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의 질서를 넘어선 고찰의 미

프레임으로 채 담지 못한 신륵사 그리고 기아 셀토스 2세대

by 휠로그

14일부터 19일까지 2세대 셀토스가 시승차로 나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특별히 차 자체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차종은 아니다 보니 결국 차로 어디에 가고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개발된 지 오래도록 개선되지 않은 토크는 커진 차체를 효과적으로 밀어내지 못했고 출력의 전개는 더뎠다. 말 그대로 '굴러만 가면 그만'이라 생각하면 탈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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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건 달리 생각하면 엄청난 장점이기도 하다. 자동차가 운전자의 삶에서 자기 존재감을 지운다는 것은, 운전자나 소유주를 진짜 자유롭게 하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찾은 곳이 신륵사다. 강을 따라 길게 누운 강을 바라보는 조선 거찰의 눈빛을 어떻게 담아 볼까 하는 생가이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마흔 다섯 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솔직히 건질 것이 하나도 없다. 아니 현장에서부터 뭘 찍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신륵사를 모르는 것은 아니로되,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찍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렌즈는 35mm 하나였는데, 전경을 담기엔 좁았고 집중하고자 하니 수다스러웠다. 도리 없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나는 문장을 다룰 때만큼, 사진에서는 직관적이지 못한 것 같다. 직관은 사진에서 무척 중요한 요소다. 처음 보는 상황을 완벽히 프레임 안의 언어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이미 머릿속에 그 공간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몇 번 간 공간에 대해서는, 어떤 모양을 찍어 오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주 가 보지 않은 공간에서는 그것을 통제하기가 어려운 걸로 봐서, 내 직관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일반적인 서양식 건축물을 담을 때는 생각보다 정해져 있다. 수직과 수평. 아무리 비정형 구조물이라 해도, 그 곡면, 곡선과 만나는 접선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적인 아이디어가 생각난다. 후보정에서 어디를 잡아 일으켜세우면 통제되고 멋진 왜곡이 나온다는 계산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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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의 건축물들은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직선의 언어를 벗어나 있다. 처마는 프레임 밖으로 달아나려 하고 기둥의 선은 숨어 있다. 눈에 보이는 답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 건축 사진은 자신만의 기준을 마련한다면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사진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많은 사진가들이 동양 철학이나 불교에 빠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돌아가면서 여주 저류지에 들러, 셀토스 정지 컷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신륵사 앞에서 헤맸던 카메라는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몇 컷을 만들어냈다. 매일 보는 차는, 차종이 아무리 바뀌더라도, x, y, z 축이 분명하다. 그 질서는 보편적인 것이고, 응용법도 이미 다양하게 나와 있다. 나는 프리셋(preset)처럼 그 중 하나만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신륵사에는 자주 가 볼 예정이다. 자주 가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내가 담을 수 있는 형상이 머리에 떠오를 때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