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결국 내 역사의 시작이었고, 어쩌면 당신들의 삶보다 나의 그것에 더 맞닿아있는 것이다.
98년 가을.
그들의 피와 살을 이어받은 갓난아이가 거센 울음소리로 이 세상과 마주한 순간부터 이제는 거뭇한 수염을 가진 건장한 청년으로 자랄 때까지.
당신들은 언제나 그 자리 그대로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의 기억을 지켜온 것이었다.
어쩌면 나는 당신들의 결혼을 기념하기 이전에
공유된 시간 아래서 지나온 우리의 기억을 향해 근사한 축배를 건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내 삶이 타들어가는 번뇌의 시간을 지나온 탓인지
지금의 내 얼굴은 97년 11월, 한 결혼식장에 서 있던 내 아버지의 그것과 닮아있다.
우리는 어느새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지금껏 같은 솥에서 꺼낸 밥을 먹고 함께 질곡의 시간을 겪으며 깊어지는 서로의 주름을 쓰다듬고 있다.
이제는 주위에 놓여지는 청첩장들이 더욱 눈에 띈다.
가끔은 비슷한 또래의 기혼자들에게
결혼할 사람을 보면 이 사람이라는 느낌이 오나요?
따위의 시시콜콜한 질문을 하게 되는 나를 보면서 나 역시도 감히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세계의 나를 꿈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건 이제는 어릴 적 막연하게만 느낀 결혼의 스케치를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결혼이라는 표현 속에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으로부터 불편한 시선과 고통을 나누며 커온 이들이 있다.
내가 올바른 가정을 이룩할 수 있을지.
내가 한 가정을 이끌 수 있는 가장이 될 수 있을지.
그 누구보다 내 아내에게 깊은 존경과 사랑을 건넬 수 있을지.
내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것을 넘어서 그들이 사랑을 기꺼이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지.
훗날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게 되었을 때
내가 다시 이 글을 들추어볼 수 있다면
결코 그때와 지금의 내 근간의 기질이 그리 다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