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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Apr 28. 2024

4월의 차 포르쉐 파나메라

벤츠 S 클래스가 줄 수 없는 것

4도어 쿠페라는, 세단의 새로운 영역을 연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CLS였습니다. 세단의 안락감과 품격에 스포츠카의 개성을 결합시켜, 차 한 대로 라이프스타일의 전환이 가능하게 해 주는 자동차. 물론 부자들은 스포츠카와 세단을 모두 보유한 경우가 많겠지만 이동 중에 그 두 가지 감각을 동시에 느끼고 싶을 때 그걸 충족시켜주는 종류의 차는 분명히 필요하죠. 



메르세데스 벤츠는 그 영역의 관리가 다소 흐지부지했습니다. 물론 안 팔린 차는 아니었지만 지속될 만큼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CLS를 낳은 마이클 마우어가 포르쉐로 넘어가 파나메라를 탄생시킨 데 이런 이유도 기여했을 겁니다. 


E 클래스의 섀시를 기반으로 해 온 CLS와 달리 파나메라는 태생부터 S 클래스를 겨냥했습니다. 이 전략이 파나메라의 생명력을 좀 더 길게 전망할 수 있는 한 수가 됐습니다. S 못지 않은 안락감을 구현하면서도 S는 줄 수 없는 스포츠카로서의 역량.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차는 아직까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브랜드가 갖고 있는 '급' 덕분에, 부유층 중 조금 더 차별화되는 입지의 플래그십을 원하는 이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가능했죠.



파나메라는 한국 시장에서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1세대 첫 출시부터 그랬습니다. 2023년에는 1,818대가 팔렸는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파나메라 판매량 중 3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태생부터 아시아를 타깃으로 한 모델인데 의도가 맞아떨어진 것이죠.


파나메라는 카이엔과 함께, 스포츠카를 몰 만큼 운전 실력이 출중하지 않아도 즐겁고 재미있게 활기찬 드라이빙을 누릴 수 있게 하는 포르쉐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차입니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되면서 내연기관만으로는 갈 수 없었던 영역의 파워와, 플래그십 세단 및 스포츠카에서 가능할까 싶었던 효율까지 동시에 경험하게 해 줬습니다. 



4월 2일 국내에 공식 출시된 3세대 파나메라는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 기반의 고성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E-하이브리드와 2.9리터 V6 엔진 기반 파나메라 4 두 가지 사양입니다. 


물론 세부 사양이야 옵션 고르기 나름이겠지만, 두 가지 파워트레인 다 매력이 넘치죠. E-하이브리드는 모터 최고 출력만 190ps에 달하는 만큼 시내 주행 구간에서 정숙성을 자랑하는 한편, 680ps의 합산 최고 출력과 94.9kg.m의 최대 토크로 3.2초의 0→100km/h 가속 시간을 자랑합니다. 여기에 V6 엔진은 360ps의 최고 출력과 51.5kg.m의 최대 토크로 플래그십 세단으로서는 아쉽지 않을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 줍니다. 


여기에 E-하이브리드의 옵션(이라 쓰고 한국에선 필수 옵션)인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는 마치 로우 라이더(에어서스펜션을 과장되게 적용한 미국식 튜닝)를 방불케 하는 작동 영역으로 승차감과 퍼포먼스 두 가지를 다 잡습니다. 돈 있는 이들이라면 사지 넣지 않을 이유가 없죠. 



물론 파나메라를 사는 이들이 이런 성능을 굳이 하나하나 따져가며 사기보다는 '파나메라니까' 사는 이들이 더 많을 겁니다. 이미 구매한 전 세대 차량에서 만족했거나 주변 지인들의 평가를 듣고 결심한 이들이죠. 


파나메라는 한국의 자동차 아니 전반적인 소비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상징적인 차입니다. 차의 가격이나 급 때문에 흔히 '카푸어'라 불리는 이들과는 큰 관계가 없지만, SNS를 중심으로 한 과시형 문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차이기도 하죠.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어쨌든 인플루언서와 어떤 동기를 부여하는지 모르겠지만 동기부여가, 어떤 가치에 투자하는지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투자 전문가라는 이들의 SNS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레거시 산업의 종사자로서 꼬박꼬박 월급받는 장삼이사가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의 도래로 생겨난 사회의 균열 속에서 기회를 찾은 신흥 부자들의 취향에 맞는 차인가봅니다. 물론 차는 죄가 없습니다. 차가 서 있는 맥락이 그렇다는 거죠. 오늘도 파나메라는 빛나는 서울의 겉껍질 위로 아름답게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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