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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Feb 08. 2024

이토록 달콤한 끝물이라니! 아우디 A8L 60TFSI

종합 만족도 높은 플래그십, 할인에 정도만 있다면 베스트

제철이 아니지만 끝물 과일은 아주 달다. 자동차도 마찬가지. 할인까지 적용된 플래그십 세단의 달콤함은 브랜드 가치엔 독이 될지언정 소비자를 취하게 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아우디 A8L 60TFSI 콰트로는 4세대(D5)의 페이스리프트하고도 마지막 연식이다. 시승자도 기자가 마지막으로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할인 폭도 커 제네시스 G90보다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어디 한 번'과 '괜찮을까?'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이들을 위해 이 차의 메리트와 약점을 살펴봤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V8, A8L 60TFSI 콰트로

주행감 승차감에서 80점은 먹고 간다


부드러움과 강함이 공존한다. 엔진과 섀시 거동 성능을 따로 언급하기 어려운, 즐거운 주행 경험의 통합, 그것이 아우디 A8L TFSI의 본질이다. 4.0리터(3,996cc)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은 시동소리부터 부드럽다. V8 엔진이지만 우악스런 시동음으로 주차장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싫은 ‘내향형’ 오너들에게 제격이다. 



다른 라인업에도 적용돼 있지만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파워유닛이 60TFSI다. 원래 터보 엔진도 대배기량으로 가면, 저속에서 중속으로 올라갈 때의 터보 랙이라고 하는 구동 분절감이 적어지지만 이 차는 저회전 영역에서의 토크 전개가 더욱 부드럽다. 플래그십이니 당연하다 볼 수도 있겠지만 아우디의 다른 라인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숙하다. 구동음도 멀고 먼 곳의 북소리 같다. 


물론 굼뜨지도 않다. 최대 토크가 67.3kg∙m(1,800~4,500rpm)으로 배기량 대비 토크가 다소 낮게 세팅됐음에도 정지 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도 4.5초에 불과하다. 



운동 성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우디 A8은 양산 세단 기준으로 알루미늄 바디를 처음 적용한 차이고, 4륜 구동의 플래그십 적용에서도 선구자 격인 모델이다. 단순한 사양의 조합이 아니라 이러한 특징을 하나의 차 안에 통합한 노하우가 압도적인 것이다. 실제로 아우디는 협력사인 보쉬는 무론 폭스바겐 그룹사 내에서도 브랜드 간 도제 시스템을 통해 엔지니어 하나하나의 역량을 극대화해 왔다. 


같은 4륜 구동이라도 아우디의 콰트로는 개성이 뚜렷하다. BMW처럼 어떤 상황이라도 코너 안쪽의 목표점만을 노리며 아드레날린 분비를 유도하는 스포티한 드라이빙이 아니라 철저히 안정정인 운동성능을 추구한다. 즉 4륜 다운 4륜이 이 차의 지향점인 것이다. 



특히 A8L 60TFSI에 적용된 에어서스펜션은 운전자 기준으로 수평에 대한 집착이라 해도 좋을 만큼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승차 시 지상고를 들어올려주는 이 차의 특성이야 잘 알려져 있지만 과속방지턱이 많은 생활도로에서도 실내는 평안하다. 꿀렁거리는 것이 아니라 능숙한 스케이트보드 선수의 골반처럼 견고한 레벨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제네시스 G90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상당수 전문가와 현대기아차 관계자들조차 이 부분의 역량은 아우디 쪽에 한 표를 줄 정도다. 다만 에어서스펜션의 경우 부품과 공임이 비싸므로, 유지 비용은 각오해야 한다. 3,000만 원대의 할인 액수에만 현혹될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운동성능 자체가 ‘노잼’인 차라고는 할 수 없다. 그 재미의 기준이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내리막 코너 구간에서 속력을 채 줄이지 못해도 견고하게 버티는 외륜 쪽의 힘과 그럼에도 잡소리가 없는 차체는 만족스럽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놓으면 하체에 힘이 더 들어가지만 그럼에도 도로의 요철감 등이 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핸들과 시야, 차량 움직임의 유기성도 좋다. 



