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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Aug 29. 2023

영화[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니체의 정신 3단계로


이상한 수학자 줄거리


한국의 상위 1% 똑똑한 엘리트 학생만 갈 수 있는 동훈고등학교에는 경비 이학성(최민식:탈북민: 천재 수학자)이 나온다. 북한 억양을 쓰는 그는 상처를 꽁꽁 동여매고 사는 사람처럼 엄청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리고 한지우(김동휘: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편부모 가정, 사회배려계층)는 차상위계층이라는 특혜를 받아 이 동훈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고등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수학만큼은 혼자 힘으로 해 낼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혀 일반고로 전학 권유 회유를 받으면서 갈등한다. 또 가난이라는 현실의 벽에 대한 분노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지우는 친구들의 권유로 야식을 사러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경비 이학성에게 적발된다. 야식 봉지에는 소주 4병과 안주가 들어있었다. 선생님이 누구와 공모했냐고 추궁하지만 지우는 끝까지 혼자 한 일이라면서 모든 죄를 혼자 뒤집어 쓴다. 그 일로 지우는 기숙사 한 달 퇴출 처분을 당한다.


기숙사에서 퇴출된 지우는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텅 빈 집안에는수북이 쌓인 설거지와 빨랫감만이 지우를 반겨준다. 지우는 집에서 설거지와 빨래를 해 놓고 술에 취해 들어온 엄마 얼굴만 잠깐 보고 학교로 돌아온다. 비는 주룩 주룩 내리는데 비를 피할 곳이 없었던 지우는 창고에 숨는다. 그때 경비를 보고 있던 이학성에게 들켜 이학성이 근무하는 경비초소에서 이학성과 같이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학교에 간 지우는 어려운 수학 문제가 전부 다 풀려 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경비초소에서 수학 문제를 풀다 잠든 사이 경비인 이학성이 문제를 다 풀어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학성에게 쫓아가 자기에게 수학을 가르쳐 달라고 조른다. 처음에는 지우에게 냉정하게 대하던 이학성이 우연히 전학 위기에 처한 지우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되면서  지우에게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단 조건 3가지


1. 수업은 무조건 비밀로 할 것

2. 사적인 질문은 하지 말 것

3. 성적에는 신경 쓰지 말 것


이학성은 자신의 정체가 세상에 들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탈북민이다. 그래서 철저하게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한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면서까지 지우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이학성은 지우에게 수학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 가르친다. 빨리 정답을 유출해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학과 친해질 수 있도록 몸으로 부딪치면서 수학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수학이 정말로 아름다운 학문이라는 사실을 체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다.


이학성은 지우와 같이 어울리는 과정에서 자신과 함께 탈북 했다가 대동강을 헤엄쳐 다시 월북을 시도하다가 군국의 총에 맞아 3년 전에 죽은 자신의 아들을 떠 올린다. 하지만 그건 혼자만 가슴에서 더듬어보는 아픈 기억이다. 그 아들을 떠 올리면서 지우에게 저녁밥을 지어 먹인다. 두 사람의 신뢰가 굳어져 가는 사이에 새로운 인물이 둘 사이에 등장한다.


두 사람 사이에 박보람(조윤서)이라는 여학생이 끼어들면서 둘만의 비밀은 세 사람의 비밀이 된다. 지우는 보람이와 함께 학교 자료실에 몰래 들어가 이학성이 보고 싶어하는 리만 가설에 관한 논문을 인쇄한 후 이학성에게 가져다준다. 그러는 사이 학교에서는 대학 입시에 반영됨은 물론이고 중간고사 점수에 반영되는 중요한 수학 경시대회 날짜를 예고한다.


이 과정에서 수학 교과 담당이면서 지우의 담임선생님인 박병은이 수학경시대회 시험지를 소수정예 수학학원(오일러의 법칙)을 하고 있는 후배에게 빼 돌린다.  그런데 마침 지우를 좋아하던 보람이가 엄마의 손에 이끌려 오일러의 법칙 소수정예 학원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풀어준 문제가 수학경시대회에 그대로 출제된 것을 확인한다. 보람이는 백지 답안지를 제출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시험지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익명게시판에 올린다.


