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1. 사람들은 경제적 불평등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부를 형성하는 데 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는 사람이 있고, 스스로의 노력이 성공을 좌지우지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후자의 경우에 집중해보자. 이 사람들에게는 경제적 불평등 그 자체는 노력의 격차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은 정부가 고소득자에 높은 세율로 과세하여 저소득층에게 재분배하는 정책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피케티는 소득 불평등이 큰 사회에서 유권자가 재분배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현상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도 노력해서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정부가 부과하는 부유세를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 요컨대, 다수의 사람들이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하고 심지어는 심각해지고 있다는 데 공감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것이 노력이나 실력에 따른 결과이기에 정당하다고 보는 반면, 어떤 사람은 운 좋게 부유한 가족이나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결과이기에 불평등이 부당하다고 본다.
질문 2. 누가 재분배를 지지하는가?
결국 중요한 물음은 '누가, 왜 재분배를 지지하는가?'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에서 '재분배 요구가 보편적'이라고 하였는데, 과연 정말 그런가?
[제도의 사회화] "제도는 사람의 기대를 강화하고 복지 정책에 대한 특정 태도와 편견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이 책에서 분석한 바로는, 비정규직 보호 제도는 재분배에 대한 지지를 감소시킨다. 즉, 비정규직 보호 제도를 통해 노동시장의 약자를 보호하는 경우 불평등에 대한 시정 요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질문 3. 그 메커니즘이 무엇일까?
즉, '비정규직 보호 제도 ---> 재분배 지지 감소'의 경로에 개입하는 다른 변수가 무엇일까? 비정규직 보호 제도의 수혜자들(예: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의 경우 합리적 선택 이론으로 설명 가능하겠다. 지위 상승으로 인한 이득을 세금으로 떼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재분배를 덜 지지할 유인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 한편, 비정규직 보호 제도의 반대자들(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 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 불만이 클 것이다. 이 제도의 수혜자들이 '노력'이 아니라 정부 정책의 혜택을 입어 '운' 좋게 정규직을 차지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 생각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일반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질문 4.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불평등 간 관계
이 책에서 말하는 불평등 민주주의란,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현상(예: 저소득자보다 고소득자의 선호가 정책에 더 많이 반영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그 원인으로 투표 참여의 계급적 편향을 든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이 투표 참여율이 낮은데, 이 때문에 정치인들이 투표 참여에 활발한 중산층 이상의 유권자들을 겨냥한 정책을 펼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저소득층이 오히려 투표율이 높다(저소득층의 상당 비율이 고연령층이고, 고연령층의 투표율이 높기 때문). 따라서 저소득층이 투표 참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선호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가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에서는 저소득층의 다수가 고연령층이고, 고연령층의 다수가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는 측면에서 저소득층이 소위 '계급배반 투표'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 유권자 집단이 지지하는 정당이 보수 정당이고 보수 정당의 정책적 입장은 감세와 성장이므로, 표면적으로 계급에 배반하는 투표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한편, 지지 정당을 떼어 놓고 이들이 정말 재분배 정책에 반대하는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재분배에 찬성하는 입장이어도 안보나 대북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진보 정당 대신 보수 정당에 투표할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누가, 왜 재분배를 지지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연구가 더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소득이 높다고 재분배에 반대하거나 소득이 낮다고 재분배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질문 1과 질문 3에 대한 논의에서 살펴보았듯, 공정성에 대한 감각이라던지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이 재분배 지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것도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