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꿈이 오픈카? 찬물 뿌려 죄송합니다
소설가 장류진 님의 <일의 기쁨과 슬픔> 타이틀을 차용했습니다.
뜻하지 않게 컨버터블 차량을 메인으로 타게 됐다. 복잡한 집안과 경제 사정이라 상세 내용은 생략. 어쨌든 많은 사람들에게 ‘드림카’라고 불리는 장르인데,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도 않고 불편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오픈카’의 로망을 가진 이들에게 찬물만 뿌리려는 건 아니다. 머리카락이 흩날리는⏤사실 이런 현상이 있다면 설계 실패⏤오픈에어링 외에, 의외로 일상에서 주는 소소한 재미나 편의 기능도 있다. 아주 사적인 차, ‘컨버터블의 슬픔과 기쁨’을 지극히 사적인 시선으로 간략히 살펴보았다. 우선 슬픔 편이다.
북미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소비자 평가 기관 중 하나인 에드먼즈가 고안한 TCO(True Cost to Own)라는 개념에 따르면 북미 기준으로 BMW 3시리즈의 2.0리터 모델의 5년간 TCO가 6만 6,000달러(약 8,860만 원)이지만 동일한 배기량의 Z4는 7만 1,500달러(약 9,600만 원) 정도다. 언뜻, 가격 차이는 약 8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에드먼즈의 평가 기준은 ‘최소’다. 한국 대비 애프터마켓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미국에서 나온 수치인데도 저 정도다. 한국에서 컨버터블 차량에 드는 유지비는 동일 배기량 차량의 1.3배 이상이라 봐야 한다.
이건 경사와 커브가 많은 한국의 도로 특성과 하는 않다. 컨버터블은 B 필러(운전석 쪽 기둥 구조물)가 없다. B 필러는 코너링 시 차체 측면에 가해지는 힘을 견디고 사고 시 승객을 보호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컨버터블의 경우, B 필러가 없다 보니 도어가 그 역할을 다 해야 한다. 그러니 도어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도어가 무거운 만큼 유리의 강성도 더 필요하다. 부품이 무거우면 연결부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더 크다. 이런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결국 도어나 파워윈도 부품 등의 틀어짐도 자주 온다.
하지만 이 정도 부품의 고장은 양반. 지붕 개폐를 담당하는 기계 장치와 모터 등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이 장치들은 수납공간의 제약 때문에 크기가 클 수도 없고 강성에도 제약이 있다. 이 장치들이 틀어지면 그때부터 드는 비용은 1~200만 원으로 정리되는 게 아니다.
서스펜션 시스템에도 부하가 많이 걸린다. 그래서 컨버터블의 경우 중고 구입 시 특히 주행 중 스티어링휠 쏠림, 정지나 출발 시 타이어 근처에서 나는 잡소리 등에 유의해야 한다. 아니면 사자마자 잘 아는 샵을 통해 보강 정비를 하는 것이 좋다.
'잔고장과도 연관되는 부분. 부품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결국 소리 에너지로 바뀐다. 달구지나 노 젓는 소리는 ‘덜거덕, 삐그덕’(“달구지”, 정종숙) ‘지국총 어사와’(“어부사시사”)처럼 노래로라도 들리지, 이건 수천만 원 넘는 차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면 글쎄 얼마나 무시할 수 있을까? 실제 고장의 징후이기도 하기에 무시해서도 안 된다.
물론 소음 해결을 위해 방진재를 시공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 역시 차량의 무게 증가를 불러오는 방식이다. 별로 근본적인 대안은 못 된다는 점.
'천성적으로 남의 시선을 즐기지 않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있다. 업무나 휴식 등 일상생활에서도 크기와 무관하게 자신의 공간이 구획돼 있고 가려져 있어야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컨버터블의 탑을 연다는 건 ‘지옥’의 경험이다. 그런 사람이 왜 컨버터블을 타냐겠지만서도, 사람이 살다 보면 뜬금없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상황이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굴러가는 경우도 있다. 세상일은 모른다.
최초의 자동차는 원래 운전석이 모두 노출된 런어바웃 형태였다. 그걸 모두 폐쇄형으로 가린 것 자체가 혁명으로 평가받았다.
지금도 고급 세단의 경우 ‘벨트라인’의 높이 즉 윈도 하단의 높이를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 사생활을 보호하는 능력에 대한 평가다. 물론 이 두 가지 상반된 욕방을 교묘하게 조화시킨 디자인, 즉 운전자에겐 개방감을 주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하는 디자인이 메르세데스 벤츠나 벤틀리의 컨버터블 디자인이다. 역시 돈의 단위가 올라가면 해법이 나온다.
먼지나 꽃가루 자단 고생하는 사람들은 탑을 열 이유가 없다. 장마철엔 차를 갖고 나가는 것도 어렵고, 한여름엔 벌레가 많다. 가을부터는 춥다. 탑을 열지 않을 이유가 너무 많다. 겨울엔 자세한 생략을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캠핑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잠은 지붕과 벽, 바닥이 있는 건축적 구조체 안에서 자야 제대로 된 잠이다. 개인적으로는 군 생활 시절 했던 것으로 족하다. 한국전쟁 때 쓰던 장비를 그대로 쓰는 군 시절의 숙영 장비와는 다르겠지만.
오픈 에어링 역시 군 생활 동안 충분히 경험했다. 트럭 뒤에서 보는 강원도의 아름다운 산천은… 그냥 그 당시엔 녹색 지옥이었다. 꽃가루, 공사구간의 흙먼지, 여름의 벌레, 겨울의 혹한 등. 굳이 그걸 돈 주고 사서 하고 싶은 경험은 아니다.
이렇게 써서 개인적으로 컨버터블에 대한 거부감만 큰 사람인 것 같지만, 기쁨 편에는 컨버터블이 주는 의외로 소소한 일상의 재미들도 있을 예정이다. 절대 컨버터블을 사려는 분들을 도시락 싸서 말리려고 쓴 내용이 아님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