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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Jul 15. 2020

그들의 방송 하차 혹은 배제는 누가 결정하는가? 2

 조 기자의 연예수첩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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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씨의 이 같은 인터뷰 속 몇몇 발언이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뒤늦게 월간지를 읽은 일부 시청자들이 발언의 내용을 문제 삼아 방송 하차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진중권과 표창원 같은 유명인사들은 트위터를 통해 함 씨의 발언을 비판했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흥분 잘하는(?) 종편 시사 프로그램들도 어김없이 거들고 나섰다.


이 논란을 지켜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언제나 그랬듯 '다른 생각'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변하지 않는 태도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함 씨의 소신과 주관이 그를 방송에서 강제로 하차시켜야 할 만큼 문제덩어리인가에 대한 도발적인 의문이다.


만약 그가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정치관과 여성관을 수시로 얘기하고 강요했다면, 그건 출연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공공재인 방송은 특정 개인의 '사상 발언 무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 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보수적인 성향의 인쇄매체와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자신의 오랜 생각을 양념 삼아 살짝 공개했을 뿐이다.

문제의 발언은 보기에 따라 편향적인 시각의 주장으로 비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도 생각하네. 참 재미있군'이라며 넘어가 줄 수 있는 대목이다.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비판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좋고 나쁨을 따져 방송 하차 등과 같은 벌을 줄 성질은 아니란 뜻이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비난해선 안된다. 설령 그것이 논리적이지 못하고 팩트에서 벗어났더라도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범죄 행위가 아닌 이상, 일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하차 요구 서명 운동과 같은 마구잡이식 인신공격은 곤란하다.


함 씨가 개인적으로 정 보기 싫은 사람들은 '자기야...' 시간대에 다른 프로그램을 보면 될 일이다. 낮아진 시청률에 깜짝 논란 제작진이 알아서 하차시킬 것이다. 

강제적인 여론의 화살을 동원할 만큼 위중한 사안은 아니므로, '열린 시선'으로 지켜보자는 얘기다.


위의 칼럼이 출고된 직후, 함 씨는 결국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말았다. 물론 얼마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슬쩍 돌아왔지만 당사자로서는 정치적 성향과 소신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처음 겪는, 그래서 꽤 당혹스러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앞서 얘기했던 '무죄 추정의 원칙'을 함 씨의 경우에 적용하긴 어렵다. 당사자가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죄가 있고 없고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 


그럼에도 유무죄를 언급하는 이유가 있다. 함 씨의 중도하차를 비롯해 방송가에서 이른바 '여론재판'이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캐스팅을 좌우하는 횟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재판도 일종의 재판이라면, 여론재판에 의해 프로그램 퇴출 혹은 하차가 결정되는 출연자에겐 유죄 선고가 내려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여기서 여론재판의 주체인 여론이 항상 올바른 판결을 내리는지에 대해 한번쯤 의문을 품고 싶어 진다. 만약 그 여론이라는 것이 실은 어느 한쪽의 편향된 의견만을 대변하고 있는데도 전체인 양 행세할 경우, 판결에 따른 결과는 과연 누가 책임지게 되는지 궁금해진다. 

또 이 과정에서 여론의 등 뒤에 숨어버리는 '비겁쟁이'들은 없는지도 확인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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