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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May 08. 2023

[시승기]완전 전동화, 그게 중요해요?

토요타 라브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좋은 질문 하기.’ 챗 GPT가 등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살생부’에 어떤 직업이 올라갈지를 궁금해하고 있을 때, 뇌과학자인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가 던진 화두다. AI의 퍼포먼스를 쓸모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결국 인간의 질문이다. 


토요타는 라브 4 하이브리드를 런칭하며 ‘두 개의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키 메시지로 내세웠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자신에게 좋은 차가 무엇인지 질문해보게 하는 차이기도 하다. 또한 전동화라는 트렌드가 과연 구호처럼 이상적인지에 대해서도 까다롭게 묻고 싶게 만든다. 




가벼운 움직임, 승차감은 최소한의 안정성과 부드러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기존 하이브리드 대비 큰 배터리를 기반으로 출력 그러니까 방전량이 많은 구동 모터를 결합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BEV(Battery Electric Vehicle) 순수전기차에 좀 더 가까운 전기차다. 전기차처럼 충전을 통해, 전기차로서의 역량을 더 크게 누릴 수 있지만 동시에 엔진을 통해 불완전한 충전 인프라의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라브 4 PHEV는 경쾌한 속도감이 매력이다. 전륜 모터 최고 출력은 182ps로 기존 대비 62ps나 증강됐다. 2.5리터 가솔린 엔진 최고 출력은 178ps로 합산 최고 출력은 306ps. 엔진 출력의 경우 최고 출력 수치는 동일하지만 유지 구간이 6,000rpm으로 500rpm 더 높게 확장됐다. 최대 토크는 22.7kg∙m으로 하이브리드 대비 0.2kg∙m 높게 세팅됐는데, 발휘범위는 3,200~3,700rpm으로 좁다. 일반 하이브리드의 최대 토크 범위가 3,600~5,700rpm에 달하는 것과 달리 낮고 좁게 유지된다. 즉 고속 가속에서도 엔진이 아닌 모터의 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고속 구간에서도 모터의 힘이 개입하는 구간이 넓다. 토요타 2.5리터 엔진 특유의 부드러운 구동감을 느낄 틈도 없다. 


가속감은 주행 모드에 따라 확연히 구분된다. NX450h+보다 공차 중량이 100kg 정도 가벼운 1,930kg인데 체감되는 가벼움은 그 이상이다. 다만 토크가 좀 강하게 전달된다 싶으면 바퀴가 살짝 헛도는 느낌이 있다. 약간 노면 마찰력이 부족한 조건일 때도 그렇다. 이미 공인 복합연비는 15.6km/L이고 실제 주행 연비는 19km/L을 훨씬 넘는다. 오죽하면 시승차 관리 업체 담당자가 인근 주유소에서 주유는 안 하고 세차만 해서 미안할 정도라고 한다. 편평비 55%의 타이어보다는 50%급 이하의 타이어를 적용해도 연비 감소가 클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물론 마찰 소음이 어느 정도 발생할 수는 있겠다. 모든 것은 선택. 



물론 그렇다고 이것이 조향성능이나 승차감에 나쁜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 TNGA 플랫폼이 우수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PHEV 차량임에도 차체의 역량만으로 안정감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NX 450h+처럼 부드러운 것은 아니지만-정작 그 차도 1세대 비해서는 단단한 편이었다-급정거 시 하중이 몰렸다가 회복되는 동작에서 군더더기 없고 절도 있는 복원력에서는 양보가 없다. 


물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만큼 회생 제동 시스템이 압도적이라 할 순 없었다. 딱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배터리가 버틸 수 있을 정도만이다. 



충전 필요 없지만, 찾기 어려운 충전 시설


다만 PHEV 차량을 시승할 때 의외로 허들로 작용하는 것이 충전 시스템의 부재다. 이 차의 충전은 AC단상 5핀을 활용한 완속 충전이다. 그런데 충전기가 주로 비치된 관공서나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이 구조의 완속충전기가 없는 곳도 있다. 민간 충전 시스템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완속 충전기에서는 가능하지만 이 경우 앱을 다운로드하여 요금 월 단위 예약 과금제를 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전기차를 보유하지 않은 입장에서 굳이 시승차를 위해 여기에 돈을 넣어 놓기는 애매한 상황이다.


