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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Dec 23. 2020

이젠 언급이 필요 없어진 김기덕 3

조 기자의 연예수첩 61

올봄 이미 개인적인 소견을 밝혔다. 한국 영화계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김기덕 감독과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고. 하지만 그전에 문제가 됐던 자신들의 지난 과오와 행적을 반성하고, 실망했을 대중에게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잘못에 대한 참회 혹은 단죄 여부를 떠나, 그럼에도 어찌 됐든 세계 속의 한국영화를 꽤 오랜 시간 동안 대표해 왔던 영화 작가가 국가의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바이러스 감염으로 쓸쓸히 숨을 거둔 것은 단언컨대 매우 비극적인 사건이다. 


이같은 일들로 인해 이젠 누구도 얘기하질 않고 언급 자체를 꺼려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건 선악을 따지거나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전까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챙겼던 유일무이한 한국 영화인이었다. 2012년 '피에타'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에 해당되는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아이러니한 건 고인의 필모그래피에서 아마도 마지막 '화양연화'였을 이때를 기점으로 대중은 물론 제도권 영화계와의 사이가 더욱 멀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2013년 5월 '너무 무관심했던 남의 잔치'란 제목으로 출고했던 칼럼은 그해 칸 국제영화제를 취재하고 돌아와 썼다. 새내기 영화작가들이 당시 칸에서 거둔 의외의 성과에 주목하자는 내용이었다. 임권택을 시작으로 이창동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김지운을 거쳐 봉준호까지, 매번 '그 얼굴이 그 얼굴'인 한국 영화계의 간판 라인업이 이젠 바뀌지 않을까란 기대를 담아 작성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는 처음부터 국내 언론들의 관심권 바깥에 있었다. 지난해와 달리 장편 경쟁 부문에 단 한 편도 진출하지 못해서였다.


이 때문이었을까, 코엔 형제와 스티븐 소더버그, 로만 폴란스키 등 이름만 들어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명감독들의 따끈따끈한 신작들이 대거 초대받았지만 막상 칸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의 모습을 보기란 매우 어려웠다.


국내 언론이 쏟아낸 관련 기사들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한 사내가 인터뷰장으로 난입해 육상 경기용 공포탄을 쏜 사건이 총기 난동으로 다소 부풀려졌고, 호텔에서 일어난 몇몇 금품 도난 범죄가 영화제 측의 보안 허술을 질타하는 사례로 지적받았다.


이걸로도 모자라 할리우드의 한 여배우가 '노팬티' 차림으로 레드카펫에 나선 것까지 여러 뉴스를 장식했다. 이 와중에 주요 초청작들에 대한 리뷰와 인터뷰 등 깊이 있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막상 현지에서 지켜본 영화제는 날씨만 좋지 않았을 뿐 여느 해처럼 비교적 평화로웠고, 그 어느 때보다 훌륭한 화제작들이 많아 지구촌을 대표하는 영화 축제로 역시 손색이 없었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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