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온도의 마음

가을의 한복판에서

by 루카형아

순간 일렁이는 옅은 파도처럼

젖은 땅냄새가 향기로이 느껴지는 어느 날처럼

공활한 가을 하늘이 막연하게 느껴지는 어느 때처럼


우리의 마음도 그러하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짙은 단풍 아래

연민과 고독에 손 내미는 모습이 유난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그 어느 곳에도 그저 머물지 않고 흘러가니

지나치게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겠다.


언젠가는 시간이 지나가는 길목에 서서

캄캄한 터널을 하염없이 걷는다.


우리는 우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역시

끝내 내려놓기 마련이니

힘겹게 쥐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겠다.



이제 우리는 사계절을 모두 안아들었으니


봄에 피어나 사랑이 될 꽃을

여름에 내리쬐는 가열찬 햇볕을

가을에 시들어 바스락한 낙엽이 될 시간을

겨울에 소복히 내린 따뜻한 첫눈을


자욱한 안개 위에 느지막이 볕이 들 그 시간들을

그저 바라보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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