아래 영상처럼, 일반적인 관공서에 설치되어 있는 완속 충전기로는 충전이 불가하다. 국내 런칭 행사 당시 선보였던 자체적인 충전 시스템을 전시장 단위로 빨리 확장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한다. 추후 BZ4X 같은 전기차 라인업을 확충할 계획이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런 전략이 크게 요구될 것이다.


사설 업체와 제휴된 전용 충전기(왼쪽)와 토요타의 순수전기카 BZ4X(오른쪽)

차량을 받았을 때, 배터리 충전량은 1/4 수준이었는데, 이 정도에서는 배터리 전력량의 잔량을 미리 설정해놓고 그에 맞춰 엔진에 의한 충전을 가능케 하는 CHG 홀드나, EV 모드를 기본으로 하는 AUTO EV/HV를 경험하기는 어려웠다. 이 모드를 활용할 수 있다면 퍼포먼스는 물론 25km/L 이상의 실연비를 기대할 만한다. 





“스포티지가 낫겠다” 소리 듣는 인테리어, 과연 그렇기만 할까


사실 이 차의 인테리어가 군더더기 없다 못해 다소 휑한 것은 사실이다. 차량의 가치, PHEV 시스템을 적용한 차 치고 5,570만 원이라는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소비자들을 완벽하게 설득하긴 어렵다. 물론 이 차를 살 사람들은 실내 편의 사양 등에 방점을 두진 않을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국산차의 부실한 하체, 내구성이 약한 엔진과 변속기 등에 실망해서 넘어온 이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아쉬운 점은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에너지 흐름도를 보여주는 그래픽은 고등학생이 파워포인트로 만든 것 같다. 인테리어가 검약하기로는 마찬가지인 혼다 CR-V의 이전 세대 하이브리드 차종의 그래픽이 차라리 센스 있어 보일 정도. 다만 드라이브 모드가 바뀔 때 계기반의 그래픽은 심플하고도 의미에 부합해 보기 좋다. 


하지만 용량이 큰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하고도 2열과 트렁크 공간에 희생이 없다는 것도 장점. 토요타 역시 일본 브랜드답게 패키징에서의 효율성이 우수하다. 다만 그만큼 도어, 트렁크 개폐 시 나는 소리에 감성적 측면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브레이크 반응성 확실히 강화된 DRCC


토요타는 2, 3년 전까지만 해도, 렉서스 브랜드를 포함해 ADAS 기술의 적용에 보수적이었다. 그러나 2세대 NX도 그랬고, 라브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서도 확실히 달라진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시스템과 차선 중의 하나만 인식해도 작동하는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의 진화는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였다. 개인적으로 NX300h의 LSS+의 2세대 버전을 오래 경험해 본 결과다. 특히 선행 차량의 검출 반응과 그에 따른 제동이 빨라졌다. 앞 차와의 거리는 4단계로 조절 가능. 




LTA의 경우, 이전에는 경쟁사 차종들의 차선 인식 및 차로 유지 보조 기능 대비 ‘까딱거림’이 심했다. 카메라의 차선 인식 범위가 상대적을 짧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2세대 NX도 그랬고 라브4 PHEV 역시 ‘진득하게’ 조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 상당수 제조사의 오너스 매뉴얼에서는 이 기능을 의도적으로 시험해보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으며 이 경우 사고가 나는 데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업데이트된 내용을 보자면 주간과 야간에 모두 작동 가능하고 자전거 라이더, 보행자 등을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인접 차로와 대향차와의 충돌을 방지하거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센서도 들어가 있다. 



혹자들은 토요타가 하이브리드 전략에 집중하느라 전동화 시기를 놓쳤다고 한다. 타당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실탄이 가장 많은 회사인 토요타가 폭스바겐처럼 마음먹고 전기차에 올인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기차든 내연기관이든 그 하나만으로는 완벽한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세계 산업과 경제의 흐름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에서 수력이나 풍력 등, 비화석연료 계열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도 채 되지 않는다. 특히 극한 기후로 인해 어떤 시기에는 발전량이 초과되고 어떤 시기에는 부족해지는 현상이 반복되며 안정성도 떨어진다. 게다가 고질적인 문제인 전력 배분의 계통도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기차냐 내연기관차랴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 파워트레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작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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