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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Apr 18. 2023

"전기차 비싸게 사지 마세요!" 폭스바겐 ID.7

1회 충전 시 700km, 5만 5,000~6만 6,000달러대 예상

최근엔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한동안 자동차 가격이 오르는 카플레이션(carflation, car+inflation)은 세계 경제계의 화두였다. 이 자동차 가격의 상승에는 자동차의 전동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를 제어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는 1,000개 정도다. 내연기관차가 약 200개 정도를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하면 큰 차이다. 배터리의 충방전 효율화, 회생 제동의 최적화, 과열을 막는 시스템 등은 내연기관과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기도 하다. 자율주행을 지향하는 ADAS(능동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나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전기차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첨단 차량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전기차에는 기본사양으로 여겨졌다. 



전기차의 가격을 오르게 한 또 다른 요인은 배터리다. 역시 지금은 가격이 조금 내려갔지만 핵심 소재인 리튬이 전략 자원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리튬 생산국들은 이를 자원무기화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한 것도 리튬의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요인은 전기차 브랜드들의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 최고 출력 경쟁이었다. 더 큰 배터리 팩을 장착하다 보니 그만큼 차가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가 꼭 그렇게나 길어야 할까? 출력이 1,000ps 이상이어야 할까? 물론 한국의 경우처럼 전기차 충전 시스템의 구축 정책이 수요 분산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길수록 좋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300~350km라면 충분하다.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는 60~80kWh 정도면 적절하다. 물론 이 정도도 적은 용량은 아니지만  90~100kWh 이상을 바라보는 차량은 기술 발전 초기 단계의 치킨 게임 이상이 되기 힘들다. 



폭스바겐은 냉철하게 판단했다. 내연기관 시대에도 폭스바겐 브랜드는 주행의 재미만큼이나 효율과 경제성의 아이콘이었고 EV 시대에도 이를 통해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골프를 대체할 ID.2를  2만 5,000 유로(한화 약 3,600만 원)로 만들어 양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모든 세그먼트에서 합리적 가격을 자랑하는 전기차를 공급해, 2030년까지 유럽 판매량의 80%를 전기차로 바꾼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폭스바겐 ID.7의 출시 시기는 유럽과 중국의 경우 2023년 내, 북미의 경우 2024년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정확한 가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카 앤 드라이버(Car And Driver)> 등 북미 주요 매체들은 5만 5,000달러(한화 약 7,245만 원), 6만 6,000달러(8,7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차 역시 전기차인만큼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배터리팩의 용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ID.4에 적용되는 77 kWh 배터리 팩이 먼저 적용되고 후에 86kWh 배터리 팩이 추가될 예정이다. 



ID.7이 목표하는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는 WLTP 기준 700km. 폭스바겐 측은 86kWh 용량 기준이라면 8km/kWh 수준의 효율이다. MEB 플랫폼의 효율과 최대 0.23Cd의 공력 성능을 통해 이러한 목표 수치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EPA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560~630km 정도의 주행 거리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떻게 이런 정도의 효율이 가능할 수 있을까? 답은 구동 모터의 최고 출력에 있다. 어떤 배터리 사양에 적용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ID.7의 최고 출력은 210kW(286ps) 수준이다. 0→100km/h 가속 성능은 약 5초 수준. 사실 특별히 고성능차를 지향하는 게 아니라면 이 정도의 출력 사양으로도 불편할 일이 있을까? 전기차의 출력 성능은 곧 방전량이 많다는 의미다. 286ps라면 현재 3.0리터 V6 디젤 엔진을 장착한 투아렉의 출력 수준이다. 일상적인 수준이 아니라 고속도로라 해도 투아렉의 최고 출력이 부족할까?



엄청난 최고 출력과 경이로운 주행 거리는, 전기차 산업의 초기, 내연기관에서 마음을 거두지 못하는 많은 소비자들을 전동화 파워트레인 쪽으로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되긴 했다. '내연기관보다 적은 에너지 비용, 환경 오염의 죄책감 없이 고성능을 즐길 수 있다'는 가치로 내연기관 유저들을 유혹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애초에 오래갈 수 없는 것이었다. 도대체 일반인 운전자가 1,000ps를 쏟아부을 도로가 어디 있단 말인가?


결국 전기차도 '차'라는 점, 소비자들이 '차'에 요구하는 가치는 에너지의 종류에 무관하게 같은 내용일 것이라는 점을 폭스바겐은 꿰뚫어 봤다.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우수한 기술개발 인력과 노동력, 원료공급 가치체인  확보 등을 이뤄낸 폭스바겐은, 전장 5미터가 넘는 전기 세단을 내놓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계획이다. 아직 전기차 시장은 전체 자동차 시장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양으로 이 시장을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미래가 아닌 현재를 위한 전기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폭스바겐은 말한다. 



ID.7과 비슷한 체급의 세단은 폭스바겐에 있어 실로 오랜만이다. 2016년을 마지막으로 단종된, 아우디 A8의 형제차 페이톤(Phaeton) 등장 이후 7년 만에 등장하는 차다. 페이톤은 폭스바겐 특유의 합리성으로 고객들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2030년까지의 목표가 어떻고를 이야기하기 전에, 폭스바겐은 당장 페이톤의 실패를 반복할 생각이 없다. ID.7은 지금 이 순간, 장거리 주행용의 전기 세단이 필요한 이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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