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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Oct 21. 2023

[시승]모든 면에서 기대 이상, 폭스바겐 ID.4

7km/kWh 대 효율, 라이드 앤 핸들링 OK…가격까지 합리적

400km 내외의 1회 완충 시 주행거리, 2,800㎜ 내외의 휠베이스, 한 마디로 탈 만한 전기차들은 5,000만 원에서 7,000만 원대에 집중돼 있다. 차등은 있지만 국가 보조금도 받을 수 있고 여러 가지 조건만 맞다면, 동일한 가격의 내연기관차를 타는 것 대비 운용 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휠로그는 2023년 마지막, 이 가격대의 전기차를 집중 시승해보고자 한다.


폭스바겐ID.4 Pro


이번에 타 본 폭스바겐 ID.4 Pro는 지난 5월에 시승한 아우디 Q4 e-Tron과 MEB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다. 장르도 사이즈도, 파워트레인도 거의 동일하다. 그렇다고 하위호환은 아니다. 오히려 해당 플랫폼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폭스바겐다운 실용성을 폭스바겐다운 심플함과 모던함으로 녹여낸 차다. 기대를 안 했던 것이 미안할 정도다.



악귀도 반할 IQ.라이트

매끈하고도 볼륨감 있는 차체


폭스바겐 ID.4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SBS 금토드라마 <악귀>에서 귀신을 보는 대학 교수 염해상의 차로 등장했다. 주연의 차량인만큼 꽤 얼굴을 자주 비췄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밤 씬이 많은 드라마였는데, 등화류에 공력이 많이 들어간 차종인만큼 작품과 궁합이 잘 맞은 케이스였다.


폭스바겐의 IQ 라이트는 기능과 디자인적인 면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전면과 후면 모두에서 엠블럼을 중심으로, 좌우로 뻗은 LED 라인 등화류가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아우디만큼 화려한 그래픽 패턴은 아니지만 군더더기 없는 점등 동작이 돋보인다. 여기에 LED 매트릭스 라이팅은 대낮 같은 광량을 자랑하며너도 선행 및 대향 차로 챠량에 기민하게 대응해 개별 셀의 점멸을 조절한다. 이는 상위 트림인 프로(Pro) 사양이다.

이 차는 볼륨감이 매력적이며, 그것이 표현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우선 측면에서 봤을 때 보닛, 윈드실드, 루프, 리어 램프로 이어지는 깔끔한 선 아래 20인치 휠을 품은 우람한 휠아치가 만들어내는 선의 볼륨감이다. 그리고 전면에서 봤을 때 보니 숄더 부분, 리어 테일게이트에서 보이는 면의 조화를 통한 볼륨감 표현이 또 한가지다. 특히 리어면이 완만한 호를 그리면서 팽팽한 볼륨감을 만드는 방식은 폭스바겐의 헤리티지이기도 한데, 전기차 시대에도 그걸 잘 살렸다. 다만 앞부분 숄더 부분은 주차장 오르막길 등에서 좌우 하단의 시야를 약간 가리는 경향이 있다.



기대 이상의 편의, 안락감

인테리어와 시트

 

대시보드 중앙에는 12인치 터치스크린이 들어가 있다. 화면 자체의 선명도가 우수하면서도 시야 교란이 없다. 제스처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터치 감도가 좋아 굳이 쓸 일은 없다. 기름기가 있는 간식을 먹을 때는 유용할 듯.



다만 주행 모드 변환 기능을 이 안에 넣어 놓은 건 약간 아쉽다. 센터 콘솔에 자리가 없는 게 아닌데 토글 스위치라도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리고 블루투스 연결 감도가 좋지 않다. 연결이 됐을 때는 사운드가 깔끔하지만, 터널에 들어가면 통화나 재생중이던 음악이 끊기거나 한다. 다른 차종에서는 없던 문제다.


하지만 단점은 이 정도다. 전체적으로 사용에서의 편의성과 안락감이 만족스럽다. 5.3인치 클러스터인 ID 콕핏은 스티어링 컬럼에 붙어 있는데, 스티어링휠 위치를 어떻게 변경해도 시인성이 우수하다. 전방 시야에서 정신을 분산시키는 것들을 없애고, 가고자 하는 방향이 이것이다 하고 집중하게 해주는 레이아웃이다.



에르고액티브 시트는 비교적 장거리, 장시간 주행에도 안락감을 유지해준다. 기본적으로 스포티한 타입임에도 허벅지에 불필요하게 가해지는 압력이 없고 어깨가 결리거나 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 안에 서울, 청주, 진천 다시 경기도로 복귀했는데 그냥 동네 마실을 다녀온 정도였다. 마사지 시트가 있지만 따로 작동할 필요가 없었다. 시트 소재도 알칸타라와 비슷한 아트벨루어여서 주행중 몸이 미끄러지지 않고 단단히 잡혀 있는 느낌이다.



2열에 타보지는 않았지만 2열 공간의 레그룸도 상당하다. 2,765㎜의 휠베이스를 충분히 활용한 공간이 돋보인다. 여기에 파노라믹 글래스루프의 개방감가지 더해져 시각적으로 공간이 주는 여유가 크다.



