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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Jul 09. 2020

팬들이 진정 원하는 건 '쿨한 카라' 2

조 기자의 연예수첩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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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잘 알겠지만 카라는 소녀시대나 블랙핑크처럼 데뷔와 동시에 '뜬' 그룹이 아니었다. 결성 초반에는 원년 멤버 한승연이 소녀 가장처럼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출연하며 이름 알리기에 급급했다. 

2009년 '엉덩이 춤'을 앞세운 '미스터'로 메가 히트를 기록하기 전까지 멤버 교체도 겪는 등 나름 산전수전을 거쳤다. 


당시 카라가 처했던 상황은 지금의 AOA와 비슷하다. AOA도 출발 당시의 팀 색깔을 바꾸는 과정에서 멤버들을 교체했다. '섹시 콘셉트'로 성공하고 나서도 메인보컬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퇴하는 등 내홍을 앓았다. 

카라와 다른 점은 전현 멤버들끼리의 오래전 갈등이 뒤늦게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사실상 해체로 짐작되는 파국을 맞았다는 것이다.


물론 카라도 멤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였던 건 아니다. 앞서 칼럼에서도 넌지시 얘기했듯이 저마다 생각이 달랐다. 좀 더 구체적으론 멤버들의 부모들끼리도 제각각 동상이몽을 꾸고 있었다.

어찌 됐든 멤버 2명이 나가고 새로운 멤버 1명이 들어오면서 해체 위기를 간신히 딛고 일어난 이들은 5년 정도 더 활동하다가 2016년 해체했다. 


당시 카라에게 왜 그리 모질게 말했나, 조금은 후회스럽다. 내가 만약 그들처럼 고작 20대 초반의 나이로 복잡 다난하고 살벌하기 그지없는 쇼비즈니스의 세계 한복판에 던져졌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자문하게 된다. 

선택 여하에 따라 돈과 명예의 크기, 더 나아가 미래가 달라지는 상황인데 초연하고 느긋한 태도로 능수능란하게 언론을 상대할 수 있었을까? 


특히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구하라를 떠올리면서 더 미안해졌다. 부모가 든든히 뒤를 받쳐주며 바람막이로 나서도 힘들었을 상황에서, 홀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서러웠을지 이제야 짐작이 간다. 

갓 어른이 됐지만 아직은 제 한 몸 추스르기도 어려운 나이... 하지만 가족을 다독이며 모든 선택의 주체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그를 상대로 '갈등 봉합과 해소 그리고 이별의 과정이 지금보다 쿨해지고 깔끔해지길 바란다'라고 요구했던 건 과한 주문이었다. 


다시 칼럼을 쓴다면 다른 문제부터 짚고 넘어갈 듯싶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그룹 멤버 전원이 재계약과 팀 존속 여부를 왜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지 심층 취재하는 게 먼저였을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개개인이 어떤 꿈을 꾸고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었는지 알아보는 게 우선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의 뒷받침 없이 '멋지게 회자정리를 해라' '더 솔직해져라'라고 무턱대고 나무랐던 건 지나친 오지랖이었다는 걸 뒤늦게나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주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반백년 가까이 살다 보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현명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쿨하게 행동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자주 깨닫는다.

더불어 그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인을 비판하고 탓하는 게 때로는 무책임하고 섣부른 '꼰대 짓'일 수 있다는 걸 왜 지금에서야 알았을까,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나저나 카라와 AOA, 볼빨간사춘기 모두 기자와 팬으로 비교적 좋아하던 가수들인데 앞으로 다시는 '완전체'로 만날 수 없는 현실이 살짝 아쉽다. 

가수들의 일상은 자신들의 음악처럼 마냥 신나고 흥겹지만은 않다. 그 사실을 너무 잘 알면서도 가끔은 이들이 부른 노래의 엔딩처럼 실제 미래도 환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곤 한다. 물론 이 역시 꼰대의 쓸데없는 공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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