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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Nov 10. 2020

성장통 앓는 소녀시대, 고비 넘길까3

조 기자의 연예수첩 52

예전 한석규와 지금 원빈의 반대쪽에 서 있는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하정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파로 신작 개봉 편수가 줄어들면서 그가 출연한 새 영화 역시 보기 힘든 상황이지만, 불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매년 주연작을 적어도 한 편 이상 꾸준히 선보여 왔다. 


아마도 7년 전 '더 테러 라이브' 개봉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극 중 무너지는 건물에서 악전고투하는 TV 앵커 역을 맡아 거의 원맨쇼나 다름없는 열연을 펼친 하정우에게 "당신을 아끼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살짝 우려스럽다. 출연 편수가 워낙 많다 보니, 더 나이 먹고 나중에 연기해도 될 캐릭터까지 미리 당겨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정우는 이렇게 답했다. "주위 분들이 걱정하신다. 다작으로 빨리 소비될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난 쉬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다.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작으로 쌓인 피로를 이겨낸다. 또 실패를 아주 두려워하는 성격이 아닌 덕분도 있다. 운동선수가 승패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경기에 자주 출전해야 실력이 느는 것처럼, 배우도 될 수 있으면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많이 출연해야 연기력을 키울 수 있다. 지금 내 나이에 쌓을 수 있는 커리어를 일부러 날려버리고 싶지 않다."


물론 하정우의 소신 내진 작업 스타일을 다른 연예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이런저런 작품에 자주 출연하고 싶어도 제의가 들어오지 않아 못하는 경우가 하정우 같은 극소수의 톱스타를 제외하곤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신곡 활동을 한 번 할 때마다 소속사가 몇 천만 원씩 쏟아부어야 하는 가수들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쉼 없이 일하기 어렵다. 돈도 돈이지만 신곡 발표를 원하는 대중의 수요와 그 시기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흥행 전략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그래서일까, 대중음악계에선 창작욕에 불타오르는 아티스트가 신곡 발표를 자주 허락하지 않는 소속 음반사를 상대로 "음반 좀 자주 내게 해 달라"며 싸우는 사례도 간혹 있다. 고(故) 프린스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그는 워너브러더스사가 희소성과 판매량 유지를 목적으로 새 음반 발표를 막자 프린스란 이름을 포기하고 읽을 수 없는 기호로 이름을 대신해 새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작을 추구하든 과작을 추구하든 좋고 나쁨을 따질 일이 아니다. 다만 관련해 변하지 않는 원칙은 있다고 본다. 배우는 좋은 연기로 가수는 좋은 노래로 각각 평가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의 결과물을 계속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결과물을 끊임없이 선보이기 위해선 실패를 두려워말고 '대범한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두 명의 남녀 개그맨이 매우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을 연이어 전해 왔다. 진짜 이유야 당사자들만 알겠지만, 아마도 몸과 마음의 상처로 인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처지와 어렵게 일을 계속하더라도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을까 두려워해서가 아니었을까 아주 조심스럽게 추정해 본다. 정리하면 대중의 평가에 대한 극심한 부담감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으리라 생각한다. 


앞서 말한 '대범한 도전'이란 실은 별 게 아니다. 가끔은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가자는 것이다. 프로페셔널이라면 남의 이목과 평가를 의식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우선은 성공에 따른 보상도 실패에 의한 책임도 모두 자신의 몫이란 생각으로 배짱 있게 버티고 달려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지레 겁먹고 움츠러들어 어렵사리 돌아가는 길로 들어가 봤자 크게 달라지지 않을 상황이라면, 차라리 자신 있게 덤벼들어야 결과 여부에 상관없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본다.


강산이 두 번 이상 바뀌는 동안 나름 끈질기게(?) 여기저기를 오가며 밥벌이를 이어오고 있다. 그중 주된 밥벌이는 기사를 쓰는 것이었고, 지금도 쓰고 있다. 기사를 쓸 때 다음 문장과 내용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털을 쥐어뜯으면 몇몇 선배가 조언처럼 늘 해 주던 말이 있다. "지금 안 써진다고 도망가면 누가 대신 써 주냐? 써질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거야. 잘 쓰고 못 쓰고? 당연히 중요하지만 당장 마감이 급한데 따질 겨를 없다. 일단 마감부터 해 봐."


그런 것 같다. 뭐든지 여유 있고 근사하게 해 내면 가장 좋겠지만,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마무리만 해도 그 자체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도망가거나 숨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면승부를 걸고 싶은데... 글쎄, 말처럼 쉬울지 장담하긴 어렵고... 잘 모르겠지만 일단 가 보기로 또 결심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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