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결혼했지만, 혼자 살고 있습니다.
시작하는 말
장거리 연애, 결혼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푸릇하게는 유학시절 만난 국제커플이라던가, 30대 후반에 들어선 우리 나이쯤 되면 3-4년의 주재원 해외 생활을 하며 만나게 되는 인연, 혹은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기러기 아빠, 엄마 또는 기러기 배우자를 둔 배우자. 장기 출장자와 한국에 남겨진 가족.
위에 언급된 그 어떤 케이스도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4년 정도는 남편과 함께 내 이웃에 누구들처럼 한집에서 알콩달콩 살벌하게 살았고, 나머지 4년은 서로 그리워하는 것에 익숙해지며 각자 다른 나라에서 결혼 8년 차가 되었다. 위안이 되는 것은 그래도 점점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 처음 시작했던 9시간의 두바이-한국보다는 조금 더 가까워진 상태로 둘 다 외국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여전히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비록 최상의 조건은 아닐지라도)
매일매일 이어지는 헤어짐의 안타까움이 싫어 하루라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결정하는 것이 결혼이기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혹은 진지한 호기심으로 물어본다.
"정말 힘들겠다."
"그렇게 사는 게 가능해? 어떻게 그러고 사니?"
"떨어져서 살려면 도대체 왜 결혼한 거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데... 괜찮겠어?"
결혼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결혼은 하셨나요?"
"네,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따로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이지만, 부부의 세계란 어차피 모두의 사정이 같을 수는 없으니 모두가 특별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결혼 생활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우리 부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안도를,
이 글을 읽는 비슷한 사정의 누군가와 지내온 부부의 위기와 추억에 대한 공감을 나누고,
혹은 간헐적 만남의 부부를 꿈꾸는 또 다른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기를.
곧 다가올지 모르는 다시 함께 사는 부부가 되기 전에
지난 8년의 경험에서 여러 번 생각하고 결론 지었던 것들에 대한 정리, 공유하려고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