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초, 다니던 안양 P연습장의 프로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요청했습니다. 그 프로님은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잘 짚어주는 데 능했는데요. 말투가 조금 퉁명스러운 감이 있지만, 핵심만 간결하게 전하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 중급자 이상의 평이 좋았습니다. 저도 그 전에 두 번 정도 레슨을 받았는데 효과가 높았어요. 그 때 좋았던 레슨 내용 두 가지 정도는 나중에 따로 풀기로 하겠습니다. 지금도 그 방법으로 연습하고 있죠.
이미지 출처(타이틀리스트 뉴스룸, 콘텐츠 내용과 무관)
사실 문제는 백스윙 입스도 입스지만 갑작스레 모든 클럽의 거리가 단 며칠 만에 30미터씩 줄어든 게 문제였습니다. 원래 중상급자 평균이랄 수준으로 7번 아이언 145미터, 8번 130미터 정도를 무난하게 보냈는데 여기서 -30미터가 된 거였죠. 7번 아이언으로 110미터라니, 요즘은 여성 중급자들도 120미터를 우습게 보내잖아요.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페이스 릴리즈가 늦어서 푸쉬 구질이 너무 자주 나왔습니다. 거의 7번 아이언보다 긴 클럽은 다 이랬어요. 인 투 아웃 궤도로 스윗스팟에 맞았는데 페이스가 닫히지 않으니 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곧장 오르쪽으로 가버리는공이 나왔죠.파워 생크(shank)라 불러도 할 말이 없었습니다.
페이스가 늦게 닫힐 때는 발을 모으고 손만 먼저 보내는 연습을 해 보면 대략 이틀 정도에는 다시 잡히곤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페이스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탑에서 손등 모양도 이상이 없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왼팔로 다 하는 우타 스윙이 문제
"오른손을 쓰고 계세요? 그런 느낌을 갖고 있어요?"
프로는 당시 내 스윙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통상 아마추어들은 '왼손이 리드해야 한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믿지만, 사실 골프도 공을 때리는 운동입니다. 특히 '면' 즉 페이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른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임팩트 시 오른손이 때리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페이스가 닫히지 않아 푸쉬 구질이 나는 것은 물론 힘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거리가 줄어듭니다.
"제가 보기에 회원님은 오른손으로 친 적이 없어요. 잘 하실 때도 왼손등을 외반(바깥으로 돌리는 힘)하는 동작으로 치셨어요. 치킨윙도 약간 있는데 사실 잘 맞을 때는 그런 것도 문제가 없죠.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한 번 생기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중상급자의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그 프로님만큼 명쾌한 분을 보지 못했어요.
어쨌건 오른손 힘을 쓴다는 것은, 오른손을 쓸 때 사용되는 몸의 다른 큰 근육도 함께 쓴다는 것이죠. 해당 프로님은 내가 오른손 힘과 오른쪽 큰근육을 쓸 수 있도록 처방을 내 줬는데,공을 엎어 친다는 느낌으로 치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아웃 투 인 궤도를 의도하고 휘둘러보라는 것이었죠. 사실 골프에서 교정은 조금 극단적인 느낌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내가 아무리 엎어 친다는 느낌으로 쳐도 런치 모니더 데이터에는 인 투 인이었습니다. 그렇게 문제가 조금씩 고쳐지는가 싶었는데.
2주 후부터 다시 거리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등, 팔꿈치 등이 결리기 시작하더군요. 디스크 같기도 해서 잠시 쉬고 주사도 맞으려고 했는데, 정형외과에서는 특별히 디스크가 더 진행된 소견은 없다고 하더군요.
오른손잡이가 아닌데 오른손 힘을 쓸 수 있을 리가
오른손잡이 여러분들에게 권해봅니다. 왼손으로 야구공을 한 번 던져 보세요. 힘껏. 단순한 근육통을 넘어 지속적인 근육의 부자연스러움과 피로 이상의 통증을 느끼게 될 겁니다. 원래 오른손잡이인데 왼손투수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류현진 선수의 얘기는 사실 좋은 사례가 아니다. 그런 선수는 운동선수들 중에서도 특별한 선수죠.
류현진(이미지 출처 : 토론토 블루제이스 홈페이지)
오른손잡이가 아닌 내 우타 스윙은, 오른손을 쓰는 방법을 익힌 후 더 망가져 갔습니다. 프로님의 레슨이 잘못된 게 아니라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거였어요. 그리고 주니어 시절 결국 골프 선수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이번에 샷이 돌아오지 않으면 아예 골프를 그만둘 생각이었다. 짜증이 나서가 아니라 골병 들겠다 싶어서였다. 더 이상 연습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마흔은 주 손을 바꾸기엔 너무 늦은 나이란 걸 깨달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