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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실망하지 않기

계속되는 실수, '관둘까' 싶을 때

by 휠로그

저는 레슨 프로가 아닙니다. 다만 수십 년 골프를 하다가 다시 초보의 길을 선택하면서 경험하게 된 다양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제대로 된 레슨은 다니시는 연습장의 프로님께 의뢰하세요!



‘그깟 공놀이’ vs ‘중꺾마’


‘중꺽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는 아직도 유효하게 통합니다. 뜻이 좋으니 꽤 생명력이 있을 듯합니다. 지난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의 한 선수가 했다는 말인데, 이미 16강 진출이라는 큰 성과를 거둔 다음이니, 아쉬움보다는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자는 내면적 다짐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2C0245_011.jpg 이미지 출처 : 미디어 다임러


그런데 사실 엄청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취미로 하는 운동 정도를 하면서 뭘 이렇게 의미 부여를 하고, 안 되는 것을 잘하려 애를 쓰는 것이 때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을 때가 있을 겁니다. 골프는 그런 패배감과 타협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들게끔 만드는 스포츠죠.


사실 생짜 초보를 벗어나서 이제 한 90타 정도를 치시는 분들은 이런 마음이 들어도 일정 수준까지 스코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자주 가는 코스 몇 군데를 정해두고, 매 홀마다 투 퍼트 기준으로 티샷까지 최적의 진행을 역산하는 겁니다. 거기서 가장 사용 빈도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 클럽 몇 개와 퍼트만을 집중적으로 수련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분들은 그냥 저런 마음이 든다 해도 그냥저냥 골프 생활을 하게 됩니다.


b-Campaign Visual Porsche Golfsport with Porsche Brand Ambassador Paul Casey and the Porsche Taycan Turbo.jpg 이미지 출처 : 포르쉐 뉴스룸


하지만 골프에서 스포츠다운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거나 스윙을 막 익혀나가는 분들이라면 제풀에 골프를 그만두게 될 수 있습니다.


사실 ‘그깟 비싼 공놀이’ 관둔다고 인생 구멍 나는 거 아니지만, 그렇게 놓쳐버리기엔 아까운 재미가 골프에는 있습니다. 특히 잘 정제된 스윙으로 공을 가격하는 법을 숙달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스포츠이자 정신 수양도 되죠.



내가 대단한 사람이란 기대는 불필요하다


일단 골프를 익히는 데 있어 ‘마음이 꺾이지 않는다’라는 상태는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망은 왜 할까요? 기대가 있기 때문이죠. 기대는 정확한 현실보다 자신의 바람이 근거가 된 하나의 상입니다. 즉 자신이 연습하면서 만들어내는 결과들이 자신의 기대만큼 멋있지 않아서 실망하게 되는 것이죠. 허깨비 때문에 골프의 재미를 포기한다면, 너무 아까운 일입니다.


실망이얍.jpg 출처 : Envato Element 구입



사실 좌타로 바꾸면서 초보나 다름없는 상태로 돌아간 저도 자신에게 쓸데없는 기대를 할 뻔한 적이 없었던 게 아닙니다. 그립과 어드레스를 체크하고, 드릴을 해봐도 맞지 않을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통상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보통 연습 시간 중반 이후 일입니다. 안 되는 이유는 명확하게 기술적인 겁니다. 볼이 제대로 맞지 않을 방법으로 휘두르니까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거죠. 알면서도 안 되는 이유는, 이 시점에 보통 호흡이 흐트러져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잘 맞지 않고 있는데 빨리 다시 쳐서 좋은 결과를 보고 싶어서 또 공을 바로 치려고 덤비게 됩니다. 악순환이 되죠.



막 치지 말고 쉬면서 연습하기


일단 폼을 익히고 샷 감각을 숙달하기 위해서는 절대 연습량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작정 휘두르고 치는 것과 잘 맞는 방법으로 연습하는 건 다릅니다. 최근 프로님들의 레슨을 보면 3, 4개 정도를 치고 그립이나 어드레스 등을 반드시 풀어보는 것을 권합니다.


저는 먼저 점프를 가볍게 한두 번 하면서 어깨를 털어 봅니다. 특히 승모근에 힘이 안 들어가도록 노력합니다. 승모근에 힘이 들어가면 공을 맞출 때 어깨가 움츠러들면서 공의 머리를 때리기 쉽습니다. 전문용어로 ‘쪼로’ 나기 쉽죠. 그리고 자세를 다시 잡을 때는 상체를 숙이고 전에 피트니스에서 랫 풀 다운(lat full down) 동작을 할 때처럼 견갑골을 아래로 내리려고 합니다.


sexy-girl-working-out-at-sport-gym-2022-12-16-03-01-51-utc.jpg 출처 : Envato Element 구입


실제 선수들의 어드레스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보면 기본적으로 이 동작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 골프뿐만 아니라 몸의 회전을 쓰고 타격을 하는 거의 모습 스포츠에서 마찬가집니다. 이렇게 해야 어깨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고 목이나 흉추 쪽에 불의의 통증이나 부상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golf-player-2021-08-26-15-57-12-utc.jpg 출처 : Envato Element 구입


골프 외에 다른 운동은 별로 하지 않아서 이런 감각을 모르시겠다면, 양 팔의 상박부만 몸통에 바짝 붙여보기를 권합니다. 몸통이 회전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클럽을 활용해 보는 겁니다. 전설적인 벤 호건의 스윙 교습 비디오에 나오는 장면이죠. 팔이 자꾸 떨어지면 로프나 밴드 같을 걸로 상박부만 고정해 보세요. 혼자 못 하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시고요. 물론 상대가 결박 행위에 흥분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라면서요.


이 상태에서 똑딱이 크기를 100%라고 했을 때 120% 정도로 휘두른다는 느낌으로 연습해 봅니다. 이때 스탠스는 좁히고, 머리의 위치를 최대한 고정합니다. 공을 치기 전에 볼이 나가는 쪽 옆구리(좌타는 오른쪽, 우타는 왼쪽 옆구리)에 힘을 빡 줍니다. 그 이상 안 움직이면 멈추면 됩니다. 체중이동이나 지면 반력 등은 그다음의 이야기입니다. 볼이 안 맞는다면 이 단계의 동작 자체가 흐트러졌기 때문입니다.


462241-titleist_tsr1_hamilton_05724_R1-1648bf-original-1672864831.jpg 이미지 출처 : 타이틀리스트 미디어 센터


이렇게 조정해가다 보면 분명히 좋은 타격이 이뤄지는 순간이 옵니다. 안 맞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이유가 있으면 고칠 수 있죠. 다만 저는 왼손잡이 우타 골퍼이던 시절, 갑자기 기본이 시시때때로 무너지는 입스가 일 년 에 한 번 이상 와버리곤 했습니다. 실제 거의 모든 운동을 왼손으로 하는데 이것만 그 반대 방향으로 하니까 몸이 착각을 하더군요.


사실 저는 왼손으로 바꿔서 실수를 하고 안 맞는 중에도, 우타일 때처럼 ‘아 왜 안 맞지’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원래의 제 몸으로 운동하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전생의 기억을 안고 한 번 더 태어난다면 이런 기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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