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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Mar 04. 2023

2023 포드 레인저, 비싸진 건 맞지만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를 위한 변명

3월 2일, 포드의 중형 픽업트럭 레인저의 신모델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P703)이 국내에 공식 출시됐다. 현장에서 포드의 임원진들은 가격이 이전 모델에 비해 너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시달렸다. 물론 기자들은 고객들이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을 대신한 것이었겠지만, 임원진들은 진땀을 뺐다. 와일드트랙(Wildtrak)은 6,350만 원, 랩터(Raptor)는 7,990만 원이다. 



세대교체 모델이라는 점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요인만으로는 고객들을 완전히 설득하긴 어려울 것이다. 완전 변경 차종이라 하더라도 동일 트림에서 1,300만 원 이상 가격이 높아졌다면 체감되는 가격 상승폭은 높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차를 선택할 수 있을 만한 이유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신형 레인저 중 최상위 트림 2종, 호주 가격과는 적정선


레인저의 포지션과 계통을 설명하는 것은 약가 복잡하다. 포드는 각 지역마다의 최적화 정책을 폈다. 현지화 전략을 가장 성공적으로 펼쳐 온 브랜드가 포드다. 새로운 P703의 개발은 호주 법인 엔지니어들이 맡았다. 주 시장은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시아권에서는 태국, 베트남, 인도 등 영국의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다. 


실제 이들 시장에서 주력으로 팔리는 레인저의 등급 및 트림은 최고 출력 130ps에 6단 자동변속기, 5단 수동변속기 결합 모델이었다. 어댑티브크루즈 컨트롤을 포함해 편의와 인포테인먼트 기능에서 최상위에 해당하는 와일드 트랙은 상징적인 트림으로 여겨졌다. 레인저는 하나의 차종이지만 트림에 따라 생업을 위한 차가 되느냐 고급스러운 레저 중심의 픽업트럭으로 여겨지느냐가 나뉘었다. 



일단 12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그대로 들어왔다. 2021년 국내 출시됐던 레인저 와일드트랙의 경우 디스플레이가 아쉽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완벽하게 해결됐다. 시인성도 우수하다. 포드 특유의 감성이 녹아 있는 계기반의 그래픽도 특징적이다. 시동을 켜고 끌 때 차량 아이콘과 함께 ‘Build Ford Tough’ 로고가 포스터처럼 나온다. 여기에 포드의 시그니처 싱크4(SYNC4) 시스템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즐길 수 있다.



시트와 도어 트림 등 몸에 닿는 부분들이 무척 소프트해진 것도 이전 세대 대비 변화된 점이다. P703의 구현의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시된 점이 승차감, 안락감의 구현이라고 한다. 실제 2022년 태국에서 진행된 미디어 드라이브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와일드트랙의 경우, 픽업트럭치고는 상당히 세밀한 감쇠력 조절로 주행 시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픽업트럭이라기보다는 댐퍼 행정 거리가 좀 긴 SUV를 탄다는 정도였다. 


국내에 들어온 레인저 와일드트랙은 호주 달러로 6만 7,000 달러 수준이다. 한화로는 약 5,900만 원. 환율로 보면 딱 적절한 수준이다. 


레인저 랩터도 한층 고급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험로에서도 고속주행이 가능한 이 모델은 바하(Baja), 락 크롤링(Rock Crawling) 모드를 포함 7가지 주행모드를 갖췄다. 여기에 험로 주행이 가능한 올터레인 타이어가 장착돼 있다. 오프로드 주행에 필요한 각 모드 설정은 12인치 스크린 안에 들어가서 가능하며, 상황에 맞는 다양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디자인에서는 랩터가 좀 더 픽업 마니아들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적용된 대담한 ‘FORD’레터링을 포함해, 휠캡에도 FORD 레터링이 적용돼 있다.



포드 글로벌 프로그램 매니저 댄 치코포코


스티어링휠 하단에는 ‘RAPTOR’ 레터링이 적용돼 있고 차량 시트 곳곳에 레드 컬러의 스티치와 컬러 포인트가 적용돼 있다. 랩터의 경우 8만 6,000 호주 달러로 한화로는 약 7,500만 원 선이다. 국내 출시가격과의 차이는 적정선이다. 



경유 가격의 하락, 넓어진 마케팅의 폭


마케팅 영역에서 고민했을 부분이 바로 경유 가격이 아니었을까 한다. 현장에서도 가솔린 모델이 아닌 디젤 엔진을 들여온 이유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포드코리아 측은 “픽업트럭 유저들이 원하는 것이 최고 출력 수치보다도 실용적인 영역에서 발휘되는 두터운 토크였다”고 전했다. 실제 이 차의 최대 토크는 51kg∙m(1,750~2,000rpm)에 달하며, 와일드트랙의 경우에는 견인력이 3.5톤에 달한다. 



‘왜 디젤이냐’는 물음에는 포드가 억울할 수 있다. 10년 전에 포드가 받았던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가 ‘왜 포드는 디젤엔진 차량을 갖고 들어오지 않는가’였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그러하다.


게다가 변수도 있다. 2022년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엔진 차량 점유율은 10%대로 추락했다. 여기엔 전체적인 고유가 상황에서 휘발유보다 경유가 비싸진 데 따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2023년 2월 말 기준으로 경유 가격은 다시 휘발유 가격 아래로 내려왔다. 휘발유에 제공하던 세금 감면폭을 줄인데 따른 영향도 있지만, 경유의 수요 공급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결된 것도 한 몫 한다. 2023년 3월 현재 한국 석유공사 오피넷 기준으로 수도권 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1,555원이다.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의 복합 연비는 와일드트랙 기준 10km/L, 랩터 기준 9km/L다. 현행 정도의 경유 가격이라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준이다. 


물론 이것 역시 이성적인 접근이다. 아무리 편리한 기능이 들어간 풀 체인지 모델이라 하더라도, 일단 소비자는 가격 앞에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결국 유망 고객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레인저와 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멋지고 재미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물론 포드코리아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과연 어떤 경험을 통해, 소비자가 가격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유도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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