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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Aug 02. 2023

1억 원의 가치, 메르세데스 벤츠 EQE 350+ 시승

기본 트림이지만 고급 사양 포함, 600km 이상 실주행 거리


2022년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었던 전기차는 2023년 들어 맥을 못 추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브랜드나 소비자 모두가 전기차의 대해 함께 생각해 볼 기회이기도 하다. 전기차를 왜 사야 하나? 전기차는 도대체 뭔가? 특히 내연기관 시대의 견고한 위치를 전기차로 옮겨가려는 프리미엄 이상의 브랜드의 경우는 이 질문 앞에 벌거벗어야 한다. 그런 고민이 담긴 차가 EQE 세단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EQE 350+


질문 1. 전기차 시대의 프리미엄 혹은 프리미엄 전기차


테슬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인가? 본 기자는 여기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물론 ‘얼리 어답터부심’ 가득한 테슬라 소비자들은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 하나만으로 프리미엄의 자격은 충분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주는 경험을 그들의 소비자들에게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EQE 세단 주행 장면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기차 시대에도 벤츠는 벤츠’라는 말이 통하기를 원한다. 설령 동력 성능은 좀 부족할지라도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주는 고급스러운 경험, 다양한 편의 사양의 선제적 제공, 안전 사양 그리고 고객 충성도 확보를 위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통한 차별화된 경험이 벤츠가 생각하는 프리미엄의 정의일 것이다. 


통상 마케팅업계에서 러프하게 정의하는 프리미엄은 동일한 제원의 대중적 브랜드나 제품 대비 1.5배에서 3배 정도 비싼 브랜드 및 제품을 말한다. 아직 전기차는 대중 제품과 프리미엄의 제품 사이에 이런 가격 구분 기준을 세우기도 모호하다. 배터리의 가격 자체가 비싸기 때문이다. EQE 350+는 88.89 kWh의 배터리 용량을 탑재하고서 1억 300만 원이지만 이 정도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들의 가격은 비슷하다. 


전기차 시대에도 벤츠는 벤츠일까?


게다가 전기차의 가격 합리성에 대해 소비자들이 납득하는 기준도 제각각이다. 물론 시장이 이제야 열린 상황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동력 성능 수치를 프리미엄의 가치로 본다면 아이오닉 5 N이 프리미엄 전기차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에 동의할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프리미엄 전기차 혹은 전기차의 프리미엄화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중이되, 메르세데스 EQ의 고민과 시도는 가장 현실적이다. 


질문 2. 전기차의 적절한 성능은? 290ps의 메르세데스 벤츠 EQE 350+


이번에 시승으로 만나 본 EQE 350+ 세단은 EQE 세단 라인업의 엔트리 모델이다. 엔트리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편의 사양은 웬만한 내연기관차량의 상위트림 못지 않다. S 클래스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까지 적용된다. 또한 260만 픽셀의 디지털 라이트 헤드램프는 물론 다양한 컬러의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도 적용돼 있다. 엔트리 모델임에도 리어 액슬 스티어링(후륜 조향)을 옵션(267만 원)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보면 EQE의 클래스 자체는 프리미엄이다. 


260만 픽셀 디지털라이트


메르세데스 벤츠 EQE 350+ 세단


반면 동력 성능은 215kW 즉 환산 시 290ps로 3.0리터 자연흡기 엔진, 최대 토크는 565Nm(57.6kg∙m) 동일 배기량의 트윈터보 엔진 수준으로 평범하다. 하지만 그 평범함이 편안하다. 출력이 낮은 건 후륜에만 모터가 있는 싱글 방식이기 때문이지만 오히려 전체적인 밸런스는 안정적이다. 원래 강한 출력을 발휘하는 전기차들을 다룰 때는 급가속을 하더라도 타이어가 어느 정도 마찰력을 발휘할 때까지 여유를 두고 밟아야 한다. EQE 350+는 자체적으로 그런 성향이 있어 갑자기 후륜이 슬립이 나거나 조향을 잃을 위험이 없다.


여기서 동력 성능과 ‘프리미엄’이라는 가치의 상관관계가 나온다. 자동차가 등장한 후 거의 2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동력 성능이란 건 발전 중에 있었고 각 제조사의 기술 차이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비싼 차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이 부분에서도 선진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높은 출력 수치가 프리미엄 차의 가치와 혼동되기도 했는데 오히려 동력성능이 평준화된 전기차 영역에서, 오히려 ‘프리미엄’과 ‘고성능’은 반드시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질문 3. 전기차 시대 비즈니스 세단의 가치는?


이런 특성은 ‘전기 비즈니스 세단’이라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카테고리 설정과도 연결된다. 비즈니스란 생활의 한 양식이다. 비즈니스에 어울리는 차라면 운전자가 운전의 즐거움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전제해야 한다. 


