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Q4 e-트론 스포트백 40 프리미엄
자동차 가격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7,000만 원대라는 가격대에서의 선택지는 넓다. 비교적 선택지가 제한적이던 전기차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테슬라의 모델 3, 기아의 EV6 상위 트림 및 EV6 GT, 메르세데스 벤츠 EQA 등이 손에 꼽힌다. 모터의 성능은 아직 편차가 크지만 완충 시 주행거리와 전기 효율은 3~4년 전에 비해 점점 평준화돼 가고 있어 결국 사는 사람의 가치, 라이프 스타일이 중요한 키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미 이 차에 대한 전문적인 시승기는 적지 않게 나와 있다. 그래서 에디터의 입장이기도 한 40대 독신남 소비자 관점에서 봤다. 7,000만 원대엔 다른 선택지도 충분하지만, 그럼에도 이 차가 어울리는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최근 전기차는 출력 전쟁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400, 500ps가 우습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성능이 모두에게 필요할까? 동력 성능의 수치가 차량의 ‘급’과 연동되는 상품 전략 때문에 고급차를 선택하려면 어쩔 수 없이 고출력 버전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다소 불편한 일이다.
아우디의 Q4 e-트론 스포트백은, 모든 전기차 오너들에게 고성능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직시한 모델이다. 이 차의 최고 출력은 150kW(204ps), 최대 토크는 31.6km/h다. 토크 전개가 가속 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세밀하게 반응한다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출퇴근, 가벼운 나들이 등에서는 오히려 이런 특성이 어울린다. 204ps는 1.6리터 가솔린 터보와 비슷한 출력이라지만 거기서는 맛볼 수 없는 부드러움이 있다.
실제로 폭스바겐 그룹은 고성능이 필요한 전기차와 그렇지 않은 차를 정확히 분리한다. 최근 공개된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세단 ID.7도 최고 출력은 286ps 선이다. 동일 가격대에서 출력만을 보고 전기차를 산다면 테슬라나 EV6 GT가 맞는 선택.
물론 국내에 출시되진 않았지만. Q4 e-트론도 최고 출력 195kW(266ps)의 45 콰트로와 220kW(299ps)의 50 콰트로가 있다. 다만 가격 경쟁력 문제, 또한 고출력 사양을 원하는 고객들이 볼 수 있는 다른 선택지와의 경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함정일지도 모른다. 4륜 라인업의 부재는 아쉬우니 45 콰트로 정도는 들여와도 좋지 않을까?
조향 성능과 승차감이라고 하면 유명산, 만항재 등의 코너 와인딩 구간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차의 조향 성능과 승차감은 도시 곳곳에서 매력을 발휘한다. 특히 매력적인 것은 갓길 여유가 없는 2차로 유턴이나 평행 주차 및 이탈을 편리하게 해주는 추가 조향이다. 스티어링 휠을 끝까지 돌린 뒤에 살짝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약 2도 정도의 추가 조향이 가능하다. 이게 실제 차량의 움직임을 훨씬 여유롭게 한다. 게다가 후륜 구동인 레이아웃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비슷한 사이즈, 가격인 메르세데스 벤츠 EQA 250보다는 조향감이 훨씬 명확하다.
이 차를 살 정도로 소득이 높은 독신자들은 상대적으로 도심의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 등 소형 주거를 선호한다. 이런 곳의 경우 통행량이 많다 보니 노면 상태가 극히 좋지 않다. 요철, 과속 방지턱에 대응하는 차체의 반응 자체는 여느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딱딱하다. 배터리가 아래에 있고 이를 고정하기 위한 패키징 특성상 마치 바디 온 프레임 차량처럼, 하체가 하나의 판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Q4 -e-트론은 SUV라는 구조를 활용해 댐퍼의 행정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고, 감쇠력을 세밀하게 조절해, 적어도 충격으로 인한 불쾌감은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조절했다.
82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차종 가운데 뒷좌석 레그룸과 시트의 포지션 즉 높이는 이 차가 가장 안정적이다. 시승 중 잠시 60대 후반인 부모님에게 2열의 감각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는데, 일단 소리를 듣기 전에는 전기차인 줄 몰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평소 택시로 자주 만나게 되는 아이오닉 5나 EV6 등의 뒷좌석처럼 높지도 않고, 테슬라 모델 3처럼 ‘벌 서는’ 느낌도 아닌 적절한 감각이어서 좋다는 것. 40대 싱글은 사실 2열 승차감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겠으나, 가끔 뵙는 부모님만 편하게 모실 수 있으면 좋은 일이다.
