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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리 Feb 28. 2020

심리상담을 멈추어도 된다는 신호

세 달여만에 상담을 마무리하다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는 법이다.


처음 심리상담을 받으러 갔을 땐, 반신 반의 했다. 심리상담이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 몰랐고, 처음 참여하고 나서는 이렇게 말만 주르륵 늘어놓기를 반복하고 나면 내가 괜찮아질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상담을 진행하면서도 여러 가지 일이 내 인생에서 벌어졌고, 정말 견디기 어려운 날들이 있었다. 숨도 못 쉬겠고, 기댈 곳도 없고, 혼자 끙끙거리며 버텨온 시간 속에, 그나마 상담하러 가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참 위안이 되었다. 결국 나에게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퇴사'를 하기로 했다. 사실 퇴사를 하지 않는 게 내 커리어에 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는 일인데, 이러다간 내가 죽겠으니 일단 하기로 했다. 막상 결정을 내리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고, 상담을 그만해도 되겠다는 신호를 발견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처음 상담을 시작한 시점부터 마지막을 달려갈 때까지를 돌아보면, 처음에는 1시간이라는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아직 토해내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은데, 1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 상담이 돌아오기까지 정말 매번 미친 일들이 일어났다. 감당하기 힘든, 마음을 지치게 하는 그런 일들이 매주 생겼다. 그래서 상담 선생님께 해야 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런데 세 달 정도 지나고 몇 가지 일들이 마지막을 향해 가던 즈음에는 한 40분 정도 이야기하고 나면 자꾸 시계를 쳐다보게 되었다. 시간이 좀 남네. 무슨 말로 나머지 시간을 메꿔가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침 선생님도 같은 생각이셨는지, 내가 가진 문제들에 대해 짚어봐 주시고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며 그다음 주에 상담을 종료해도 되겠다고 해주셨다. 


마음이 정리가 되었다.


매 번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내가 겪어온 일들을 설명할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동안 친구, 지인, 직장동료, 가족 등 많은 사람 앞에서 울었지만, 이젠 휴지를 한 움큼 앞에 놓고 울지 않고도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이야기할 수 있었다. 뭔가 마음이 가벼워졌다. 참 다행이다. 물론 마음이 가벼워지기 전까지 '퇴사'와 '이사'라는 나름 큰 일을 결정했다. 주변이 변해야 마음이 정리될 것 같았다. 나를 괴롭힌 문제가 발생한 주변에서 서성여봤자 도무지 내가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상담을 종료하고 2주가 지났다.


심리상담은 그렇게 종료되었고, 문제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마음은 굉장히 편해졌다. 아침에 일어나 왕초보 요가도 하고, 아이패드로 그림도 그려보고, 좋아하는 영화/드라마/책을 본다. 다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헬스장도 못 가고 그렇게 바라던 해외여행도 못 가게 되었다. 올해 내내 코로나로 전 세계가 난리일 것 같아 조금은 우울하지만, 그래도 지금 주어진 집콕 생활을 평화롭고 재미있게 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읽은 책에서 본 문장으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나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럴 수 있기를!


흔히 하는 말이지만, 건강을 유지해야 꿈도 미래도 있는 것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고, 거기에서 건강한 꿈이 피어나 날개를 펼 수 있다.
- 조은정, <파일럿이 궁금한 당신에게>


Photo by Matt Botsfor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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