝꿍은 누구야?"
“짝꿍은 이름은 잘 모르는데 되게 착한 것 같아요.”
“그래? 짝꿍이랑 친하게 지내, 절대로 여자는 때리면 안 돼.”
"여자애들이 절 때리지. 전 안 때려요."
"가만히 있는데 때리진 않을걸? 잊었구나? 아빠 선생님이야."
"헐"
“오늘은 뭐했어? 자기소개?”
“선생님한테 우리 아빠랑 엄마가 선생님이라고 얘기했어요.”
“아빠가 육아휴직 중이라고도 말했니?
“네, 그리고 제 꿈도 엄마, 아빠와 같이 선생님이라고도 말했어요.”
“너 유튜버 한다고 했잖아.”
“아빠가 꿈은 바뀔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래, 그랬지. 자자, 늦었다.”
예담이도 새 학기가 시작하니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 설렘이 좋은가보다.
예전엔 피곤한 몸을 신속하게 잠이란 상자로 구겨 넣으려 애썼다.
하지만 아이들은 불 꺼진 방에 다 같이 누워있는 시간이 자기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일 하루가 여유롭게 느껴지니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그동안 엄마에게
털어놓던 얘기도 아빠에게 조금씩 꺼내 주고 있다.
첫째와 얘기하는 동안 조용히 듣는 줄 알았던 예섬이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게 어찌 쉬우랴.
마음으로는 두려운 마음이 컸을게다.
한 살 더 먹었다고 부모의 걱정까지 헤아리는 깊은 속을 아빠는 안다.
그래서 참 고맙고 감사하다.
이런 아이의 감정도 내가 휴직을 해서 여유가 있으니 보이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