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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Apr 16. 2023

[아주 사적인 차] 카이엔은 어떻게 여성의 로망이 됐나

4월 18일, 상하이 국제 오토쇼 4세대 포르쉐 카이엔 공개를 앞두고

“포르쉐 카이엔이요. 그거 살 때까지 열심히 일해야죠.”


피팅과 레이싱 모델로 인기가 높은 C 씨와 자동차 관련 스케줄을 진행하다가, 드림카에 대해서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 그러고 보니 요즘 ‘성공한 언니’의 아이콘은 포르쉐 카이엔이라는 말이 통용된다. 확증편향이나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카이엔을 탄 성공한 여성의 이미지는 떠올리기 어려운 이미지가 아니다. 골프장, 백화점 등 소비문화의 신전 같은 곳에선 카이엔에서 내리는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위 모델들은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지만 기사의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이런 이미지는 인스타그램에서 잘 볼 수 있다. 한글로 ‘카이엔’이라는 해시태그를 클릭하면 3만 건 이상이 뜬다. 영문인 ‘Cayenne’으로 검색하면 120만 건에 가깝다. 비슷한 체급과 네임 밸류의 ‘GLE’는 47만 건이 검색된다. 인스타그램은 여성 이용자 비중이 남성보다 높다. 일본의 리서치기업인 소셜와이어의 아시아 12개국 SNS 사용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 여성의 인스타그램 사용 비율은 25%, 남성은 19%다. 



2022년 포르쉐 코리아는 총 4,100대가 넘는 카이엔을 고객에게 인도하는 성과를 올렸다. 포르쉐 코리아 전체 매출의 절반이다. 리스 상품을 통해 사업 비용을 해결하려는 계약자가 많으니 계약자의 성별 데이터는 있어도 의미가 크지 않겠지만 적어도 돈을 내고 타는 이들 중 여성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은 판매 일선에서도 피부에 와닿는다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구매력이 확실한 있는 여성 자영업자들이 늘어났다. 특히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활성화하고, 홍보의 창구가 다양해진 것도 여성들의 사업 성공 기회를 높였다. 외모가 매력적인 여성들은 SNS를 통해 팔로워를 늘리고 이를 홍보를 위한 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오히려 모델은 외모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직업 중 상당히 어려운 편에 속하는 일이다. 예쁘다고 누구나 C 모델처럼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표현력이 있어야 하고 그 표현력을 제품 및 프로젝트의 특성과 연결시켜야 한다. 그러나 SNS 기반 상거래 플랫폼의 발달은 그런 표현력까지는 없어도 사업을 키우기에 좋다. 물론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지만 돈을 벌어들일 기회는 열려 있다.



게다가 성공해서 카이엔을 타는 게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차가 카이엔일 수도 있다. 쇼호스트 김민성은 <지금 당장 포르쉐를 타라>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더 이상 '외화내빈'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현재의 비즈니스 세계에 대한 대처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흘려들을 수 없는 메시지다. 카이엔을 선택하는 여성들의 상당수도 이러한 전략적 차원의 투자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와 하체’ 그리고 ’, 여성들 홀린 카이엔의 매력


여성들이 카이엔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우선 디자인을 빼놓을 수 없다. 바이작(Weissach)  연구소에서 탄생한 3세대 타이칸은 7세대의 포르쉐 911과 디자인 요소를 공유한다. 911의 디자인은 어떤 스포츠카 브랜드의 그것보다도 직관적이다. 달리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아, 이건 빠른 차야’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 빠른 차의 이미지가 SUV에 적용되면서, SUV, 특히 준대형급의 고급 SUV는 투박하고 둔탁하다는 이미지를 지웠다. 물론 메르세데스 벤츠 G 클래스처럼 ‘각’이 살아 있는 차를 선호하는 여성들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카이엔이 마냥 유약한 이미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측면의 휠 아치가 주는 볼륨감과 깨끗한 면처리, 단정하게 정리된 라이트바 중심의 후미 디자인은, 우락부락한 근육질이 아니라, 벗었을 때 보기 좋고 입으면 태가 나는 ‘섹시보이’의 전형이다.


