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의 비난 심리
오늘도 분주한 지하철을 뚫고 직장에 도착했다.
이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자네 이리 좀 와보게"
부장이었다.
언제나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는 부장은 오늘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내 앞에 나타났다.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이 복장이 이게 뭔가?"
부장은 몇 가닥 없는 눈썹을 씰룩거리며 시비를 걸어온다.
"딩동댕~, 일층입니다"
때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나는 재빨리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열림 버튼을 누르며,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부장님, 주의하겠습니다. 얼른 타시지요"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니 거울로 내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내 복장이 이상한가?'
내 눈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순간 평소 관심이 없었던 부장의 복장이 궁금해졌다.
'저 양반은 얼마나 단정하게 출근하길래 아침부터 지적질이지?'
힐끔 쳐다봤다.
단정한 정장에 통 큰 바지, 깔끔한 구두, 탈모로 빠져버린 정돈할 것도 없는 헤어스타일까지
단정했다. 회사 통틀어 가장 단정했다. 매일 아침 다른 사람보다 일찍 출근하면서도 정돈된 복장을 유지하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아침일찍부터 잔소리를 들어 머쓱한 분위기가 엘리베이터 속에 흘렀다.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심상으로 무심히 한 마디 던지는 순간, 내 예상보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부장님은 매일같이 이렇게 일찍 나오시고, 복장도 항상 깔끔하신 것 같습니다. 대단하십니다!"
부장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자기 노력을 알아주는 부하직원의 말 한마디를 이끌어낸 것에 대해 기뻐하는 듯 보였다. 부장은 어쩌면 나를 비난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잘못 표현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부서 직원들의 욕받이인 우리 부장이 조금 측은하게 여겨졌다.
한국인은 남을 깎아내리고 비난하는 걸 즐기는 듯하다. 일반화하면 안 되지만 SNS와 기사 댓글을 보면 일반적으로 그러하다. 나는 일상생활에서도, 직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비난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관찰한 바를 정리하고 비난의 과정을 살펴보던 중 사람들이 타인을 비난하는 숨겨진 목적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비난으로 해소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인정받기 원한다. 하지만 다 같이 노력하고, 모두가 땀 흘리는 바쁜 대한민국에서 타인의 인정을 받기란 매우 힘이 든다. 반면, 남들만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은 너무 쉽다. 비난받기는 쉽고 칭찬은 인색한 나라. 대한민국이다.
우리 부장님을 포함해 인정에 굶주린 어른들이 많다. 그들은 낮은 위치에서부터 온갖 고충을 겪으며 지금의 높은 자리에 올라왔다. 그동안 쌓인 경험과 지식은 덤이다. 능력 있는 이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왜 꼰대가 되었을까? 그들이 꼰대가 된 것은 어쩌면 이들의 노력과 짧지 않은 세월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해서가 아닐까? 조금 안쓰럽다.
그래도 꼰대는 꼰대일 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