학교에 시험지가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기에 몰린 지우의 담임 선생님은 후배를 다른 곳으로 빼 돌리고 위기에서 빠져 나갈 방법을 모색하던 중, 논문 복사를 위해 자료실에 들어갔던 지우의 모습이 CCTV에 찍힌 것을 발견한다.  지우의 담임 선생님은 CCTV 에 찍힌 지우의 모습을 빌미로 지우를 시험지 유출 범인으로 몰아세우면서 자신이 빠져나갈 기회를 노린다. 그 과정에서 담임은 지우에게 다른 학교로 전학가면 별 문제없이 시험지 유출 사건을 해결해 주겠다고 회유한다.


지우는 자기가 시험지를 훔친 것이 아니라고 말하다가 증거로 증명하라는 선생님의 말에 이학성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 사이 이학성은 과거에 북한에서 증명한 이만의  가설이 검증 과정을 거쳐 학계의 인정을 받으면서 오히려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이학성은 북한으로 돌아오라는 회유와 한국 방송에 출연하라는 두 가지 제안을 받게 된다. 두 제안 다 수용할 수 없었던 이학성은 어디론가 떠나기로 결심하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시험지 도둑으로 몰린 지우가 이학성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면 자신의 누명을 벗을 수 있었지만 지우는 끝까지 이학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험지 유출 누명을 쓰고 전학을 가기로 결심한다. 이 사실을 보람이로부터  듣게 된 이학성은 지우의 누명을 벗겨 주기 위해 교내 수학경시대회 결과 발표 행사장에서 자신이 이만의 가설을 검증한 이학성이라고 밝힌다.


그러면서 북한에서는 자신의 수학이 전쟁 무기 만드는 것에 사용돼서 탈북을 결심했는데

한국에서는 수학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도구로만 쓰인다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이학성의 도움으로 지우는 누명을 벗게 되고, 3년이 흐른후에 독일 수학연구소에 가 있는 이학성을 만나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이 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학성이라는 인물은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려는 힘에의 의지를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북한에서 태어났고, 또 집안이 가난했음에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어라 수학을 공부해서 수학 천재가 된다. 그럼에도 북한 체재에서는 자신의 학문이 좋은 곳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전쟁 살상 무기를 만드는 곳에 사용된다는 현실을 거부하고 더 좋은 환경을 찾아 남한으로 넘어온다.


그런데 막상 남한에 와 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동떨어진 현실을 마주한다. 수학이라는 아름다운 학문을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출세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에 환멸을 느낀 이학성은 꿈을 잃고 자식까지 잃은 상처까지 가슴에 동여메고 조용히 숨어서 고등학교 경비생활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던 중에 어린시절에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자기 연민과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살고 있는 한지우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한지우에게 결과만을 추종하는 삶이 아니라 아름다운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된다는 삶의 바향성을 제시한다. 지우는 이학성을 통해 낙타의 삶에서 사자의 삶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과정을 겪는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이고 그 소중한 가치들을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주인공 외에 다른 인물들은 아무런 반성없이 타성에 젖어 살고있는 낙타의 삶으로 그려진다. 오로지 수학 점수를 잘 맞아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유일한 생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부류들이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없이 선생님과 부모님의 희망대로 좋은 대학을 위해 질주한다. 이것이 바로 낙타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전형이다.


이 영화는 낙타와 사자의 삶을 아주 대조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타성에 젖어 타자의 욕망을 자기 욕망으로 착각해서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화두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의 방향성이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야? 아니면 이 사회에서 나에게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강요한 삶이냐?에 대한 메세지를 확실히 던져준 영화다.


좀더 길게 만들어서 디테일을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긴했지만, 감동과 철학이 같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좋은 영화라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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