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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Oct 16. 2023

[시승]'차는 좋은데' 소린 지겹다!

내년 풀체인지 앞둔 푸조 5008

푸조의 3008과 5008 두 SUV는 브랜드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푸조는 총 1,400대를 팔았는데, 두 차의 판매비율이 70%다. 푸조 하면 안 팔리는 브랜드 이미지가 있는데, 판매량 기준으로 1,000대에도 못 미치는 브랜드도 존재한다. 물론 초고가 브랜드는 제외한 수치다.



그럼에도 푸조의 브랜드 이미지는 차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차로 브랜드 입지가 좁아진 것이 보인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출범 이후 조직 개편 등으로 브랜딩에 힘쓸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충분치 않았던 까닭이다. 물론 지난 5월, 브랜드데이를 열고 국내 판매와 서비스 등의 업그레이드 계획을 밝혔다. 성과는 단기에 나지 않는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가치는 분명한 차 5008 SUV를 만나보았다.



2,840㎜의 휠베이스

압도적인 적재공간


이 차는 전장이 4,700㎜에도 못 미치지만 대신 휠베이스가 2,850㎜로 준대형에 달한다. 게다가 테일게이트가 수직에 가깝게 서 있어 트렁크 쪽의 적재 공간이 넓어진다. SUV지만 지상고가 낮아 트렁크의 데크 위치도 낮다. 짐을 싣고 내리는 데 편하다. 게다가 아무래도 테일게이트가 수직에 가깝다 보니 비 오는 날 테일게이트를 열었을 때 처마처럼 비를 피할 수 이는 면적도 넓다. 3열은 접을 수도 있고 따로 빼놓을 수도 있다. 디젤 기준 4,800만 원대에 머물렀던 전기형의 경우 패밀리카로 인기를 얻었던 이유다.


휠베이스가 길다 보니 전체적으로 레그룸도 넓다. 2열에는 3개 좌석 모두가 독립시트이며 리클라이닝 기능이 있다. 좌대(앉는 부분)의 전후 길이가 약간 짧지만 시트의 압력, 가죽의 촉감 등이 주는 느낌은 고급스럽다. 즉 공간 면으로 보면 어디 내놔도 부족할 데 없는 차라는 의미다.



배기량 대비 두터운 토크,

진동은 어쩔 수 없어


엔진은 1.2 퓨어텍이다. 1.2리터(1,199cc)의 가솔린 터보 엔진인데 직렬 3기통이다. 올해의 엔진(International Engine fo the Year)’를 4년 연속 수상할 만큼 기능과 효율에서 인정받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5,000만 원이란 가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비난을 받기도 한다.


 최고 출력은 130ps에 불과하지만 최대 토크가 23.5kg∙m다. 배기량 대비 적다고 할 수 없는 토크. 물론 준대형급 휠베이스를 가진 차량을 여유롭게 움직이지는 못한다. 1.5리터 블루 HDi처럼 가뿐하게 치고 나가는 맛은 없다.


하지만 이는 자동변속기인 EAT8의 특성이기도 하다. 워낙 효율을 중심으로 하는 세팅이다 보니 빠른 타이밍에 상향 변속기 일어난다. 가속력을 버리고 12.1km/L의 공인 복합 연비를 얻은 것이다. 실제로 반납 직접에 측정한 연비는 15.2km/L 정도였다. 출발 때의 가속력은 둔탁하지만 30km/h 이상에서는 빠르게 탄력이 붙는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면 연비는 더 잘 나올 수 있다.


다만 3기통이 이 정도의 토크를 발휘하다 보니 진동을 완전히 억제할 수는 없다. 특히 냉간 시동에서는 진동이 더 크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DS7 크로스백을 시승한 적이 있는데, 진동감의 억제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DS 쪽이 우위다.



운전자는 믿고, 동승자는 편하다

라이드 앤 핸들링


전륜구동 레이아웃에 무슨 라이드 앤 핸들링을 논하냐는 말은 이 차 앞에 의미 없다. 가장 오래된 양산차 브랜드로서의 푸조가, 오랜 역사 속에서 가장 자랑하는 기술 분야도 조향이다. 많은 부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설계를 통해 현가장치 위쪽에 불필요한 질량을 줄여 조향 시 물리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5008의 조향은 부드러움과 탄탄함이 공존한다. EMP2 플랫폼은 유연해야 할 부분과 강해야 할 부분의 최적 조화를 통해 섀시 자체가 가진 반응성을 극대한다. 현가장치의 반응은 그 다음이라는, 모터스포츠에 기반한 섀시 철학이 그대로 적용된다. 티구안 올스페이스보다는 약간 부드러운 편이다. 선회 시 올스페이스는 외륜이 견고하게 버틴다는 느낌이라면 5008은 내륜의 마찰력을 잃지 않는 데 집중한다. 이건 폭스바겐 골프와 푸조 308의 차이와도 비슷하다. 그래서 푸조의 조향은 ‘끈끈하다(adhesive)’고 표현된다.



