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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곳 Jan 08. 2024

AI 커버를 좋아해도 될까요?

만족감과 죄책감 사이에 선 이지리스너의 고백

사적인 케이팝 by 마곳


 2023년은, 기술에 대해 무지한 머글까지도 AI의 영향력을 직면한 해인 것 같다. 챗 GPT, 인공지능 매칭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을 두려워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다. 과거 영국의 산업혁명 흐름 속에서 위협을 느낀 인간들이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어트 운동'처럼 말이다. 불쾌한 골짜기의 연장선으로, 우리는 AI의 발전에 만족감을 느끼고 편리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어딘가 불편한 찝찝함을 완벽하게 지울 수 없다. 모든 일자리가 AI에 의해 대체된다고 하더라고, '예술'의 영역만큼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자부했던 이들의 주장도 힘이 없어졌다.


 유튜브에서 AI 커버는 하나의 카테고리가 되었다. '좋아하는 가수가 이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라는 소소한 희망에서 시작된 몇 개의 동영상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AI 커버를 검색하면 최근 업로드된 영상이 수 백개 뜨고, AI커버 만들기 영상도 동시에 유명해지고 있다. 기술적으로 AI 커버 영상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원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키고, 이를 기존 노래 보컬 부분에 껴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AI 커버로 유명한 영상들을 몇 개 가져와봤다.


1. 딘 - Newjeans (조회수 330만 회)

https://www.youtube.com/watch?v=ahBKiNZFBNI



2. 딘X뉴진스 - Hype boy (조회수 181만 회)

https://www.youtube.com/watch?v=5tcBJCouOmE



3. 에스파 - GODS (조회수 132만 회)

https://www.youtube.com/watch?v=QQx4cDEF3QU



4. 박효신 - 헤어지자 말해요 (조회수 115만 회)

https://www.youtube.com/watch?v=GtLt4tPQgrA



5. 백현X태연 - To.X (조회수 100만)

https://www.youtube.com/watch?v=XhSYgM8k780



대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AI 커버를 살펴보면, 사람들의 공통된 욕구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현실에서 절대 불가능한 커버를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AI 커버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 가수의 옛 목소리가 그리워서

- 컴백하지 않는 가수를 기다리면서

- 다른 가수에게 더 어울릴 곡이라서

- 절대 볼 수 없는 조합이라서

등등


많은 AI 커버 제작자들은 단순히 원곡 mr에 인공지능 목소리를 넣지만은 않는다. 그들은 음색에 맞게 곡을 편곡하기도 하고, 그룹의 경우 파트 배분까지 한다. 시각적인 영역까지 확장되면, 커버에 어울리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서 실제 가수의 음원 발매 루트를 그대로 보여준다. AI 커버는 음악 시장의 고정된 카테고리가 되어버렸다.




이에 대한 아티스트들의 반응은 어떨까.

예상할 수 있듯이, AI 커버에 대해 생각을 밝힌 대부분의 가수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표현했다. 정체성과도 같은 목소리를 아주 간단하게 복사해 찍어내고 있는 흐름은 그들에게는 단순한 재미가 아닌 것이다. 더 이상 자신의 목소리가, '자신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단순한 욕구를 위해 학습된 자신의 목소리가,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는 알 수 없다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이는 아티스트으로서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의 수위를 넘어선 것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거나, 음악 방송을 기다리고, 음반을 구매해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듣고 싶은 노래를 바로 들을 수 없었고, '음악을 선곡하고 튼다'는 것은 하나의 권력을 상징했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듣고 싶은 노래를 스트리밍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큰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는 '일상'이 되었다. AI 커버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가수에게 커버해 달라고 요청하고, 혼자 상상하던 시간에서 리스너가 직접 커버 영상을 만드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음악 시장에서 수동적인 수용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능동적인 생산자였던 제작사와 아티스트의 권위도 위태로워졌다.


유명한 아티스트가 된다는 것이, 그 목소리를 '공공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상했던 노래를 들으며 얻게 되는 만족감도 있겠지만, 동시에 지울 수 없는 불편함과 아티스트를 향한 죄책감이 동시에 생기는 것도 당연한 현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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