달리는 차임에도 승차감이 우수하다는 것 역시 이 차의 매력. 차고가 높음에도 안정적인 고속 코너링이 가능한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orsche Active Suspension Management, PASM)가 적용된다. 특히 성능과 그랜드 투어링의 밸런스를 모두 갖추고 편의 사양도 한국인 맞춤형이라 불리는 GTS 모델은 일반 카이엔 대비 지상고가 20㎜ 낮아 이론상으로는 서킷 주행도 가능하다. 



인테리어는 레인지로버나 메르세데스 등과 달리 다소 심심한 구석이 있지만, 깔끔한 직선 중심의 아키텍처 그리고 레이스카의 강렬함을 개성으로 하는 포르쉐라는 점을 알고 구매한 고객들이 더 많다. 트렁크 공간은 넉넉하진 않지만 그래도 체급이 있어서 골프백 2개 정도를 어찌어찌 실을 여유는 나온다. 사실 이 공간적 여유 때문에 마칸을 건너뛰고 카이엔으로 직행하는 여성 오너들도 적지 않다. 패션 관련 자영업을 하는 인플루언서 겸 대표라면 마칸보다 카이엔이 훨씬 매력적일 것이다. 


이미지 출처 Envato Element 구입


게다가 큰 고질병이 없는 내구성도 장점이다. 따지자면 고압 연료 펌프 쪽의 문제인데 이것도 7~8만km 정도를 주행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C 모델과 한 작업이 2년 전, 그때 그는 만 28세였다.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인 C는 아담한 키에 아리아나 그란데를 닮은 얼굴과 두상, 깊은 톤의 피부, 날씬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볼륨이 돋보인다. 그래서 선호하는 이들이 많았다. 자신을 찾아주는 곳은 일정만 맞으면 크게 가리지 않았고 성심성의껏 함께 작업하는 태도도 호평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영상보다 스틸에서의 표현력이 더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됐다. 


프레데릭 슐로서 Frederic Schlosser의 2022년 스포트라이트어워드 수상작. 글 내용에 등장하는 모델과는 무관


그러다 보니 거의 하루에 2건 이상 스케줄이 있었다. 한 건당 적어도 100만 원은 되는 일들이었다. 워낙 관리를 잘 하고 앳돼 보이는 외모여서 적어도 몇 년은 더 이런 인기를 누릴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C 모델은 그 당시 독일 수입 세단을 타고 있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카이엔 정도는 ‘드림’이라기보다 다음 목표 차량 정도가 아니었을까 한다. 지금은 이미 샀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아마 다음의 이유가 아닐까.




4월 18일 등장 예고한 3세대 카이엔 F/L


오늘 4월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상하이 국제 오토쇼에서, 포르쉐가 3세대 카이엔 페이스리프트를 공개한다. 첨단 인포테인먼트 트렌드를 따르는 인테리어와 UX는 미리 공개한 바 있다. 기어 변속 시스템이 클러스터 옆에 붙어 있는 모습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시원시원한 선은 돋보인다. 



그간 주행 테스트 이미지는 3세대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모습. 일단 공개된 한쪽 헤드램프만 보면 전기차인 타이칸의 이미지를 닮았다. 쿼드 타입의 LED 주간주행등이 장착된 구조와 전체적인 윤곽이 그러하다. 물론 타이칸처럼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창업주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브랜드를 만들고 손자인 F. A. 포르쉐가 911로 브랜드의 상징성을 만들었다면 그 사이 세대인 페리 포르쉐는 현금을 만들었다. 포르쉐에서 가장 대중적인 차 카이엔은 파나메라와 함께 포르쉐의 돈줄을 책임지는 차종이다. 카이엔이 이렇게 인기를 얻게 된 데는 세계적으로 ‘여심’을 잡은 덕분으로 볼 수 있다. 역시 장사는 ‘여심’이며 여심 앞에 장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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