기본 트림이지만 고급사양이 포함됐다


3,120㎜로 S 클래스급의 휠베이스를 자랑하는 EQE는 여유로운 고속도로 주행에서 가치를 발휘한다. 말 그대로 미끄러지듯 가는 느낌이 난다. 토글 스위치 방식으로 조작하는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주얼 4가지로 나뉜다. 에코 모드는 다른 모드 대비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야 하는 깊이도 더 깊고 반응도 조심스럽다. 갑작스레 토크를 써서 에너지를 과소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공조장치에는 별 영향이 없다. 


이 차가 비즈니스 세단으로서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우수한 전기 효율이다. 처음 차를 받았을 때 완충 상태에서 주행 가능 거리가 700km 넘게 표시돼 있었다. 물론 훅훅 떨어지긴 했지만 제원상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는 471km인데, 이 수치가 나온 시점은 전력량이 75% 정도 남았을 때다.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지만 싱글 모터 차종들의 전기 효율이 우수하다. 고속도로 주행 시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Active Distance Assist DISTRONIC) 즉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하면 거의 전력 소모 고민 없이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평균 100~110km/h를 유지하다가 120~130km/h 정도의 속력으로 신속한 추월을 진행하더라도 주행가능 거리가 갑자기 줄어들지는 않는다. 주행 모드는 굳이 이코노미를 선택할 필요도 없다.


우수한 전기 효율 보여주는 EQE 350+


버메스터(Burmester) 오디오 시스템은 깔끔하다. 최근 타 본 어떤 전기차보다도 군더더기없다. 오히려 AMG 라인업의 버메스터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강한데, EQE 350+의 오디오는 차량 NVH(노이즈, 떨림, 거슬림) 환경 내에서 가장 알맞은 소리를 들려준다. 


도어의 버메스터 스피커


무엇보다 내연기관 버전의 10세대 E 클래스 및 이와 같은 시대의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들에서 문제가 됐던 좌석과 액셀러레이터 페달, 스티어링휠의 정렬 문제가 해결됐다. 또한 신장이 작은 운전자의 경우, 바른 운전자세를 취했을 때 스티어링휠이 너무 가슴 가깝게 오는 문제도 없다. 전면 공간이 여유로운 전기차의 장점이 많은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물론 비즈니스세단으로서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상태가 좋지 못한 노면을 지나거나 방지턱을 넘을 때 도로 하부에서 올라오는 충격이 마치 바디 온 프레임 차량을 타는 것 같다. 물론 이 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기차는 대용량 배터리팩의 물리적 구조가 프레임 차량의 딱딱한 하부 구조처럼 기능한다. 따라서네바퀴 중 어느 한 쪽에라도 물리력이 가해지면 차량 전체에 그 움직임이 느껴진다. EQE 상위 모델 그리고 AMG 53 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이는 상하 충격을 완화하는 정도에 가깝고 오히려 둔탁한 흔들림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흔히 전기차를 타면 2열에서 멀미를 느낀다는 게 이 때문이다. 


EQE 350+ 후미


주행 모드에서 스포츠를 활성화하면 돌침대다. 물론 3,120㎜라는 휠베이스가 부담스럽지 않은 민첩하고 활기찬 조향은 즐거움이 될 수도 있지만 내연기관 시대 E 클래스가 가졌던 가장 큰 장점인 스포티함과 안락함의 조화와는 거리가 있다. 메르세데스의 전기 플랫폼인 EVA2가 완전히 구현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AMG 53이 이런 난제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하다. 


질문 4. 그런데 왜 잘 팔리는가? 1억 원의 벤츠 EQE 350+


EQE 350+는 프리미엄 전기차로 분류하기에 단점이 많은 차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의 비즈니스 세단이라는 목적만 놓고 보면 크게 부족한 차는 아니다. 물론 1억 원이면 다른 선택지는 많다. 하지만 EQE 350+는 EQE 세단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자랑한다. 그리고 상당수가 ‘허, 하, 호’ 번호판을 달고 있다. ‘종소세’ 내는 입장이라면 조금이라도 세금을 덜 수 있는 기쁨의 웃음소리다.


원 보우 타입의 디자인


2019년,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국내 딜러십을 통한 미디어 간담회에서 EQ 세단 라인업 컨셉트카를 먼저 공개한 바 있다. 이 때 제시했던 원보우 디자인은 실제 양산차에 그대로 적용됐다. 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2열 공간의 헤드룸과 레그룸을 구현한 것은 훌륭하다. 


다만 전장이 4,965㎜로 제한된 상태에서 휠베이스가 길고 실내 공간이 넓으니 그 반대급부로 트렁크 공간의 협소함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골프 캐디백 2개도 겨우 들어갈 사이즈다. 프라이빗한 비즈니스 라운드를 즐길 요량이라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듯하다. 


EQE 350+ 도어트림


새삼 말할 필요가 없지만 이 메르세데스의 도장 완성도는 압도적이다. ‘날티’나는 번쩍거림이 아니라 견고한 클리어코트층으로 인한 도자기같은 멋이다. 어두운 지하주차장에서 도어 손잡이 안쪽에 빛나는 ‘Mercedes-Benz’ 레터링과 선명한 웰컴 라이트도 일상에 작은 감동이 된다. 비즈니스맨은 이런 사소한 것에 자신감을 얻고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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