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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Dec 07. 2020

내가 만났던 '가왕' 조용필2

조 기자의 연예수첩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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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강산이 한 번 하고도 절반이 바뀐 지금, 데뷔 50주년 공연을 앞둔 요즘도 한결같아 보인다.

얼마 전 그는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이 좋아하고 열광하면 뭔가 이유가 있다. 그래서 엑소 방탄소년단 빅뱅의 음악을 찾아 듣는다"며 "라틴 등 다양한 해외 음악을 들을 때면 코드나 화음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확인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내가 하는 건 뭐든지 괜찮고 좋지만, 남이 하는 건 뭐든지 이상하고 잘못됐다 우기는 시대다.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의 어이없는 지적질이 판치고 있다.


각자가 속한 조직의 이해와 눈 앞의 목적과 상관없이 자신에겐 엄격하고 혹독하지만, 타인에겐 관대하고 너그러운 마음과 몸가짐이 아쉬운 세상이다. 15년 전 만났던 조용필을 떠올리며 드는 생각이다.


조용필 관련 이야기로만 쭉 갔으면 아주 나쁘지 않았을 법한 글이다. 그런데 항상 되풀이하는 실수지만, 마무리에 가서 괜히 힘을 주고 X폼을 잡다 이도 저도 아닌 글이 되고 말았다. 글의 흐름을 무시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면, 전체적인 모양새가 참으로 어쭙잖아진다는 진리를 까먹은 결과다.


되돌아보는 차원에서 메시지를 요즘 느낌으로 다시 해석하면 '나이 먹었다고, 자기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남 좀 얕보지 말자. 또 누구든 함부로 가르치려 하지 말자'다. 

이 메시지에 시쳇말로 '꽂혔던' 이유가 있다. 조용필보다 먼저 만났던 원로 여가수 A 때문이었다. 


월등한 가창력과 세련된 무대 매너로 오랜 시간 가요계의 '여왕'으로 군림해 온 A는 그때 이미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꼿꼿한 자세와 원숙미를 자랑했다. 그래서인지 예상했던 대로 자신감도 충만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충만한 자신감'이었다. 자신감이 여전하다 못해 자만으로까지 비칠 정도였다. '아직도 노래 하나는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지나쳐 보였다.


이 같은 자신감과 자부심은 후배들에 대한 엄격하디 엄격한 평가로 이어졌다. 누구 하나 제대로 칭찬하지 않았다. 또래의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를 자신보다 아래로 취급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명성과 실력으로 볼 때 그럴 만하다 넘길 수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30대 초중반의 혈기방장한(?) 시절이라 그 같은 모습은 영 불편하기만 했다.


물론 덕분에 '반면교사'로 배운 것도 있었다. '나이 먹어도 난 후배들에게 A처럼 굴지 말아야지. 어설프고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쓴소리보다는 칭찬을 더 많이 해 주리라'라고 마음먹었다.

다행히 A처럼 행동할 기회가 이후로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A만큼 잘나지가 않아서였는데, 잘 모르겠다. 대단한 성과를 일궈냈으면, 그야말로 치료 불가능한 '악성 꼰대'가 됐을지도 말이다.


다음은 조용필의 데뷔 50주년 콘서트 투어가 거의 끝나가던 2018년 9월, '반 세기를 넘어 60주년 투어가 벌써 기다려지는 가황 조용필'이란 제목으로 썼던 글이다.


1950년생이므로 어느덧 예순여덟! 우리 나이로 내일모레 칠십 인 그의 무대를 다시 현장에서 보기는 10년 만이다.


아티스트에게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 아무리 날아다니던 가수들도 나이를 먹으면 가는 세월을 이기지 못해 무대에서 쩔쩔매던 모습을 자주 봐 왔다.


지난 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18 조용필 & 위대한 탄생 5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 - 땡스 투 유(Thanks to You)'를 '혹시나...'싶은 마음으로 가슴 졸이며 지켜본 이유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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