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브런치로는요
브런치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작가를 발굴하고, 또 글 쓰는 사람들이 출간에 다가서는 과정이나 경로를 다양화하려는 노력에도 경의를 표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출간 작가가 되기 위해 브런치를 열심히 하라는 식의 문구에는 설득되지 않습니다.
책의 출간 자체가 저에게 그다지 간절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책을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책을 출간하면 그 자체가 명함이 되고 어떤 영역에서든 전문가스러워보이는 사람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이 쓰는 데이터베이스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매거진 에디터를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글을 쓰고 기획을 하고 밥벌이를 해온 제가 출간 제의를 안 받았다면 거짓말입니다.
제가 돈이 된다는데도 출간 계획을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른 걸로 돈을 벌고 있어서입니다. 그리고 지금 브런치로부터 간택돼 출간에 이른 내용들을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퇴사찬가입니다. 저도 퇴사를 앞두고 있지만 모든 불운이 회사 생활로부터 생겼고 회사를 그만두자 천지가 개벽했다는 식의 내용을 킨포크스럽게 끄적여놓은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또한 생활 정보라고 보기에는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것들이 많습니다. 차라리 출간하지 않으시는 테크나 공학 분야의 메모와 관련한 글들이 더 좋습니다. 그런 책은 출간이 안 되겠죠. 한 마디로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배설 유도제 같은 글들만 모여서 출간 작품입네 하는 흐름에 동참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저는 브런치에 쓰는 글을 퇴고하지 않습니다. 오타도 일부러 놔둡니다. 여긴 그냥 기록의 창구입니다. 네이버 포스트와 별개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