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똥손 아빠의 밥 먹이기 대작전

아빠 요리 어때?

by gt

아 밥 먹이기 대작전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아들을 둔 죄로 채소를 먹이지 못한 식사 후엔 어김없이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만다. 육아휴직을 한 뒤로 혼자 먹는 점심은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지만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오늘 메뉴는 뭘로 해야 하나?’ 걱정이 드는 것과 동시에 ‘온갖 영양소를 고루 갖춘 캡슐 같은 것은 없나?’ 하는 허튼 상상도 한다.

9년의 자취 경력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음식은 못한다. 자취 때 뭐 먹고살았냐고 묻는다면 집에서 먹은 반찬은 자취생 3대 반찬으로 불리는 김치와 참치, 그리고 김이었다. 그나마 집에 있을 때는 그렇게 먹었고 거의 다 나가서 먹었기에 내 음식 솜씨는 전혀 늘지 않았다. 9년을 자취했다고 밝히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육아휴직을 하며 나는 식사 준비라는 전쟁터로 강제 소환되었다. 아내가 없는 부엌은 참 공허했다. 식사 시간이 다가오면 부엌에 덩그러니 서서 냉장고 문을 열고 재료들에게 인사만 하고 문을 닫기를 반복했다.

‘나만 바라보고 있는 두 아들을 어떻게 먹여야 하나?’ 고민했지만 생존의 본능은 요리 실력보다 앞섰다. 마트에서 사놓은 갈비와 스테이크 고기로 아이들 배를 채웠지만 그마저도 떨어지면 난감했다. 어쨌든 내가 요리를 해야 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폭풍 검색으로 요리 레시피를 찾아보고 시작한 첫 번째 요리는 된장찌개다.

냉장고에 애호박과 느타리버섯, 두부가 있어 시도해볼 만했다. 그 재료에 더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을 넣는 강수를 두었지만 햄은 구워 먹어야 제맛이라는 것을 아이들의 얼굴 표정으로 확인하고야 말았다.

그나마 볶음밥은 아이들이 잘 먹어서 다행이었다. 더구나 채소까지 들어가니 죄책감도 덜했다. 욕심껏 채소를 넣고 볶았지만 당근을 두껍게 썰어 생당근을 씹는 식감을 빼면 말이다. 그래서인지 가끔 당근을 넣은 볶음밥은 아이들이 아무 말 없이 먹다 배부르다며 남긴 것일까?

그런 이유로 아이들은 엄마가 일찍 오는 날을 기다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가 일찍 와도 요리를 하는 것은 아빠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아이들은 간식을 찾았다. 간식은 주로 냉동식품으로 에어 프라이어에 튀기면 본연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그것이 나의 영혼까지 담아 만든 요리를 남기는 이유가 된 걸 알고부터 간식은 나의 적이 되었다.

‘시장이 반찬이다.’

아이들이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서 놀게 했고 극심한 공복감을 느껴서야 아이들은 집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배가 고프면 어떤 음식도 맛있다는 진리를 몸소 깨달았다. 그제야 내가 한 요리를 먹어주는 아들을 나는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내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건지 공복을 채우기 위해 쑤셔 넣고 있는지는 헷갈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늘,

밥을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 밖에 나가 놀던 아들의 연락이 왔다.

“아빠, 친구랑 라면 먹고 있어요.”

“아빠 밥은?”

“...”

오늘은 실패다. 아들이 점점 머리를 쓰기 시작한다.

용돈을 뺏어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어쨌든 나의 요리 실력은 처음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채소 요리도 몇 번 실패하며 여러 가지 요리를 시도하다 보니 아이들이 잘 먹는 요리도 찾게 되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렸을 때 채소음식을 안 먹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바뀌고 어렸을 때 먹지 않던 음식들도 자연스레 먹게 된 나를 보며 아이들도 자연스레 입맛이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그런 걸로 우리 가족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좋겠다. 요즘 반찬 가게 반찬도 잘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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