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화를 풀게 한 아이의 한 마디

못난 아빠의 반성문

by gt

어제는 예섬이에 대한 미움이 가득 차있었다.

우리는 일요일에 교회를 간다. 어제인 일요일, 하지만 예담의 야구 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예담이랑 엄마가 교회를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뒤, 예섬이는 자기도 교회를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빠, 나 오늘 교회 안 갈 거야.”

“왜?”

“쉬는 날엔 쉬고 싶다고”

“그래도 우린 하나님 믿는 사람이잖아.”

“난 하나님 안 믿어.”

더 이상 신앙의 힘으로 예섬이를 설득할 수 없었다. 이젠 감정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아빠는 예섬이랑 같이 교회 안 가고 혼자 가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

“...”

“아빠는 교회에서 밥도 먹고 와야 하고 차도 운행하고 오면 많이 늦을 텐데 너 혼자 있을 수 있겠어?”

“응, 형아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있을 거야”

도저히 설득을 할 수 없었다. 형과 엄마도 교회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예섬이가 교회에 안 가도 된다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던 것일까? 나도 더 이상 예섬이를 설득할 동력을 상실했다.

“아빠, 어제 용돈 안 준거 주세요.” 이럴 때만 존댓말이다.

일주일에 4천 원을 용돈으로 받는 예섬이는 토요일에 4천 원을 받아 금요일까지 쓴다. 그 약속이라도 깨고 싶었지만 한 순간의 감정 때문에 약속을 깨고 싶지는 않아서 용돈을 줬다.

천군만마를 얻은 예섬이는 잠깐 밖에 나가서 논다고 했고 나는 그러라고 했다. 그래도 아빠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가느다란 희망은 있었기에.

교회에 가야 하는 시간 예섬이에게 전화를 했다.


“예섬아, 아빠 교회 갈 건데 진짜 안 갈 거야?”

“네, 근데 아빠, 나 물 놀이터 가면 안돼요?”

“안 돼!!”

“네.”

“아빠, 물에 발만 담그면...”

“안 돼!!”




난 그렇게 교회에 혼자 가게 되었다.

교회에 가는 동안 예섬이에 대한 미움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미국처럼 막강한 경제력을 동원하여 제재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예섬이의 항복을 받아낼 것이라 다짐했다.

교회에서 기도를 할 때도 예섬이를 향한 분노가 나의 거룩한 기도를 잠식했다.

‘주여, 예섬이를 혼내줄 가장 강력한 제재 방법을 떠오르게 하여 주소서’

그렇게 나의 예배를 주님인지 사탄 인지도 모를 존재에게 던져버리고 나오는데 한 줄기 생각이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내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차 버렸구나.’


집에 도착하자마자 예섬이에게 전화를 했다.

“예섬아 어디니?”

“문구점에 있어요.”

“아빠 집에 왔으니까 이제 집으로 와.”

“아빠, 조금만 더 놀고 가면 안 돼요?”

“많이 놀았으니까 이제 집에 들어와.”

“네”


아빠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차가웠는지 예섬이는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예상대로 오늘 준 일주일치 용돈은 다 써버린 채.


“용돈으로 뭐했어?”

“형들이랑 라면 사 먹었는데 하나님이 교회 안 갔다고 벌주셨는지 국물을 다 엎질러버렸어.”

“아이고, 잘했다. 치우느라 고생했겠네. ”

“난 ○○이 형만 사주고 싶은데 ○○형도 계속 사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사줬어.”

“그래서 돈을 다 썼구나. 그나저나 앞으로 어떡하니?”

“이제 돈 많이 안 가지고 다닐 거야.”

“그래, 깨달았으니 됐다.”

그리고 아빠의 미움을 무너뜨린 아이의 한 마디.


“아빠 말을 안 듣고 노니까 마음이 너무 불편했어”


아빠의 말을 안 듣고 노는 게 예섬이는 많이 불편했던가보다. 나는 예섬이는 어떤 마음일까 헤아리지 못하고 교회 가자는 아빠의 말을 듣지 않고 밖으로 나가 버린 그 상황에만 생각이 갇혀있던 아빠였다. 아들은 아빠의 말을 따르지 않은 게 노는 매 순간에도 떠올라 편히 놀지도 못했지만, 아빠는 말 듣지 않는 아들을 혼내줄 방법만 생각하고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라면으로도 채우지 못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시리얼을 꺼내 먹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니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강력한 제재고 뭐고 그냥 뒤에서 안아주었다.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뭐가 미안해, 아빠 말 안 들어서 미안해요.”


너는 모른다. 아빠가 얼마나 못난 아빠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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