시트의 착좌감이나 압력은 동급 독일차 중 가장 부드럽고 우수하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다소 단단한 표면 압력과 달리 폭신폭신한 감이 있다. 마사지 시트 역시 ‘손힘’이 좋아 장시간 주행 중 결린 부분을 빨리 풀어 준다. 이런 모든 경험들이 맞물려서 이 차의 ‘주행 감각’을 만들어낸다. 



가장 실용적 디자인의 플래그십 세단

전동화 시대를 기대하게 하는 힘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아우디 A8의 존재감이 약한 건 사실이다. 시간에 비례하는 플래그십의 명성을 고려할 때, 독일 3사의 플래그십 중 가장 역사가 짧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아우디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후발주자의 강점인 첨단성과 안전을 강조했다. 2000년대에는 <트랜스포터> 시리즈를 포함 카체이싱 액션이 강조되는 영화 제작에 차량을 집중적으로 지원한 것도 메르세데스와 BMW의 플래그십과 다른 길을 간다는 브랜딩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부족한 디자인의 임팩트는 이런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다. 물론 디자인이 나쁘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차 자체로만 보면 매력적이다. 특히 페이스리프트 이후 나온 A8L 60TFSI의 독특한 그릴, 그래픽 라이트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 하면 떠오르는 강한 디자인 포인트를 찾기가 다소 어렵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의 경우, 첫 등장에서 디자인으로 호평만을 들었던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어찌 됐든 시간이 지나며 세단 라인업 전체의 디자인 언어를 이끌어가는 큐(cue)를 제시했던 것과는 다르다. 플래그십 세단 자체가 남의 이목을 즐기는 데 본령이 있다면, 그런 점에서 마이너스임은 분명하고 이런 요인이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초기 판매 부진→대폭 할인→브랜드 가치 하락→차기 모델의 신차 매력 저감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결한 형태를 통한 본질적 기능에의 봉사라는 바우하우스적 디자인 이상(理想)을 가장 견고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 아우디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가장 안정되고 깔끔한 실루엣은 차가 지향하는 드라이빙의 특성, 브랜드의 가치를 동시에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고차의 왕이 될 상?

매력적인 편의 사양과 안락감


AI 기반의 편의 사양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의 혁신을 이뤄가고 있지만, 차량이 주는 편의의 경험은 적어도 2020년대 이후 출시된 차라면 적어도 향후 몇 년 이상은 상대적으로 크게 빠지지 않을 것이다. 첨단화를 이야기하는 사양들도 결국 사람의 조작이 필요하고 ADAS 기능 역시 완전한 3단계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거기서 거기다. 



A8L 60TFSI는 2023년 말부터 큰 폭의 할인으로 제네시스의 G90 가격보다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파워트레인과 섀시가 주는 한 수 위의 안정성, 매력적인 주행 감각 등을 고려한다면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할인이 브랜드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보면 채 평가받지 못했던 차의 매력을 재발견하게 해 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시동을 걸 때 뱅 앤 올룹슨 오디오 시스템의 트위터가 스윽 올라온다거나 송품구가 열리고 닫히는 세리머니 등은 아날로그적인 맛도 있다. 그런 한편 어두운 곳에서 시트 벨트를 쉽게 체결할 수 있도록 체결부에 발광 효과가 적용된 것도 흥미롭다. 시간이 지나서 보게 되면 ‘옛날엔 이런 것도 유행이었다’며 웃음지을지도 모르겠다. 



이를 고려해 볼 때 인증 중고를 포함해 중고차 시장에도 곧 나오게 될 A8L 60TFSI는 적어도 중고차 시장에서 3, 4년간은 동급에서 가장 매력적인 차, 구입 시 큰 후회가 없을 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 V8 가솔린 엔진이 될 수도 있다는 시대적 상황도 구매 욕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A8 역시 2024년 중에 풀체인지 모델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높은 확률로 순수전기차 라인업인 E-트론이 라인업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현재 전기차 라인업에서 아우디의 간명한 디자인은 분명히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시장에서의 반응도 좋다. 과연 차세대 A8은 이런 전기차의 메리트를 살려, 내연기관 시대의 ‘아우디 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과거가 되어가는 현재의 아우디를 타며, 오지 않은 미래를 잠시 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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