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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영 Aug 10. 2019

지니의 자유

훨훨 날아가렴

원작을 봤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아 다시 찾아봤던 알라딘. 분명 본 것도 같지만 디즈니 만화가 워낙 많다 보니 내 모자란 기억력으론 그 차이가 확 와 닿지 않고, 그전에 봤던 안 봤던 기억력을 탓해봐야 무슨 소용이냐 하며 기억이 안 나면 다시 보면 그만이지 하고 새롭게 집중했다.


최근 실사판으로 개봉한 알라딘도 재밌게 봤다. 역시 명불허전이구나 하며 내가 최애 하는 지니, 그리고 지니 역을 맡은 윌 스미스를 극찬하기에 이르렀다. 아내도 지니의 깨 방정, 오두방정에 만족했는지 친구와 전화하며 재밌다고 말한다. 나 역시 지니의 왕팬으로서 한 번쯤 현실 속에 나타나 주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내 소원을 이뤄줄 수 있는 전능한 친구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누군들 안 그럴까?


리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원작을 보다 보니 마음에 와 닿는 대사가 있어 몇 줄 적어보고 싶어 졌다. 알라딘은 지니가 아니면 재스민 공주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계속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네가 뭐가 어때서?


지니. 네가 없이는 아무것도 아님을 고백하는 알라딘의 모습에서 그동안의 내 모습을 봤다. 전능하다는 신을 믿으며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당신 없이 난 아무것도 아닙니다"


알라딘은 스스로의 매력을 알지 못했다. 몇 개 소원을 들어주니 지니 의존병에 걸린 것이다. 재스민은 알라딘이 잘생기고 돈 많은 왕자이기에 좋아한 것이라 아니라 그의 심성이 맘에 들었던 것인데도 말이다.(그다지 현실적이지 않구나)


오랜 기간 신을 향해왔던 마음이 돌아선 건, 신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신이 있다고 한들 여전히 난 아무것도 아니더라는 것 때문이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니더라는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신이 보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역시 들여다보면 신이 보우하는지 돈과 권력이 보우하는지 모를 삶을 살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처참하게 죽어가며, 무의미하게 사라진다. 지금도 지구의 어느 한구석에서는 지니의 기적 없이 가난과 질병, 폭력 속에 신의 외면에 힘입어 그의 이름을 저주할 힘도 없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사라지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리고 지금 나는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신이 없음을 확신하게 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신이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동안의 내가, 이제는 신의 한계를 본 것이다. 그의 침묵 역시, 신의 한계로 치부할 수밖에 더 있겠나.(더 이상 포장하고 싶지 않다)




신의 한계를 말함으로써 이제 그를 자유롭게 풀어준다.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굳이 책임을 묻거나 원망할 필요가 없어졌다. 신이 인간에게 준 자유를 다시금 그에게 되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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