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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Jul 10. 2020

그들의 방송 하차 혹은 배제는 누가 결정하는가? 1

조 기자의 연예수첩 23

우리 사회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원칙들 가운데 하나가 '무죄 추정의 원칙'이다. 

풀이하면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진 죄가 없는 걸로 대한다'라는 뜻. '나쁜 짓을 한 것 같다는 이유만으론 어떤 불이익도 줘서는 안 된다'라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참으로 당연한 원칙인데, 의외로 무시하고 넘어갈 때가 많다. 일례로 검찰청 앞 포토라인이 그렇다.

유무죄 판결이 아닌, 조사를 받으러 왔지만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로 죄인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판결과 상관없이 포토라인에 서는 행위만으로 얼떨결에(?) 죗값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누가 언제 어디서 봐도 명백한 범법 행위를 저지른 이들마저 같은 원칙으로 대하자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게 분명한데도 인권 보호를 이유삼아 정식 판결 전까지 만행의 장본인을 자유롭게 내버려 두는 건 그 어떤 원칙을 근거로 제시하더라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중시하고 지키려 하는 건 '무죄 추정의 원칙'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자 법치주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남도 똑같이 대하고 보호해야 한다. 나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엄격한 것처럼 보기 싫은 모습은 없다.


이렇듯 시작부터 다소 거창하게 '무죄 추정의 원칙'을 들먹인 건 일부 유명인들의 방송 하차와 배제가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관해 다시 질문을 던져보려 하기 위해서다. 그에 앞서 지난 2014년 3월 12일 온라인에 게재했던 '마구잡이식 하차 요구는 이제 그만'이란 제목의 칼럼을 소개한다.


보름 전 서점에서 한 시사 월간지에 수록된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씨의 인터뷰 전문을 읽었다. 함 씨는 SBS 예능 프로그램 '자기야 - 백년손님'에서 홀로 사는 장모와 격 없이 지내는 모습으로 '국민 사위'란 별명을 얻으며 요즘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내용은 아주 흥미로웠다. 함 씨는 TV 속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모습과 다소 어울리지 않게 지극히 보수적이고 약간은 전근대적인 여성관과 정치관을 지니고 있었다.


또 안철수 의원을 향한 발언에선 이제까지 만나본 안 의원과 비슷한 연배의 대다수 지식인 기득권 계층처럼 안 의원의 행적을 매우 냉정하게 평가 절하했다. 다소 주관적 의견일지 모르겠으나, 안 의원 또래의 '배우고 힘 있는' 사람들 치고 그를 칭찬하는 사람들은 거의 만나본 적이 없다.


인터뷰를 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은 한 마디로 '이 분, 역시나 성공한 사람이구나'였다. 어려움을 딛고 사회적으로 자수성가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들, 이를테면 철저하게 효율성만을 따지고 '중간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진하게 받았다.


그러나 나름의 확고한 논리를 바탕으로 거침없이 자신의 주관을 밝히는 모습에서 평생을 몸 바쳐 키운 자녀들로부터 구닥다리 사고방식을 지적받기 일쑤인 우리네 나이 드신 아버지들이 떠 올라 피식 웃고 말았다.


다음 회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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