기대 안해서 미안한 승차감

폭스바겐 ID.4 라이드 앤 핸들링


승차감만 놓고 보면 5,000~7,000만 원대 전기차 중 단연 우수한 수준이다. 게다가 상위인 Pro 트림의 가격은 5,990만 원으로 경쟁차들에 비해 조금 낮은 편이라는 걸 감안하면 만족도는 더 높다. 안락감은 아우디 Q4 e-트론에 절대 빠지지 않는다.


ID.4 Pro 주행장면(사진제공 Volkswagen Newsroom)


단단하지만 딱딱하거나 불친절하지 않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어떤 노면 조건에서도 급작스런 반응이 없다는 것. Q4 e-트론과 마찬가지로 쇼크 업소버 제어가 절제되어 있다. 경쟁 차급 및 차종 중에서는 가장 안정성이 돋보인다.


여기에 토크 제어가 부드러운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좋은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최대 토크가 31.6kg∙m으로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급이지만 전개가 급작스럽지 않다. 가속 페달이 발냄새만 맡아도 차가 나가는 걸 장점 삼았던 몇 년 전까지의 전기차 트렌드와 달라진 것이 이것이고,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이 영역에서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고 출력은 150kW(204ps)인데 최대 토크가 끝나는 4,621rpm부터 전개된다. 그러니까 마음먹고 꾹 가속페달을 밟지 않으면 대체적으로는 차의 반응이 온순하다.


또한 Q4 e-트론처럼 후륜 구동 기반에 전륜에 추가 조향 기능이 들어가 있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건드리듯 조작하면서 스티어링휠을 꺾으면 추가 조향이 가능하다. 갓길 주정차로 인해 실질적으로 한 개 차로밖에 쓸 수 없는 유턴 구간에서도 유턴이 가능하다. 이 또한 동급 차종 중 가장 돋보이는 역량이다.


ID.4에 적용된 MEB 플랫폼


제동 역시 편안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급격한 전후 하중 이동이 없다. 코너에서 단단히 버티는 외륜은 조작을 편하고 재미있게 만든다. 후륜 모델의 밸런스가 이 정도면 유럽의 2모터 4륜 구동인 Pro 4모션이 기대된다. ID.3와 마찬가지로 후륜에 디스크 브레이크가 적용돼 있는데 제동 감각과 승차감에 전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최적의 회생 제동을 위한 일체형의 키트 타입이다. 폭스바겐에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티넨탈의 설명에 따르면 향후 인휠 모터 기반의 전기차 구동 시스템이 자리잡으면 디스크 브레이크의 효율성이 훨씬 더 높다고 한다.


ADAS 기능인 IQ 드라이브의 트래블 어시스트는 기능적으로 다른 브랜드에 모자랄 것이 없다. 다만 활성화 조작 방법에서 아직까지 메인 스위치를 켜고 그 다음에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물론 이는 대기 전력을 불필요하게 사용하지 않아 주행 거리를 확보하는 데 도움은 되지만 다른 차종 대비 조작에서의 직관성은 약간 부족하다. 물론 인간은 적응의 동물, 잠깐의 시승에도 금방 익숙해졌으므로 큰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다.



한 번의 시승이 아쉬운 전기차

구매 추천 의사 매우 그렇다

 

일단 활용도가 높다. 공인 복합 효율이 4.9km/kWh인데 실제로는 7km/kWh대다. 1회 충전 시 복합조건에서의 주행 가능 거리는 421km. 고속도로 기준으로는 384km다. 이번 시승에서는 고속도로 주행도 길게 했는데, 고속도로 주행 데이터만으로 보면 대략 70%에 해당하는 57.4kWh의 전기를 썼고 주행 거리가 300km 정도이므로 5.2km/kWh가 된다.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이 중심인 운전자에게 메인 차량으로서는 부족하지만 적어도 세컨드 카로서는 충분하다.



Pro 트림의 경우 가격도 5,990만 원이라 구매 시 국고보조금 중 50%(약 340만 원)를 기본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증액하면서 프로 트림도 580만 원(무공해차 통합누리집 기준)이나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경기도의 경우 300~500만 원의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므로 800~1,000만 원대의 할인이 가능하다. 여기에 폭스바겐도 다양한 바우처 제공을 통해 할인에 준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공영주차장 요금 할인 혜택 등 일상의 편의 등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ID,4의 순간 전비


물론 전기차를 마음 놓고 선택할 수 있으려면 인프라의 질적 향상,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동급 차종 대비 가격 차이 등 극복해야 할 것이 많다. 전기차끼리도 경쟁이 치열하다. 저렴한 중국한 배터리를 장착한 테슬라 모델 3가 9월 한 달 간 전울 대비 10배가 넘는 실적을 올리며 시장을 폭격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전기차의 가격이 장애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자동차가 주는 종합적인 즐거움을 봤을 때 폭스바겐 ID.4 Pro는 외부적 조건 및 경쟁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도 우위점이 많은 선택지다. 유가 광고 기사아 아님을 밝히며, 그럼에도 누군가가 이 차의 구매 결정에 의견을 요청한다면 당연히 추천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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