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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Apr 24. 2024

예술을 위해 실루엣만 남기고 다 벗었다

     

삶속에 파 묻혔던 엄마의 여성성을 뒤늦게 펼쳐본 딸의 반성문

조서정 시인의 첫 산문집엄마를 팝니다출간



조서정 시인이 5월 가정의 달에 첫 산문집 『엄마를 팝니다』를 달아실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가정의 달에 선보인 책, 제목이 『엄마를 팝니다』라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번 산문집 『엄마를 팝니다』는 제목에서 이미 드러나듯이 엄마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엄마를 중심으로 하여 지난 백년 가까이 이어진 조서정 시인의 가계와 내력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조서정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아버지의 여자였던 엄마를 훔친 죄, 뒤늦게 용서를 구합니다. 사남매의 엄마보다 아버지의 여자였을 때 더 곱게 빛났던 우리 박천규 여사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세상 모든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산문집 출간 소감을 밝혔다.


이번 산문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1부는 조 시인 부모님의 혼인 전 중매 이야기부터 첫날밤 이야기, 혼인 7년 동안 아기를 낳지 못해 백마강에 빠져 죽으려 했던 어머니의 사연, 아버지의 이유 있는 첫 외도 등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웃지 못할 가정사가 옴니버스 소설형식으로 전개된다. 


‘씨뿌리는 남자’라는 타이틀로 시작되는 2부는 “나 데려와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다”는 어머니의 타박에 아버지가 “자식을 넷씩이나 낳아줬으면 남자로서 할 일 다했다”고 으름장을 놓은 사연이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3부는 가난한 집안에 시집와 틈틈이 산에 다니면서 약초를 캐 팔아 자식들을 가르치면서도 10년간 시어머니 똥기저귀 수발을 한 엄마의 곡진한 삶들이 오늘의 이야기처럼 현실감 있게 펼쳐진다. 또 열네 살에 스물여덟 살 먹은 홀아비한테 시집와서 전처 자식한테 빈 젖을 물리며 키운 외할머니의 곡진한 여자의 일생 등등 울다가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사연들이 산문집을 가득 메우고 있다. 


4부는 사후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꿈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재미있게 해석한 부분과 시골 마을에서 일어났던 웃지 못할 아픈 사연들이 던지는 삶의 화두로 구성되어 있다. 


산문집 『엄마를 팝니다』에 표사를 쓴 홍일표 시인은 “자식들에게 북극성 같은 존재였던 엄마, 약초 캐서 판 돈으로 4남매의 학비를 대고 아버지 대신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갔던 엄마. 곤고했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자란 조서정 시인에게 엄마는 어둠 속 별빛이었고, 애잔한 연민의 대상이었다”면서 “어머니를 비롯한 한 가족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산문집에 빚보증으로 재산을 날리고도 평생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다 간 아버지, 오빠와 두 남동생, 가까운 혈육 들의 일화가 빼곡히 실려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엄마와 퐁당퐁당 주고받는 농담 등 슬며시 웃음 짓게 하는 이야기, 가슴 짠하게 하는 장면들도 여럿 만나게 된다”고 기술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삶의 속살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진솔한 서사의 힘이 독자를 책 속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편편마다 엽편소설을 읽는 것 같고, 작은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재밌는 옴니버스 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면서 “어렵고 힘든 삶의 곳곳에서 조팝꽃처럼 피어나는 천연의 웃음은 조서정 산문집 『엄마를 팝니다』의 특별한 매력이다. 징징거리거나 신세 한탄조의 넋두리가 아닌, 생의 틈새에서 발견하는 신성한 긍정과 건강한 웃음은 이번 산문집의 저력이며 큰 덕목이라 할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이번 산문집의 편집자이기도 한 박제영 시인은 조서정의 산문집 『엄마를 팝니다』를 “엄마에 관한 알파요 오메가”라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박제영 시인은 “ 여기 엄마를 파는 여자가 있다. 산골에서 평생 한 남자만 바라본 한살림 유기농이요. 웬수 남편 이승 떠나는 날까지 보살핀 의리파요. 유지 비용도 아주 경제적인데다가 무명 시인 딸 하나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한정판이니 서두르라고, 좌판 위에 엄마를 올려놓은 여자가 있다” 며 “그 여자는 엄마의 간난신고와 신파를 팔아 산문집 『엄마를 팝니다』를 떡하니 올렸다”고 편집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 여자의 시집과 산문집을 읽다 보면 자연 우리 엄마와 겹쳐지고 마는 것이니, 어느새 같이 눌러앉아서는 웃다가 울다가 슬프다가 아리다가 그예 눈물 콧물 흘리고 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산문집은 조서정 시인과 그 가족의 개인사이기도 하겠지만, 실은 지난 백 년 동안 우리네 민초들이 살아낸 미시 근대사를 집약한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엄마를 팝니다』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었던 부모님의 희생을 배경으로 어머니라는 이름하에 가난한 삶속에 파묻힌 한 여자의 여성성에 대한 무명시인 딸의 뒤늦은 대리 고백인 동시에 반성문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서정 시인의 첫 산문집 『엄마를 팝니다』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그동안 자식을 위해 희생해 온 부모님의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볼 수 있는 책이다. 




다음주부터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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