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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달이 떨어진다?

지구가 망한다는데 렉서스가 무슨 소용이야

by 휠로그

원래 영화는 잘 보지 않습니다. 이웃나라 살색 영화를 영화로 치지 않는다면 그렇습니다. 영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좋아하는 영화들만 몇 번씩 보고 신작을 애써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살아온 동안 제대로 본 영화는 30편을 겨우 넘습니다. 아 이젠 40편 정도되겠네요.


그 40편의 영화 중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는 꼭 끼어 있습니다. 블록버스터 취향이 아님에도 이 사람의 재난 영화는 꼭 보게 됩니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재난 영화는 성공작도 있고 망작도 있는데 어찌 됐건 누구나 한 번은 상상해볼 수 있는 재난을 현실감 있게 그려낼 수 있는 재능-이라 쓰고 물주를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이 대단한 분입니다. 영화 결말은 갑분인류애, 기승전미국만세-미국태생도 아니면서-로 사실 떡밥에 비해 스토리가 진부하고 재미없다는 평이 많은 감독인데 그 아쉬움을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때워 해결합니다. 하지만 고증 하나는 철저한 감독이라는 무시 못할 강점도 갖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재난 영화의 거장이라기보다 재난 자체를 고대하는 과학 오컬트 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랜드마크를 어떻게 하면 그럴 듯하게 박살낼까를 평생 근면성실하게 고민하고 실천해 오던 롤랜드 에머리히에게 더 박살낼 랜드마크가 없었을까요? 이번에는 달과 지구를 쌍으로 조져보기로 마음먹었나봅니다. 나무위키에 가면 그가 영화를 통해 가루로 만들어버린 랜드마크 목록이 나옵니다. 비주얼 반달리스트(vandalist, 로마 제국 멸망 후 도시를 약탈했던 반달 족에서 따온 말로 문화 파괴행위를 일컬음)라고 해도 좋을 그의 신작은 바로 <문폴(Moonfall)>입니다. 어쩐지 김현철의 달의 몰락이 떠오르는데요.

Lexus_Moonfall_Feature_Still_09-1500x844.jpg "그녀가아아 좋아했던 저 달이"

롤랜드 에머리히의 재난영화에는 플롯 상 일정한 공식이 있습니다. 거대 재난의 징조를 알고 있는 전문가가 존재하고 그와 뜻은 같지만 도저히 사람으로서는 안 맞는(나중에 상황에 의해 맞아가는) 음모이론가가 있습니다. 전문가의 경우 능력은 인정받은 편이지만 너무 대쪽 같거나 어떤 불미스런 오해에 휘말려 비주류로 밀려난 상태입니다. 음모이론가의 처지야 말할 것도 없죠. 그리고 의외의 인물이 위기에 처한 주인공들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합니다. 이 때 보통 자동차를 활용합니다. 주로 협찬을 받죠. <2012>에서의 벤틀리 기억하시나요? 아, 국내에선 망한 영화였죠.


<문폴>에서는 우주조종사 조 파울러(할리 베리 분)와 음모이론가 P.C. 하우스먼(존 브래들리 분)가 롤랜드 에머리히 작품의 주인공 공식에 맞는 인물들입니다. 이들은 이 달의 궤도 이탈로 인한 재난을 먼저 알아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렉서스 딜러 톰 로페즈(마이클 페냐)가 이들을 구하는 역할이라고 합니다. 일단 예고상에선 그렇다고 하는데 아직 영화를 못 봐서 자세한 줄거리는 모르겠습니다.


렉서스가 공개한 <문폴> 트레일러
Lexus_Moonfall_D57_13688_R-2048x1363.jpg "당신을 구하러 왔소이다"

여담인데 그러고 보니 마이클 페냐는 얼떨결에 주인공 구하는 역할을 종종 맡곤 했습니다. <더블타겟>에서는 주인공 밥 리 스웨거(마크 월버그)를 어떨결에 돕게 되고 얼떨결에 영웅이 되는 닉 멤피스 역을 맡았죠. 트레일러를 보아하니 여기서도 그럴 운명인가봅니다.


어찌 됐건 이 영화에서는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 조 파울러 박사입니다. 2011년, 18개월간의 월면 조사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던 중, 우주 공간에서 뭔가의 공격을 받았는데 아무도 그것을 믿지 않았죠. 파울러 박사는 달에 뭔가가 있다고 강하게 확신하고 있습니다만, 역시 아무도 믿어주지 않습니다. 미국엔 2월 4일에 개봉됐는데, 약간의 스포일러에 따르자면 달이 급격히 제 궤도를 벗어나게 된 이유로, 인류는 물론 지구에 생명 폭발이 있던 무렵 존재했던 외계 문명이 달을 있는 대로 파먹어서라는 내용인 듯합니다.


