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짜장면과 한국 짜장면의 가장 큰 차이는 춘장이다. 춘장은 중국에 없는 한국식의 장이다. 면과 섞어 먹기 위해 만든 장이므로 춘장이란 표현보다 면장이란 표현이 옳을 터인데. 춘장으로 불리 운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총(대파)을 찍어먹는 장, 총장이 변해 춘장이 되었다는 게 다수설이다.
춘장을 말하면서 사자표 춘장을 빼먹을 수가 없다. 시골 음식점부터, 오성급 호텔까지 춘장은 오직 사자표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시장 점유율이 80%라고 하니, 그야말로 춘장 업계의 ‘사자’이다. 왕이 된 이유는 잘 알다시피 텁텁한 면장에 달달한 캐러멜 시럽을 섞어서다. 캐러멜 시럽을 섞음으로써 춘장의 흑마술은 시작이 된다.
그 흑마술로 짜장면은 외식 음식 1위, 추억의 음식 1위, 온갖 기념일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생각해보시라. 짜장면이 누린 인기와 영예에 필적할만한 메뉴가 있겠는가. 거의 없다고 본다. 이영식 시인은 <짜장기념일>이란 시에서 ‘내가 만난 모든 기념일은 짜장면을 통해 왔다’고 했는데. 짜장면이 압도적인 추억을 자랑하는 건 좋은 날들과 함께 해왔던 음식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좋은 날은 짜장면을 먹는 날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빠 짜장면은 왜 검은색이야”
딱히 좋은 날도 아닌데, 짜장면 애기를 꺼내는 건 윤슬이 질문에 답해주기 위해서이다. 원래 춘장의 색은 자연색이다. 그냥 메주색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일부로 캐러멜 시럽으로 검은색으로 만드는 것이다. 검은색으로 만든 이유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의 설은 검은 춘장이 발효가 잘되었다고 믿기 때문이고, 또 하나의 설은 춘장이 검어야 물을 넣어 양을 늘리기 좋기 때문이다. 보통 음식은 경쟁을 통해 질이 높아지는데, 춘장은 경쟁을 통해 질이 낮아진 대표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윤슬이가 죽어도 못 알아 듣기 때문에 그냥 내 식으로 말했다.
“윤슬이 입에 묻은 짜장 닦아주기 쉬워라고 검은색이야.”
그 대답이 좋았는지. 인생 3년 주제에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먹을 뻔했다. 소스라도 남겨줘야 내가 밥이라도 비벼 먹는데 아주 그냥 들이마셨다. 그런데 왜 내 배가 이토록 부른 것인가. 좋은 날 짜장면을 먹는다고 하지만, 가끔은 짜장면을 먹어서 배부르도록 좋은 날도 오는 것이다. 자, 이제 주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