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성준 Dec 01. 2020

내가 만났던 '가왕' 조용필1

조 기자의 연예수첩 56

얼마 전부터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베이시스트 이태윤이 후배와 함께 자신이 세션으로 참여했던 곡을 교보재 삼아 베이스 연주 기법을 알려주는 채널이다.


베이스는커녕 통기타 코드도 제대로 잡을 줄 모르는 처지에, 베이스 연주 기법을 익히려 보겠나. 이태윤의 구성진 입담을 통해 공개되는 '그 시절' 가요계 얘기가 재미있어 자주 찾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왕(歌王)' 아니 이젠 '가황(歌皇)'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조용필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가장 흥미롭다. 참고로 이태윤은 부활의 전신인 디 엔드와 송골매를 거쳐, 무려 30년 가까이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199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방송과 신문 등 미디어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공연과 음반 발표에만 전념하고 있는 조용필을 가장 자주 접한 사람들 중 한 명인 만큼, 그가 유튜브 채널에서 조용필과 관련해 가끔씩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귀를 잡아챌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조용필이 어떻게 지내는지 부쩍 궁금해졌다. 또 조용필만큼이나 '은둔지왕'으로 소문난 나훈아가 얼마 전 추석 특집쇼로 온 나라를 뒤흔들어놓은 것도 호기심을 부추겼다. 

관련해 이번에 소개하는 '내가 만났던 가왕 조용필'과 '반 세기를 넘어 60주년 투어가 벌써 기다려지는 가황 조용필'은 지난 2018년 5월과 9월 그의 데뷔 50주년 콘서트 투어 앞뒤로 썼던 칼럼이다. 먼저 '내가 만났던 가왕 조용필'이다.


무릇 '대가'일수록 타인에게 후하고 자신에겐 인색하다.


분야를 막론하고 일가를 이룬 사람은 남을 평가하는데 신중하며 깎아내리는 법이 없다. 반면 어설프게 성공한 사람은 웬만해선 남을 인정하지 않는다. 경험해본 바론 그렇다.


그래서일까. 누구나 인정하는 잘난 인간이 자기 잘났고 남 못났다며 또는 내가 하면 정당하고 남이 하면 부당하다며 떠드는 모습을 뽈 때면 그동안 어렴풋이 품었던 존경심이 한순간에 사라지곤 한다.


오래전 만났던 '가왕' 조용필을 대가로 감히 인정하는데 여전히 주저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시 데뷔 35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조용필은 은퇴를 번복하고 하드코어 록을 표방하며 돌아온 서태지 등 여러 후배 가수들을 평가해달란 부탁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특정 장르 또는 가수에 대한 평가는 당대에 이뤄질 수 없다. 지금 내가 뭐라 얘기하기에는 섣부르다. 음악은 '자기 표현'의 방식이다.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 없다"라며 에둘러 후배들의 도전과 시도를 응원했다.


이어 "필생의 꿈인 뮤지컬 연출을 위해 매일 밤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를 반복해 듣곤 한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모자란 게 너무 많다"면서 자신의 떨어지는(?) 음악적 재능을 탓했다. 


천하의 조용필이 부족함을 자책하다니! 그 순간만큼은 가식적인 겸양이 아닐까 괜히 의심할 정도였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작가의 이전글 추억한다, '살인의 추억'을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