달이 제 궤도를 잃고 지구로 가까이 오니, 달의 인력에 이끌려 모든 것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상황입니다.허경영?! "도대체 뭘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조 파울러의 이야기가 절절히 와닿는데요.


산도 뽑혀나가는 마당에 멀쩡히 지면에 대한마찰력을 유지하고 있는 차는, 바로 지난 해 공개된 렉서스의 신형 하이브리드 SUV인 2세대 NX입니다. 극중에 나오는 350h는 기존 NX300h를 대체합니다. 일본 브랜드답게 전장과 전폭을 드라마틱하게 확대하진 않았습니다. 휠베이스는 2,690mm로 이전 대비 20mm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장도 딱 휠베이스 늘어난 만큼만 길어진 4,660mm입니다. 정직하기 짝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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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외 브랜드들은 세대가 교체되면 파워트레인이 달라집니다. 투싼만한 크기에 2톤이 넘는 덩치를 끌기엔 다소 부족했던 동력 수치가 확 개선됐습니다. 동일한 엔진과 모터지만 엔진 최고 출력이 189hp(191ps, 수 6000rpm)으로 개선됐고, 최대 토크는 24.1kg∙m(3,600rpm)입니다. 구동 모터와의 합산 출력은 239hp(241ps)이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의 가속 시간은 7초대 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실제 NX300h를 타고 있는데, 정숙성, 고속에서의 안정성은 좋지만 순발력은 많이 아쉽습니다. 중량 대비 토크가 약하니 가속 시에 기름을 많이 먹고 그래서 고속 주행에서도 20km/L 이상의 연비를 기록하기 힘들었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하지만 NX350h는 연비도 대폭 개선됐습니다. 북미 기준 복합 연비가 16.5km/L에 달합니다. 토요타/렉서스 하이브리드의 특성상 도심 연비가 17.4km/L로 더 우수하고 고속에서는 15.7km/L 수준이네요. 주인공들에게 주어지는 연료는 제한적일 텐데, 도망칠 시간이 꽤 확보되겠습니다.


이 신형 NX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450h+와 함께 올해 상반기 내에 한국 시장에 공식 출시된다고 합니다. 렉서스는 새로운 세대가 나와도 중고가 하락이 심하지 않으니까 별로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음 차도 렉서스를 살 예정이라, 알아서 잘 해주시겠죠? 그렇죠? L&T 렉서스 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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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중의 주인공 파울러 박사의 차는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는 SUV인 GX입니다. 휠베이스 2,788mm, 전장 4,879mm로 기아 쏘렌토 정도의 크기인데요. 이 정도 크기의 차에 렉서스의 명품 V8 엔진인 4.6리터 가솔린 엔진이 장착됩니다. 미국인들의 선호도에 맞게, 배기량 대비 출력과 최대 토크는 각각 301hp(5,500rpm), 48.3kg∙m(3,500rpm)입니다. 공차 중량은 최대 2,353kg 정도입니다. 요즘 2.5리터급 터보 엔진보다 못한 최대 토크이다 보니 엔진 변속기를 6단으로 씁니다. 당연히 연비는 생각할 필요도 없겠죠. 회전 질감과 정숙성이 우수하겠지만, 이걸 타고 멀리 도망을 가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국 파울러 박사도 NX350h로 옮겨 탄다는 설정이 나와 있습니다.

용량축소 gx.jpg

사실 <2012>의 결말은, 환난의 와중에 아프리카 대륙만 쑥 솟아올라서 거기로 대피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파괴적이라곤 하지만 어찌됐던 바다에 방주가 떠 있으니까 어떻게든 지구 안에서 버틸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그러나 <문폴>은 말 그대로 지구가 박살난다는 조건입니다. 외계 지능형 무기물체와 싸우는 모습도 나오는데,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 있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창렬한 스토리를 잘 썼던 롤랜드 에머리히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게 현지의 평이긴 합니다.


그래도 기대됩니다. 어쨌든 상황을 설정하는 상상력도 중요합니다.


오늘(2022년 2월 12일) 미세 먼지가 장난 아닙니다. 슈퍼 문보다 가까이 있는 중국 발 미세 먼지가 더 큰 재난이긴 하네요. 영화 개봉은 3월 4일입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영화 상영 기간 중 달이 끝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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