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사 폐지론이 놓치고 있는 것들
드론작전사령부(이하 '드론사') 폐지론을 두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저는 군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드론이 모빌리티 영역과 닿아 있고, 연관 세미나나 업체 등을 취재하면서 자연히 드론과 국방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런 현장의 관점으로 이번 폐지 논의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어느 편을 지지한다기보다 이 논란 자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말을 보태게 됐습니다.
당연히 드론사 폐지 논의는 '정치적'입니다. 팩트를 들여다보자며 세부를 논하는 것은 논의의 본질을 가리지 못합니다. 세부를 들어 전체의 부당함을 이야기하고자 하면 안 될 것이 없습니다.
혹자들은 '이제 겨우 권고가 나왔는데 알아보지도 않고 현 정부 여당을 비난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사실일까요? 2026년 2월 7일 현재, 드론작전사령부 폐지 논의는 단순한 제안이나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국방부의 공식적인 정책 검토 및 이행 준비 단계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국방부는 이 권고를 수용하고 이행에 관한 세부 절차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이야깁니다. 즉 드론 사령부의 공식적이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는 거죠. 진보 진영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를 과민 반응이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권고가 바로 실행으로 이어지는 것 자체가 온당한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드론사는 2023년 9월에 창설됐습니다. 실질적인 활동 기간은 겨우 2년 남짓입니다. 정부 산하 조직이 제 역할을 갖고 자리를 잡아나가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볼 수 있었을까요? 사령부급 조직이 이 정도 시간 안에 사라진다면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 정도의 실책과 잘못을 했는지는 다시 따져 봐야 할 일입니다.
물론 창설 당시 논의가 그렇게 정교하지 않았다는 점은 반성해야 합니다. 당시 정부 조직이 '드론'과 '전쟁'을 각각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죠. 전자는 한국의 드론 산업 자체가 매우 빈약하기 때문이며 후자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실전을 경허해 본 것이 너무 오래 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냉정히 말하면 드론사는 백지상태였습니다. 즉 무엇이 약하며 무엇을 강화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대부분 기성 드론을 구입해서 쓰다 보니, 평시와 전시라는 조건에서 한반도 전장의 특성을 반영한 드론 병기화와 개발 전략이 채 수립되기도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병역 자원들이 복무기간도 짧은데다 군의 핵심 역할을 하는 초중급 간부들의 대거 이탈로 훈련 데이터가 쉽게 축적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사실 드론의 산업화 영역은 미국조차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입니다. 일단 생산 단가를 맞출 수 없습니다. 개발에 있어 들어가는 제약도 훨씬 적습니다. 통제적, 전제적 시스템을 가진 중국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연구 과제나 기업의 유형이면 거리낌 없이 차별적 지원을 합니다.
물론 미국에도 괜찮은 드론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스카이디오나 틸 같은 회사들은 미군과 긴밀한 커넥션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드론사의 존속을 현재의 가성비 기준으로 비판하고 있는 한겨레의 기사 '드론사 없다고 드론 작전 못 한다?…그러면 미군은 왜 안 만들까?(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1241461.html)'를 보면, 드론사가 미군에 없는 조직인데 한국에는 왜 필요하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나 미군은 지금 자국 드론 브랜드들과 이미 긴밀하게, 단위 부대급에서도 협업을 해 오고 있습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엇보다 미군의 압도적인 예산입니다. 또 국방에 대해서는 확실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상태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민간과 군이 선순환을 만드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제 드론이 갖지 못한 고속 기동과 자율비행을 강점으로 합니다.
원칙적으로 한국도 국방 예산이 첨단 분야로 보다 대폭 확대되고, 특히 그것이 인력까지를 포함하는 R&D 예산 확대로 간다면 미국처럼 하는 게 맞습니다. 한겨레의 시각이 틀린 건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의 국방 예산은, GDP 대비 높지만 아직도 숫자에 집착하는 보병 중심 전투 체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 인력이 모자라는 인력 미스매치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자율적으로 각 군이나 단위 부대가 민간 드론 업체와 손잡고 개발을 이어나가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바로 그 R&D의 컨트롤 타워 역할이, 앞으로 계발되어야 했을 드론사의 역할이 아닌가 합니다.
참고로 한국은 드론 자체는 중국에 밀릴지 몰라도 비대칭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안티 드론은 크게 발달했습니다. 이는 한국 도시의 높은 밀집도 때문인데요. 도시나 아파트 단지에서 드론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세게 최상의 수준인 한국의 보안 체계 개념이 접목되면서 자연스럽게 발달한 기술입니다. 드론 산업 자체는 낙후됐지만 한국의 드론 조종자들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그것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안티 드론 기술도 함께 발전한 것이죠.
드론사는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별로 투자 대비 효과도 없는 드론전투를 상정해 만들어진 의미 없는 조직일 수도 있습니다만, 안보 양상의 변화 속에서 비대칭 전력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의 컨트롤타워로서 존재 가치는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처럼 여유롭지 않은 조건이라면 투자 역량은 결집해야 하는 것이죠.
