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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May 25. 2024

실패가 아닌 실험, 메르세데스의 전기차

존폐 위기의 EQ 그러나 신차는 계속된다

메르세데스란 브랜드는 생각할수록 미스터리입니다.


자동차 기술의 최전선인 포뮬러원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기록한 브랜드고, 거기서 파생된 다운사이징 기반 하이브리드 퍼포먼스를, 고객들은 거부했습니다. 2.0리터로 680마력을 내는 AMG C63 E 퍼포먼스를 기어코 아팔터바흐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았죠. 결국 메르세데스 AMG는 이 차에 100마력이나 낮은 V8 4.0리터 엔진을 되돌려놓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국 아팔터바흐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2.0리터 엔진 기반 AMG C63 E Performance


이 브랜드의 기술적 성과는 고객을 이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고객들은 완강합니다. 만만찮은 내연기관 애호가들이 몰려 있는 포르쉐조차도 전기차 타이칸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데, 삼각별 고객들은 온몸으로 전동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안전이나 편의 등 자신들의 몸에 직접 닿고 느껴지는 영역에서의 진보가 아니면 최신 기술의 선제 적용도 그리 반기지 않습니다.  이 고객들의 취향을 맞추다 보면 가장 잘 팔리는 라인업은 동시대 트렌드와 아주 약간은 엇박자를 냅니다.


사실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브랜드도 망하지만, 고객에게 질질 끌려다니다 트렌드를 놓치는 브랜드도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아마 다른 자동차 브랜드가 그랬다면 망했을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사라진 브랜드들이 자동차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는 견고하게 살아남았습니다. 


물론 생존엔 희생이 따랐습니다. 그리고 전기차 브랜드 EQ가 그렇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브랜드 차원에서 공식적인 메시지가 나온 건 아니지만 이미 외신을 통해, 그룹 내부 관계자들이 흘리는 '썰'은 그러한 방향입니다. 


사실 이게 메르세데스 EQ 브랜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유럽은 이미 전동화 전면 전환의 시한을 연장했습니다. 당장 독일은 보조금을 30% 깎습니다. 물론 이건 전기차에 대한 브레이크라기보다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을 막기 위해, 중국 자동차 산업과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내연기관의 연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지만 어찌 됐든 전기차에는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산업 전반의 흐름이라는 것이죠.


물론 메르세데스 EQ 브랜드 차량들 자체의 아쉬운 상품성도 문제입니다. 최고 출력은 차치하고서라도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 최고 속력 제한 등 다른 제조사 대비 한 세대는 늦은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라고 논 것은 아니었겠지만 고객들이 잘 찾지도 않는 차를 위해 제대로 된 연구개발을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또 그러다 보니 유입되는 고객도 적은 악순환에 내몰린 것으로 보입니다. 충전에서의 불안성도 아쉽습니다. 특히 급속 충전기 사용 시 '벽돌'이 되는 문제가 글로벌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EQ 브랜드의 존망과 무관하게,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기차 연구나 진화가 멈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메르세데스는 퍼포먼스와 충전 등에서 아쉬운 면을 보이고는 있지만 대신 사고 시 안전으로 승부할 생각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AG 측은 지난 해 자동차 업계 최초로 전기차의 차대차 충돌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50% 오프셋(차량 전면 절반 정도) 충돌 실험이었습니다. 



전기차는 동급 차량 대비 무겁습니다. 여기 동원된 두 차는 EQA와 EQS로 각각 내연기관 기준 GLA와 GLS에 해당하는데 공차 중량이 내연기관 모델 대비 200kg 이상 무겁습니다. 그만큼 충격 시에 감당해내야 할 피해가 크다는 뜻이죠.


5월 21~22일 양일간,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이 때 실험에 사용된 차량을 한국으로 직접 가져와 '전기차 안전 인사이트'를 진행했습니다. 안전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죠. 실제 충돌 안전 시에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가 놓친 부분을 많이 챙겼습니다. 구조대가 쉽게 수동으로 차량을 비활성화할 수 있게 하는 기능, 고전압 시스템의 이상 감지 시 바로 시스템을 차단하고, 충돌이 일어나면 양극과 음극을 신속히 분리하는 기술부터, 케이블 하네스 자체를 충격의 영향이 적은 차체 가운데로 집중시키는 방식 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탑승자에게 전기차의 무거운 중량으로 인한 충돌 에너지가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 모습도 보였습니다. 특히 충돌 실험에서 운전자 더미는 유럽 기준으로 볼 때 평균보다 많이 작은 체격인 신장 150cm, 체중 49kg의 하이브리드 3였습니다. 즉 그만큼 골격이 약한 운전자도 사고 충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한 배터리 하우징을 보호하기 위해 섀시 강성을 배분하는 정석적인 방법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부분은 메르세데의 고전적 장점인 승차 안락감과 배치되는 영역입니다. 특히 하부 측면 차체에 적용된 고강성 스틸과 배터리 하우징은 그 자체로 마치 바디 온 프레임과 같은 물리적 특성을 지니는데, 여기에 에어 서스펜션만 적용해 놓으니, 라이드 앤 핸들링 자체에서 이질감이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벤츠 엔지니어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 질문하니 자기들은 승차감에서 불만 없다는데 그거야 당연하죠. 중요한 건 고객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는 역시 메르세데스가 전기차 영역에서 아직 더 좋아질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바로 여기에 메르세데스가 트렌드에 살짝 처지면서도 오늘날까지 압도적인 브랜드 가치를 자랑하며 살아남아온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시점은 늦지만, 그 갭만큼 자신들만의 논리와 방법을 내세우고 그걸 통해 고객이 '나는 메르세데스를 탄다'라는 정체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 사실 메르세데스 고객들이 관심을 갖는 최신 기술이란 자신의 일상에서 직접 피부에 닿는 것들 정도라는 경향이 좀 더 강합니다. 다른 브랜드 대비 첨단 기술에 그렇게 민감하다고는 볼 수 없죠. 또 람보르기니나 페라리처럼 엄청난 성능에 대한 니즈도 아닙니다. 그래서 메르세데스의 AMG는 강력하고 멋진 차들이 많지만 뭔가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이런 애매함을 갖고 신기술과 완고한 고객 니즈 사이의 갭을 메워가는 것은, 구체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는 줄타기입니다. 노하우(know how)라는 말은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 힘들 때 다소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하는데, 메르세데스는 어찌 됐든 실패에서도 미래를 만들어내는 노하우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저러나 이번에 출시된 EQA와 EQB의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는 10~13km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인증 방식 때문이고요. 2024년 3월부터 도입된 전기차 전비 등급에 따라 EQA는 2급, EQB는 4급(한국에너지공단 수송에너지)을 받았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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