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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Mar 01. 2023

지프에 녹아든 PSA 유전자, 어벤저

효율과 스타일 갖춘 지프의 첫 전기차, 아시아 최초 한국서 공개

지프의 어벤저(Avenger)는 지프 최초의 BEV(순수전기차)이자 전기 SUV다. 지프 가문의 성을 달았지만 플랫폼 자체는 구 PSA 그룹의 eCMP(Common Modular Platform) 기반 차량. 2022년 파리 모터쇼에 등장한 이후 유럽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으며 지프 브랜드 최초로 ‘2023 유럽 올해의 차(European Car of the Year 2023)’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어벤저가 2월 29일,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에서 선보였다. 이에 지프는 국내 고객들이 미리 어벤저를 직접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도록 7개의 지프 전용 전시장을 순회하는 ‘어벤저 국내 투어’도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출시일은 미정이지만 세그먼트를 고려할 때 국내 출시 가능성이 높은 차인만큼, 이 차랴에 대해 좀 더 알아보았다.  



지프의 역동성과 유럽의 감성 조화된 디자인


지프가 유럽 시장에서 인기 없었던 브랜드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차종들은 미국적 정통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지프 라인업 중에서 상대적으로 신구대륙의 감각을 두루 아우를 만한 것이 체로키 및 그랜드 체로키의 디자인인데, 어벤저는 그 체로키의 스타일을 컴팩트하게 다듬었다. 전면은 상하 폭이 좁고 헤드라이트가 날카로운 현행 그랜드 체로키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LED DRL(주간주행등)이 보닛 선을 따라 장착돼 있고, 그 아래로 벤트 오버 타입의 그릴이 있으며 주 헤드램프는 안으로 쑥 들어간 모양새다. 충돌 시 헤드램프 유닛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후미는 레니게이드를 연상시킨다. 레니게이드도 피아트 500X와 함께 2010년대 중반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된 차종이었다. 그 당시 해당 세그먼트의 핵심 경쟁차종이자 강자가 푸조의 2008이었는데 이젠 유전자를 공유하게 됐다. 


전장은 4,084㎜, 휠베이스는 2,560㎜로 측면에서 봤을 때 오버행이 무척 짧다. 지프 브랜드가 가진 오프로더로서의 면모도 녹아 있다. 휠은 최대 18인치까지 제공된다. 작은 체구지만 측면 볼륨감이 탄탄하다. A 필러는 완만하고 윈도우의 상하 폭이 좁아 날렵한 이미지를 구현한다. 1열 손잡이는 캐릭터 라인 위에 위치했고 2열 손잡이는 윈도우 쪽에 숨겨져 있다. 전형적인 B 세그먼트의 기능 배치라 할 수 있다. 


인테리어에서는 가로로 쭉 뻗은 심플한 대시보드, 그리고 조수석 끝에 배치된 ‘AVENGER’ 레터링이 눈길을 끈다. 별도 기어박스가 없는 전기 차인 만큼 센터 콘솔을 수납공간으로 최대한 활용했다. 앰비언트 라이트는 심플한 가운데 대시보드 양 끝쪽에서 단면을 따라 점등되도록 해 조형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제한적인 차체 크기 안에서 최대한 공간을 효율화한 것은 칭찬할만하지만, 그래도 패밀리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명확하게 구현된 스텔란티스의 탄생 목적


전동화에 뒤처졌던 구 FCA가 공백 없이 전동화 시대에 합류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 그만큼 과도기적 성격도 있는 차종이지만 디자인 완성도는 우수하다. 주력 시장인 유럽에서 반응도 좋다. 파리모터쇼 공개 후 사전 계약이 1만 대를 넘어갔다. 유럽 현지 가격은 대략 3만 9,000유로 수준.


거의 동일한 파워트레인의 e-208, e-2008도 효율, 디자인, 실용성 면에서는 호평을 얻었지만 아무래도 브랜드 파워가 약했다. 그러나 지프라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다. 가격만 어느 정도 맞춘다면, 생애 첫 차로 전기차를 구매하고 싶은 유저들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합병 전, PSA 그룹은 유럽 내 제조사 중 탄소배출량 저감 우등생이었다. 디젤과 가솔린 라인업을 한동안 유지했지만 고효율 중심의 다운사이징 엔진을 중심으로 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대표적으로 받아들였다. 


전동화에 있어서도 효율을 중심으로 했다. 각 브랜드들이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를 연장하기 위해 더 큰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하는 데 몰두할 때, PSA 그룹은 효율 자체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50kWh 급 배터리를 장착해 배터리 팩의 크기와 무게를 줄인 덕분에 내연 기관차와 공유하는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었다. 


어벤저의 배터리 용량은 54kWh다. 최고 출력은 115kW(156ps), 최대 토크는 260Nm(26.5kg∙m)의 최고 출력은 작은 차체를 감안하면 충분한 역동성을 발휘할 만하다. 이는 이미 e-2008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어벤저는 내연기관 이후 시대의 미국 외 시장, 특히 유럽에서 지프 브랜드의 도약을 이끌 모델이다. 배터리는 스텔란티스 그룹 자체 공급이라고 하지만 이는 다름 아닌 PSA 그룹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다면 북미 시장에서는 판매에 제약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스텔란티스 그룹은 삼성 SDI와의 협업을 통해 북미에서 연산 40GWh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배터리 생산 시설이 완공된다면 어벤저 역시 미국 내 생산 배터리를 장착하고 북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차량 자체 크기가 작아 북미 시장에서 선호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스텔란티스는 신구대륙을 합해 가장 많은 브랜드를 갖고 있는 거대 기업이다. 냉정한 경제 논리 속에서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손을 잡은 PSA와 FCA는 스텔란티스의 이름 아래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효율적인 BEV 라인업을 통한 지프의 승부수도 일단 유럽에서는 먹혔다. 과연 한국 출시 시에도 좋은 평가를 얻을지, 그리고 국내 이미 출시돼 있는 PSA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종들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살펴볼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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