또한 이런 드론사의 존재는, 사명감 그리고 국방과 크게 관련이 없는 다른 정부 기관의 지원으로 어렵게 이어지던 안티 드론에 대한 투자를 더 강화할 수 있는 조직이었습니다. 드론의 전투성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적의 드론 운영 체계를 파악하고 어떤 식으로 전투술과 방어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는지 공식적으로 연구할 기회와 명분도 주어질 겁니다. 그리고 그 연구의 성과가 각군과 단위 부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텐데, 이걸 현재의 효율만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치적이라는 겁니다. 정치는 사실보다 인식의 세계죠.
물론 드론을 '기습 타격이 가능한 비대칭 전력'으로 보는 시각도 낡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드론의 세계 최고속 기록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페레그린이라는 기체로 약 660km/h에 달하는 속력을 냅니다. 그러나 이는 현재 대공 방어 능력을 기준으로 보면 살충제를 맞은 파리 정도에 불과합니다. 값비싼 요격 무기를 쓸 필요도 없이 근접 대공 방어로도 충분히 요격 가능한 저속 목표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드론사 페지에 강하게 반대하는 어조인 중앙일보의 '드론으로 적 본토 때리는 기습작전, 드론사 없애면 불가능한 이유 [Focus 인사이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1097' 도 그리 명확한 판단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은 이보형 장군으로 초대 드론작전사령부 사령관님입니다. 찾아보니 육군항공사령관을 역임하셨는데요. 이분은 드론을 현재 헬기 전력의 연장으로 보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전장을 급습해 호쾌하게 타격하는 것은 현재 아파치 헬기가 능선 뒤에 숨어서 헬파이어로 적을 타격하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이 방식은 드론을 비대칭전력으로 성장시키는 것과는 상당한 충돌과 모순을 낳습니다.
드론이 비대칭전력이 될 수 있는 경우는 있습니다. 이스칸데르처럼 불규칙 기동을 하며 생존성을 포기한 자살 공격이죠. 또 한 가지는 군집 비행입니다. 자살공격의 연장 선상인데, 한국 민간기업들의 군집 드론 기술도 훌륭한 수준입니다. 적 드론이나 부대를 마구 에워싸며 예측 불가능한 모형으로 전개하는 방식, 거기다가 한국이 보유한 집속탄이나 백린탄 기술과 연결한다면 전장에서 적의 사기 자체를 크게 꺾어놓을 정도의 공포심도 줄 수 있을 겁니다. 초거대중량 탄두의 현무가 적 화강암 벙커를 무너뜨려 인도적 구조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잔적들을 군집 드론으로 학살하는 계획이라면 그제서야 비대칭 전력이라 할 만하겠죠.
여기도 조건이 있습니다. 사용하는 기체가 일반적인 양산형 드론이 아니라, FPV 방식의 드론이어야 합니다. 문제는 이 FPV를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최소한 시뮬레이터로 500~600시간은 연습해야 합니다. 간부나 병사들의 하루 일과 중 4시간씩만 교육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4~5개월이 걸립니다. 집중 훈련을 한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드론 사령부가 아닌 일반 부대에서, 겸업으로 그런 역량을 키울 기회가 주어질까요? 그렇지 않아도 간부들은 무리한 겸업으로 일상이 파탄나 그냥 전역해버리는 일이 잦고, 병사들의 경우 병역 자원이 적다 보니 이 교육시간은 고스란히 다른 병사들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는데 과연 별도의 부대 없이 인력이 가능할까요? 인력 절벽과 간부 이탈에 신음하는 한국군 현실에서 '전담 조직' 없이 드론 역량을 키우겠다는 말은, 축구 선수들에게 행정 업무를 시키면서 틈틈이 연습해 월드컵에서 우승하라는 요구와 다를 바 없습니다.
"막고 싶었네. 전쟁을 핑계로 한 그들(서인)의 전횡을 막고 싶었어."
2004년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김성일이 일본에 다녀온 후 서애 류성룡에게 하는 말입니다. 김성일도 일본이 전쟁을 준비하는 사실을 인정했으나, 그 기미를 이유로 국정을 독점하는 서인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는 정치 논리를 앞세웠습니다. 그 결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죠.
사실 드론사 해체 권고(라고 쓰고 실질적인 절차 돌입)는 최근 팽배한, 정확한 목적을 가진 엘리트 조직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엘리트로서 정보를 독점하고 자신들의 부정을 덮으며 권력과 재물을 독점하는 행위는 분명히 잘못됐습니다. 그런 세력들이 시대착오적 계엄에 동참해 국격을 떨어뜨린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엘리트의 전횡은 시스템으로 견제해야 할 대상이지, 도끼로 찍어내야 할 제거 대상이 아닙니다. 전문성을 가진 엘리트 조직을 해체하는 것은 당장의 정치적 통쾌함을 줄지는(누구에게?) 모르나, 그 공백이 불러올 안보적 재앙은 오롯이 시민의 몫으로 돌아옵니다.
역사 속 김성일이 막고 싶었던 것이 서인의 전횡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자존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외면한 '실체적 위협' 앞에서 조선의 백성들이 가장 먼저 피를 흘렸다는 사실입니다. 드론사 폐지 논의 역시 '엘리트에 대한 복수'가 아닌 '국가 R&D의 연속성'이라는 차원에서 냉정하게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철학에 반하는 것들을 거침없이 저격하는 요즘입니다. 혹여 이 글도 그 타깃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이 글이 미래 안보를 걱정하는 가장 뼈아픈 진실에 닿아 있다는 '훈장'으로 여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