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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Nov 04. 2020

성장통 앓는 소녀시대, 고비 넘길까2

조 기자의 연예수첩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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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의 사생활이 음악보다 더 부각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조금 아쉽다.

이를테면 '더 보이즈' 아이 갓 어 보이' '미스터 미스터' 등 최근 3~4년 동안 발표했던 곡들의 폭발력이 '다시 만난 세계' '소녀시대' '지' '소원을 말해봐' '오!' 등 활동 초창기 히트곡들과 비슷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참고로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면 이들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는 역대 국내 걸그룹들의 데뷔곡, 아니 대표곡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기교를 부리지 않아 더욱 진심이 느껴지는 모든 멤버들의 청아한 음색부터 유려한 멜로디 진행은 물론 가슴 벅찬 마무리까지 어느 것 하나 모자랄 게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좀 더 세련된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 하는 소녀시대의 일 욕심은 충분히 인정한다. '더 보이즈' 아이 갓 어 보이' '미스터 미스터' 등 최근작들 대부분은 고난도의 춤과 노래 실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빠르고 멀리 앞서가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래 유행보다 반 발자국 앞서야 하지만, 대중을 이끌어가려 하는 과정에서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이 같은 의문은 이전보다 길어진 소녀시대의 활동 공백 기간에서 우선 비롯된다. '실패하면 어쩌나'란 두려움과 계속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준비만 너무 거듭하다 보니 대중의 관심은 노래를 비켜가게 괸다. 

반면 자꾸만 사생활로 쏠리게 되고, 심혈을 기울여 발표한 노래는 정작 묻혀버리고 마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지금 소녀시대에게 가장 절실한 건 예전의 히트곡들처럼 '한 방'이 있는 노래다. 연예 매체가 늘어나면서 사생활에 대한 관심 또한 급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걸림돌 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노래만 좋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성장통'이다.


오래전 연기자 박중훈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소문난 달변에 '비유의 달인'으로 명성이 자자한 그가 방송 등 공식석상에서도 가끔 했던 얘기로, "10번 싸워 10번 모두 이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하지만 50번 싸워 30번 이기고 20번 지는 게 더 값진 전적이라고 본다"며 "보다 많은 작품에 출연해 흥행 실패도 경험해봐야 훌륭한 배우가 된다. 그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박중훈의 이 같은 발언은 당시 한석규에게 보내는 조언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한석규는 박중훈의 뒤를 이어 199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 영화계의 간판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였는지 쏟아지는 출연 제의를 모두 물리치고 2000년대 초반까지 3년여간 갑자기 활동을 중단했었다.


한석규의 출연 공백이 길어지자 취재진을 포함한 영화계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박중훈을 만날 때마다 "한석규가 왜 저러는지 선배로서 짐작 가는 데가 있느냐"라고 묻곤 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박중훈은"배우로서 재충전과 휴식이 절실했을 것"이라며 후배이면서도 동년배인 한석규를 감쌀 때가 잦았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덧붙인 충고가 바로 "50번 싸워... 본다"였다. 될 만할 작품을 꼼꼼하게 선별하는 것도 좋지만, 때론 실패가 보이더라도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요즘 같아선 원빈에게 해당될 것이다. 원빈은 2010년 '아저씨' 이후 연기 활동이 완전히 끊긴 상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난 10년간의 출연작과 대표작을 굳이 대라면 커피와 의류 CF가 전부일 정도다. 

이 중 최근 커피 CF에선 자신이 들고 있는 커피 브랜드를 궁금해하는 여성에게 쑥스러운 표정으로 "원빈 맞아요"라며 이름을 알려줬다가 살짝 민망해하는 연기를 선보인다. 일 년만 활동을 쉬어도 대중의 뇌리에서 사라지기 십상인 와중에 자기 패러디나 다름없다.


예전 한석규와 지금 원빈의 '과작(寡作) 행보'를 마냥 그들만의 성향 탓으로 돌리긴 어렵다. 대중의 '좌표 찍기'로 변해버린 환경 탓도 크다. '삼세판'으로 패자부활전을 너그럽게 인정해주던 과거와 달리, 한 번 실패하면 기회는 두 번 다시 주어지지 않을 때가 잦다. 대중의 반응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연예인들이 차기 행보에 극도로 신중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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