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리 일본을 좋아해도 용서할 수 없는 것
전 일본에 우호적입니다. 만약 러시아가 흡수합병의 논리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같은 논리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높은 확률로 북한도 한국을 치겠죠.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은 싫은 좋든 미국 아래 손을 잡아야만 합니다. 적어도 이 자유주의 대한민국이라는 체제에서의 삶을 이어가고 싶다면요. 일본도 대한민국이 무너지면 끝입니다. 중국이 한국에서 멈출까요? 그 때 미국이 희생을 치르면서 일본을 지켜줄까요? 현 일본 정부 각료들은 착각을 멈춰야 합니다. 여전히 한국과 일본의 문화는 지구에 존재해야 할 가치가 있으며, 특히 일본 대다수 국민들이 갖고 있는 근면함과 성실함,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는 기술의 우수성 등은 제가 일본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제가 친애해 마지않는 선량한 일본 국민들 대다수는 일본이 과거에 한 만행에 대해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상당수 일본인들은 그에 대해 알게 되면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합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적지 않게 봤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일본 국민들에게, 일본 정부가 가르쳐주지 않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호랑이입니다.
일본의 대지주였던 야마모토 타다사부로는 1917년, 한국에서 정호군(征虎軍)이라는 사냥 집단을 이끌고 '해수구제사업(害獸驅除事業)'이란 걸 벌였습니다. 해수란 요즘 쓰이는 유해조수와 같은 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실 말이 좋아 해수구제이지, 당시 한반도에서 야생동물, 특히 뭔가 '기개'와 관련되는 동물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는 광란의 사냥잔치였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오죽하면 한국에 와 있던 일본인들조차 이러다가 조선 호랑이나 맹수의 씨가 마르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들은 서구 열강과 맺은 불평등 조약으로 인한 손해를 아시아 각국 정복을 통해 메우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엔 자존심 문제까지 포함됐죠. 타다사부로의 무리들은 임진왜란 때 조선 땅에서 가장 잔인했던 무장인 가토 기요마사까지 언급해가며 자신들이 대단한 민족문화라도 잇는 양 닥치는 대로 짐승들을 죽였습니다. 호랑이와 표범의 모피, 뼈와 살로 만든 고약 등은 고관대작들에게 뇌물로 바쳐져 정호군 참여자들의 출세 밑천이 됐다고 합니다.
지금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받는 교육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설마, 우리 일본이 과거에 그런 짓을..."이렇게 반응할 일본인들이 8할일 겁니다. 그들을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 대부분이 접한 정보가 그것밖에 없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전하려는 거죠.
일본인들은 사물이나 동물에 깃든 혼을 믿습니다. 그들의 종교인 신도가 그런 것이잖아요. 저는 그 신도의 문화를 너무 좋아합니다. 특히 동물을 모시는 신사 개념도 좋습니다. 일본 나름의 스케일이 있는 자연환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과 인간의 친근함을 잘 나타내죠. 이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들도 많고, 그 속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감동적입니다.
그런 일본인들의 몇 세대 위 조상이 한국에서 한 짓은, 일본인들 대다수가 그렇게나 사랑해 마지 않는 자연 속의 일원인 동물 친구들을 학살한 것이었습니다. 호랑이의 후두부를 잔인하게 꿰어 죽이고 총으로 심장을 뚫고 멧돼지의 목을 베고 사슴의 목을 졸랐습니다. 그리고 마치 세상이라도 얻은 듯 즐거워했겠죠. 타다사부로는 지금의 일본인들도 좋아하지 않는 졸부, 수전노의 이미지라고 들었습니다.
일본인들도 십이간지와 띠를 믿습니다. 단지 음력이 아닌 양력 1월 1일을 설날로 지낸다는 것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요. 그래서 연말 연시에는 각 브랜드마다 각 동물의 해를 상징하는 일러스트나 작품을 올리곤 합니다.
저는 렉서스NX를 탑니다. 렉서스를 예전부터 좋아했고 앞으로 변함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2022년 호랑이 해를 맞이하는 렉서스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풍당당한 호랑이가 신형 NX에 마치 고양이처럼 헤드 버팅(머리를 밀고 비비는 것)을 하는 모습인데요. 동물을 너무나 사랑스럽게 표현하는 데 있어 역시 일본은 일가견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하고 싶은 겁니다. 이렇게 사랑스럽게 그릴 수 있는 호랑이를, 일본이 처음 접한 건 아마 한국과의 교류 덕분이었을 겁니다. 가토 기요마사가 죽인 호랑이가 일본과 한국 사이에 오간 최초의 호랑이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한국에 왔던 일본인들이 조우했을 수도 있고 선물로 오갔을 수도 있죠. 어찌 됐든 일본이 그 아름답고 귀여운 호랑이를 접할 수 있게 된 건, 한국 호랑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호랑이의 97%를, 1920년대 초에 다 죽였습니다. 일본 사업가와 고위 관료, 고위 군인들이요. 그리고 그들의 명에 신나서 따른 사람들이요.
거듭, 저는 렉서스를 계속 탈 거고, 다음 차도 렉서스를 살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저야말로 일본인들에게 이야기할 자격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사랑했던 그 큰 고양이, 호랑이들을 당신 조상들 상당수가 가담해 다 죽였고, 지금 당신네 나라의 정부를 장악한 자들이 그 호랑이 살해자의 후손들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