20대, 30대 때라면,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단체 취미 활동 행사에 참여할 때 자신의 차를 갖고 가고 싶은 적이 많았을 것이다. 솔직히 부러워하는 시선이 싫지 않았다. 하지만 40대가 되면, 내가 차를 갖고 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다. 특히 안 개 낀 새벽 골프 약속, 지인 말하길, 니 차 짐칸 넓으니 내 백도 실어 주렴이라고 하면 그후로 그를 매우 싫어하게 될 것 같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Q4 e-트론 스포트백은 쿠페형이다. 주행 시 후미 측면 공기 저항을 줄여 조향의 명확성을 높이고 효율을 향상하는 것이 목적인 스타일. 그로 인해 아무래도 트렁크 공간은 좁다. 아우디를 포함해 독일 브랜드 차종들이 크기 대비 트렁크 폭이 좁은데, 쿠페 스타일이다보니, 상하 공간 폭도 제한적이다. 트렁크 용량은 535리터. 캐디백 하나를 사선으로 뉘면 겨우 하나가 들어가는 정도다.
하지만 40대 싱글이 일상용, 가벼운 레저용으로 사용한다면 별로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다. 애초에 그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면 이 차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이들을 위한 선택지는 이미 많다.
이 차는 상위 트림인 프리미엄이다. 그래서 외관에는 S-라인 익스테리어 패키지가 들어간다. 20인치 휠, 바디 컬러 사이드 미러가 적용되고 무엇보다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가 들어간다. 야간 주행 시 픽셀 단위의 광원 조절을 통해 선행 차량이나 행인들의 눈부심을 방지해 주는 기능이다.
시트에 통풍과 메모리 기능이 없다는 건 좀 아쉽다. 하지만 시트의 구조 자체가 탄탄하면서도 편하다. 어쭙잖게 스포츠카를 흉내내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운전석 쪽으로 살짝 수평 기울임이 적용돼 있는 아우디, 폭스바겐 고유의 대시보드 디자인을 비롯해 조작계 전반의 조작성도 좋다. 다만 드라이브 모드 버튼은 전방으로 깊게 들어가 있는데 이는 보다 운전석에 가까운 위치로 바뀌었으면 한다.
전기차를 살 때 역시 가장 고민되는 것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다. 이 차는 2022년 말 출시 당시, 복합 주행 거리 인증을 357Km로 공인받았다. 동계 주행 시 히터를 최대한으로 가동하는 시험 조건에서, 온도 한계 범위가 높은 아우디를 포함 독일 차들이 손해를 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즉 실제 주행에서의 전기 효율이 그 이상이다. 이미 유명 자동차 리뷰어들이 서울-부산 주행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일단 차량을 받았을 때 주행 가능한 거리는 대략 460km 대였다. 아무래도 시내 주행의 영향인 듯하다. 하지만 간선과 고속도로, 시내도로가 혼재된 주행 코스에서도 배터리 잔량 숫자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공인 주행 거리는 배터리 용량이 80%일 때 이미 맞춰졌다. 재미있는 건 그 이후에 계속 주행 가능거리가 길어졌다는 것. 70%대에서도 400km에 가까운 주행 가능거리가 표시됐다. 제원상의 복합 효율은 4.1km/kWh이지만 실제로는 6~8km/kWh가 기록됐다.
주행 모드를 바꾼다고 주행 가능거리가 급작스럽게 변화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어차피 동력 성능에 제한이 있다 보니 자연스러운 현상. 하지만 어딜 가더라도 충전량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많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승용 기준으로만 보면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상용차와 택시 라인업을 전기차로 교체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추진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던 평일 관공서 기반의 급속 충전기도 대기가 길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폭스바겐 그룹답게 스티어링 컬럼 좌측 별도 레버로 처리했다. 이 방식이 나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운행했던 렉서스의 1세대 NX300h도 우측에 이 기능과 관련된 레버가 있었다. 하지만 주요 기능을 모두 다 레버에만 몰아 놓은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한다. 특히 차간 거리 조절 기능이 레버 가장 안쪽의 토글 스위치인데, 이 부분만이라도 스티어링휠의 버튼으로 처리하면 어떨까 한다. 다른 브랜드에서 아우디로 넘어오는 사람들이라면 적응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릴 듯하다.
내연기관 시대의 아우디도 사실 RS나 S 를 제외하면 특별히 엔진의 동력 사양 수치를 승부로 내세우는 브랜드는 아니었다. 활기찬 드라이빙과 안정감을 조화시켜 일상에 조금 더 프리미엄한 감각을 전하는 것이 브랜드 가치였다. 전기차 시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40대 싱글 중에는 화려한 일상에 대한 욕구가 큰 이들도 있겠지만, 아주 조금의 여유, 약간 나은 가치로도 만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남의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나 처량함에 신경쓰지 않고 나 자신으로서 자유롭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맞는 전기차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