무엇보다 푸조의 경우는 운전석 위치를 최대한 차량의 중앙부에 가깝게 세팅한다. I-콕핏의 구조 자체가 그러하다. 그래서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전륜구동임에도 불구하고 후륜이 따라오는 느낌이 정확하다. 후륜은 차량 진행 방향으로 설치되어 유연성을 통해 조향을 따라가는 트레일링암 방식이다. 508의 경우는 트위스트빔이라고 하는데, 한 유튜버로 인해 싸고 좋지 않은 서스펜션으로 오인받는 토션 빔의 한 가지다. 중형급의 차종에서는 오히려 무게가 많이 나가는 멀티링크 타입보다 후륜 마찰력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물론 감성적인 상품성이라는 것을 무시하지 못하겠지만.



동승자로서의 승차감도 안락하다. 탄탄함을 중시하는 조향 세팅에도 불구하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들은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걸러 준다. 그렇다고 멀미가 생길 정도의 ‘물침대’도 아니다.



차로 인식 능력 개선,

푸조 ADAS


개인 차량이나 시승차 모두 운전할 때면 ADAS(능동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편이다. 주행의 감각을 테스트할 때야 그렇지 않지만 촬영지로의 이동이나 복귀 중간에는 피로도를 최소화하기 위해이를 적극 활용한다.


푸조의 ADAS는 3008과 5008의 페이스리프트에 맞춰 대폭 개선됐다. 특히 차선 인식 기능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조향 보조 기능에서 안정성이 높아졌다. 물론 국내법상 스티어링휠을 놓고 운전할 수 있는 시간은 15초가 한계이나, 완만한 선형의 고속도로 커브에서는 잘 버텨 준다.



야간의 차선 인식 성능도 전기형 대비 개선됐다. 광학 카메라를 쓰는 해당 기능 특성상, 조사 면적이 넓고 바로 전방 시야의 확보 능력이 좋은 LED 램프 덕분이다.


제동력은 확실해서 좋다. 급하게 설 때도 코만 먼저 처박는 듯한 동작이 아니라 차체 전체가 착 가라앉아 도로에 붙는 느낌이 든다. 단 이 때 브레이크의 작동감은 다소 거친 것이 단점. 사실 단점이라기보다 푸조가 지향하는 제동과 드라이빙의 성향이다. 아무래도 레이싱에 오래 투자해오고 있기 때문에 즉각적이고 강력한 제동 후 재가속 상황에서 최대한 조향에 손해가 없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SUV이지만 푸조가 자랑하는 조향의 즐거움은 해치백과 다를 바 업어야 한다는 논리다.



조금 남아도 팔아야 장사다!

5008도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 있어야


최근 스텔란티스 코리아가 자사 대표 차종들의 가격을 내리고 있다. ‘눈물의 할인’, ‘결국 가격’ 등의 자극적 제목에 혹시 내부적으로 의기소침해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전하고 싶다. 결국 차는 팔려야 하고, 팔린 차가 돌아다니면 그것이 홍보다. 볼보가 처음부터 볼보가 아니었다. 일단 차를 많이 뿌렸다. 미디어 시승회, PPL 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해외 대비 국내 출시 가격을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잡았다. 그리고 고가 모델의 경우는 비쌀 수밖에 없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차종을 적극 적용했다.

푸조 5008은 현재 풀체인지 모델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풀체인지 모델을 위해서라도, 남은 5008 후기형 모델의 판매고는 올라야 한다. 아는 사람만 아는 차가 아니라 아는 사람에게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차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격 조정은 필수적이다. 최근 3008 SUV의 가격 인하는 그래서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하고, 좋은 차임에도 싼 가격은 그런 경험 중 하나다. 차를 파는 게 먼저냐, 팔린 차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는 게 먼저냐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따지고 있을 시간이 아니란 이야기다.


게다가 푸조가 전동화 기술이 없나, 브랜드 역사가 얕나? 안전 기술이 딸리지도 않고 전륜 구동으로만 한정하면 드라이빙 다이내믹이 밀리는 것도 아니다. 팔 방법으로 파는 것이 흠이 될 수 없다. 5008도 가격을 내려 판다면, 다음 세대교체 차종을 위한 이미지 전략이 될 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5월에 열었던 그 브랜드 데이의 결심이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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