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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May 26. 2023

불심으로 달린다! 불교와 모빌리티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 날 특집

불교와 자동차라니, 무슨 관련이 있냐고? 스님을 포함한 불교의 수행자들도 모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자동차, 모빌리티와 동떨어져 살 수 없다. 다만 욕심에 따라 과도한 편의를 추구하지 말라고 가르칠 뿐이다. 불교는 실제로 교리 전반에 있어서 바퀴나 배에 관한 비유를 들고 있다. 수륙을 아우르는 모빌리티가 이미 교리에 들어 있는 셈이다.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해, 불교와 모빌리티의 인연에 대해 간략히 살펴본다.


석굴암 본존불(이미지 출처 : 문화재청)


불교의 중요한 상징, 바퀴와 수레



위의 사진은 인도 사르나트(Sarnath) 박물관에 있는 ‘초전법륜(初轉法輪)’상이다. 부처님의 손에 주목해보자. 왼손 중지가 자꾸 눈을 끌겠지만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길 권한다. 둥글게 말아진 오른손 엄지와 검지가 보인다. 이 수인의 이름이 바로 ‘전법륜인(初轉法輪印)’이다. 쉽게 말하면 왼손 중지 끝으로 ‘이렇게 바퀴를 굴리듯[轉: 구를 전] 진리를 전하는 것이란다’라고 설명하는 모습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초전법륜이란 처음으로 이 법륜을 굴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이는 이 사르나트 지역이 붓다의 초기 설법지인 녹야원(鹿野苑)이라는 점과 연결된다.


바퀴는 인류 문명사의 혁신을 이끌었다. 기원전 4,500년 전, 신석기와 동기(copper age)의 이행기에 등장한 바퀴는 늦어도 기원전 2,000년에서 1,500년 경, 아리안 족에 의해 인도 북부로부터 들어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부처님이 등장하기 1,000~1,500년 전에 이미 인도에는 바퀴가 전해졌다.


그리고 이 때는 이미 바퀴의 살, 차축 개념도 존재했다. 따라서 수레도 실질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부처님의 이모가 되는 마하프라자파티 왕비(붓다를 낳고 세상을 떠난 마야 부인의 뒤를 이어 왕비가 됨)의 이야기를 담은 ⟪대애도비구니경⟫에는 비구니들에게 수레에 타지 말 것을 전하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에는 동력원이 짐승이나 사람의 노동력이었으니, 누군가를 힘들게 해 자신의 몸을 편하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수레 자체가 불교에서 영영 금지됐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레가 없었다면 불교의 경전들은 서역에서 중국으로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불교를 숭상했던 동양의 각국 왕조는 명망 높은 국사, 왕사급의 승려는 수레로 모셨다. 그 외에 몸이 힘든 승려들에게는 수레의 사용을 허했다. 실제로 불교의 계율은 도그마(dogma)가 아니라 인간사 제반의 상식에 비춰,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열고 닫을 수 있는 울타리 같은 것이다. 이를 개차법(開此法, 법의 열고 닫음)이라 한다. 수행자가 개차법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하고 이로 인해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문명 도구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하기만 할 일이 아닌 것이다. 특히 호국불교, 실용 생활 불교의 성향이 강해진 한국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좀 더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해석되고 정리된 바 있다. 


참고로 대승(大乘, Mahayana)이라는 용어의 ‘승’ 역시 수레다. 다만 이 대승, 소승 개념은, 기존 대승 불교가 개인적 수행 성격이 강한 근본 불교를 부정하고 비하하는 의미가 있다고 해서, 1950년 전세계 불교인들이 쓰지 않기로 약속했다. 소승 불교는 부파 불교라고 부르는 것이 좋은 표현.



배기량 제한에서 친환경차 권장으로, 스님의 자동차


한국 불교 종단 중 사찰 수 730개소 이상으로 전체 80% 이상을 차지하는 조계종은 선종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청빈한 생활과 계율의 엄정한 준수를 중시한다. 물론 끊임없는 물질 관련 사건 사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삶에 있어 최소한의 소유만 지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계종 스님의 경우 어느 정도까지의 차를 탈 수 있을까? 10년 전인 2013년, 조계종은 종단 쇄신위원회를 열어 육식을 삼가고 주택 등을 소유하는 것도 규제하는 제정안을 내놓았다. 자동차의 경우는 출가 기준으로 10년 이상 20년 미만 스님의 경우 1,500cc까지의 차량만을 허용한다.


한데 사실 이 규정은 좀 애매하다. 국민 준중형 차량인 현대 아반떼나 기아 K3 등이 1.6리터이기 때문. 이 부분 역시 약간의 융통성이 발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탄소 배출량 감축이 목표인 현재의 상황에서, 단순히 내연기관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탄소배출량이 적은 하이브리드나 전동화 차종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종단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2022년, 불교의 큰 여름 명절인 우란분절(음력 7월 보름, 백중)을 맞아 조계종이 배포한 ⟪저탄소생활 실천안내서⟫ ‘불자(신도)편’을 보면 하이브리드 차량을 권하는 내용이 나온다. 연비가 우수하고 소음과 매연 발생이 적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혼다는 2.0리터, 토요타는 2.5리터 및 2.4리터 가솔린 터보 등의 내연기관 엔진과 짝을 이룬다.



물론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초고성능 지향의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나 296까지도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 또한 엄청난 양의 전기와 희토류를 요구하는 대용량 배터리 고급 전기차도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종교적 규제가 허용하는 것은 ‘최대한’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불자 운전자?


‘운불련’ 소속의 택시 기사님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태국 국적의 남자 이야기다. 태국 남성들은 제비뽑기로 군대에 가지만, 승려 생활은 거의 모두가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일생에 한 번은 출가자로서의 경험을 쌓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존경받지 못한다. 이는 태국 혈통을 가진 타 국가 국민들에게도 어느 정도 적용되고 있다.


윌리엄스 포뮬러 원 팀의 알렉산더 알본(Alexander Albon)은 영국 태생이지만 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가 태국인이기 때문이다. 이른 나이부터 레이서로 생활했고 2021 시즌에 시트를 잃었던 거을 제외하면 계속 포뮬러 원의 빡빡한 일정을 치르고 있어 아직 출가 수행을 경험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레드불 주니어 팀이자 알파타우리의 전신 스쿠데리아 토로 로쏘 소속이던 2019년, 다수 모터스포츠 전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실질적인 불자라며, 매 경기 때는 물론 매일 명상과 기도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참고로 윌리엄스를 통해 시트를 되찾은 2022년 이후의 성적은 그 이전에 비해 영 신통치 않아, ‘기도빨’이 잘 듣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2019년과 2020년에는 시즌 성적 8, 7위를 기록했는데 지금은 거기서 10계단이 떨어진 상태다. 2023년의 포인트는 현재 1포인트에 불과하다. 불자 중 가장 빠른 드라이버 말고 진짜 포뮬러 원 드라이버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회향의 마음으로 안전운전을


불교에는 회향(迴向)이라는 개념이 있다. 내가 쌓은 공덕을 남에게 돌려 모두 성불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불자 운전자라면 이 회향의 마음으로, 한 주간만이라도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안전운전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연휴 기간 내 비가 내린다고 하니 트랙션 컨트롤 끄지 말고, 충돌 방지 센서 등에 이상이 있다면 꼭 점검 후 운행하기를 바란다. 불교의 근간은 나와 모든 생명을 귀하게 보는 일이다. 어느 종교라고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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