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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잡이 여러분, 왼손으로 운동해 보세요

말 안 되는 소리죠? 왼손잡이 골퍼는 좌타가 정답입니다

by 휠로그

아, 진짜 속은 기분입니다.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내추럴 본 왼손잡이라 하더라도, 20년간 오른손으로 골프를 쳤는데 똑딱이도 아니고, 클럽 온 첫날에 하프 스윙이 이렇게 제대로 맞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간 쳤던 게 아까워서 고민 속에 우타를 유지했던 시간이 조금 아깝게 느껴집니다. 물론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왼손에 응용하는 게 어렵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좌타로의 전환을 결심하게 된 건 최근의 일입니다. 저는 스윙 입스를 자주 겪습니다. 스윙 입스가 왔을 때, 동반자들이나 골프 지인들은 저더러 장난 친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정말 골린이 아니 골생아 수준으로 몸이 회귀합니다. 골프 클럽을 어떻게 들어올리는지조차 몸이 잊어버립니다. 물론 프로들도 스윙이 아주 나가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다시 다잡는 과정을 거치면서 프로가 된 것입니다. 저도 그래서 그냥 연습을 하고 혹은 레슨을 통해 교정을 하며 폼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아무리 공이 잘 맞아도, 왼손이 끌어당겨 만든 임팩트일 뿐이란 걸 최근 레슨에서 알았습니다. 우타 골퍼 기준으로 왼손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방향 때문이죠. 하지만 이게 잡히고 난 다음에는 오른손이 정말 중요합니다. 오른손이 파워를 만드는 겁니다. 공을 던지는 동작과 같습니다.그런데 제가 오른손으로 공을 던질 수 있을까요? 오른손잡이 여러분, 공을 왼손으로 던져 보십시오. 답이 나올 겁니다.


제가 좌타 고민을 할 때 들었던 말 중 세 가지 그리고 바로 반박할 수 있는 말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클럽 구하기 어렵다. 클럽 2주만에 왔고요. 해결됐네요. 둘째, 연습 공간 못 찾는다. 연습장 구석에 자리 있습니다.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죠. 세 번째가 류현진과 이종범, 필 미컬슨의 사례, 즉 딴손잡이 사례였습니다. 류현진은 원래 오른손잡이인데 좌투수, 이종범은 원래 왼손잡이인데 우투우타, 필 미컬슨도 오른손잡이인데 좌타라는 이야기였죠.


여러분, 이 사람들이 받는 연봉, 혹은 그 위치가 어딥니까? 어딜 봐서 일반인의 사례와 비교합니까? 이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에요. 미국 각 주에서 야구 제일 잘 하는 사람만 모은 메이저리그에서 사이영상 투표 3위 이내에 몇 년 연속으로 진입한 투수가 일반인의 경우에 대입이 되나요? 타이거 우즈를 제외하고 가장 위대한 선수란 말을 듣는 필 미컬슨이 비교 사례가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시라도 그래서 왼손잡이인데 우타로 치고 있으면서, 좌타로의 전환을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더 이상 고민하지 마시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구력이 오래돼서 고민이시라고요? 더욱 쉽습니다. 저, 솔직히 왜 잘 맞는지 모를 정도로 어이가 없습니다. 그냥 공이 맞습니다. 연습장에서 프로며 사람들이 보고 혀를 찹니다. 지금 당장 결정하십시오. 늦지 않았습니다.


사실 왼손잡이에 대한 연구는 운동생리와 언어학 쪽에서 학문적으로 연구돼 왔습니다. 운동생리 쪽에서는 ‘듣는 손’과 ‘듣지 않는 손’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결국 중요한 순간에 힘을 쓸 수 있는 ‘측면편애성’은 인간의 뇌 발달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래서 유전적이라는 겁니다.


재미있는 건 이 ‘듣는 손’과 ‘듣지 않는 손’ 개념은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인간만의 특징으로 알려졌으나, 2010년대 들어와서의 연구에 따르면 다른 동물들에게도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합니다. 특히 앞발을 손처럼 쓰는 동물들인 영장류를 비롯해 캥거루 등에게 우세 손잡이가 나타나고, 심지어 고양이에게서도 우세한 앞발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https://www.sciencetimes.co.kr/news/왼손잡이-동물들의-정체는/


또한 혹시라도 자녀가 골프를 시작하려 하는데 원래 왼손잡이라면 어찌 해서든 왼손으로 칠 수 있도록 해주시길 권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면 몸에 익어서 잘 하겠지라는 생각은, 중간에 골프를 그만두게 할 생각이시면 해도 괜찮습니다. 적당히 폼만 익히고 나중엔 일반 대학 진학이나 하면 된다는 생각이시고 경제적으로 아주 풍족하신 집이라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왕 시작한 거 선수로 끝을 보고자 하는 상황이라면 절대 해선 안 될 선택입니다. 1990년대 이전 연구에 따르면 억지로 손잡이른 바꾸는 경우 운동 능력에는 심각한 저하가 오거나 말더듬 등의 증상이 올 수 있다는 내용도 밝혀져 있습니다.

왼손잡이는 그냥 왼손으로 치는 게 답입니다. 전쟁터에 나가는데 무기를 버리고 왜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서 나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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