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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Oct 03. 2022

퍼터 들고 스윙하는 사진이라니

골프 용품의 한심한 패키징 사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침체가 예상되긴 하지만 그래도 골프 연관 산업은 견조한 업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골프라는 스포츠의 특성상 입문한 고객들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죠. 이게 어느 정도는 사회, 경제적 신분의 상승을 의미하는 스포츠다 보니 잠깐 어려워지더라도 형편이 나아지면 비즈니스나 대인관계를 위해서라도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다양한 골프 용품들은, 그래도 이 스포츠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데 기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골프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런 흐름 속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관련 용품 패키징에 들어가 있는 골퍼들의 모습입니다. 노출이 심하냐고요? 차라리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눈길 끌기용이라고 변명이라도 가능하죠. 누가 봐도 골프의 '골'도 모르는 사람이 찍은 사진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들입니다.


일단 클럽 선택부터 보죠. 엉망인 피니쉬 자세는 뭐 상관 없습니다. 프로 선수들 중에서도 피니쉬 자세가 나쁜 사람들은 많으니까요. 그런데 어라? 클럽 헤드가 퍼터입니다. 이러고 보니 다른 것도 눈에 들어옵니다. 그립을 잡은 손은 떨어져 있고 각각의 손은 무슨 쭈쭈바 움켜쥔 모양이네요. 그립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캡처본이 있었는데 사라졌고, 해당 제품도 온라인 쇼핑 목록에서 찾을 수가 없네요.


그러나 그뿐만이 아닙니다. 분명 클럽 헤드는 오른손잡이용이고, 모델 역시 오른손잡이인 것 같은데, 피니쉬 동작을 한 것인지 백스윙의 탑 동작인지를 알 수 없는 스틸 컷도 보입니다. 백스윙 탑이라기엔 너무 정면을 보고 있고, 피니쉬라기엔 팔 방향이 바뀌어 있습니다.

사실 제조사나 쇼핑몰의 잘못이 아닙니다. 담당자들이라고 다 골프를 치겠습니까. 이해합니다. 일일이 비싼 모델 촬영해서 쓸 수도 없는 거고, 골퍼들이 사진 이상하다고 대노하지도 않을 일입니다. 이런 사진들은 주로 스톡 사이트에서 라이선스 구매를 한 것들이죠. 즉 패키징 제품의 골프 사진이 엉망인 건 스톡 이미지가 엉망이라는 소립니다.


아래는 대표적인 스톡 사이트인 '엔바토 엘리먼츠'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결제해서 쓰고 있는 것이고요.



이건 탑인가요, 피니시인가요? 야구 테이크백도 이렇게는 안 합니다.



한눈에 봐도 골프 클럽 자체를 처음 잡아 본 사람이네요. 90타만 쳐도 저런 테이크백은 안 나옵니다.



이분은 아예 꼿꼿이 서신 상태에서 팔은 접고 손을 머리 위로 올렸네요. 백돌이도 저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압니다.



오우, 그나마 이건 낫군요. 꽤 훌륭한 백스윙탑입니다. 손등 모양, 페이스 다 완벽한 모습입니다. 찾아보면 이런 사진도 있네요. 왜 이런 걸 안 쓰고 괴상한 사진을 쓸까요?



이것도 스톡에 '골프'라고 쳤을 때 나오는 이미지입니다. 뭔가 뷰티나 패션 화보의 레퍼런스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요즘의 골프에 쓰지 않는 퍼시먼(감나무) 헤드의 우드를 저렇게 갖고 오진 않았을 테니까요. 저걸 구하는 게 더 어려웠을 거란 점에서 상업 사진이나 잡지 피쳐 사진 정도라고 해두겠습니다.


스톡에는 유독 스포츠 분야에서 엉터리 사진들이 많습니다. 어차피 사람들 신경 안 쓰는 표지 사진이라 대충 넘어가실 건가요? 소비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사서 쓰면서도 '이 업체 관계자 골프 하나도 모르네' 정도의 생각은 할 겁니다.


제대로 된 골퍼의 모습으로 패키징을 장식하고 싶다면 아주 짧게라도, 최소 90대 타수를 치는 골퍼와, 골퍼의 동작을 아는 포토그래퍼를 섭외해서 촬영하시는 걸 권합니다.


골프사진의 모델 섭외 및 촬영에 관심 있으신 업체 관계자분들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최상의 퀄리티로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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